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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세상

꿈에나 보았던 고향으로…

by 아나코스 2015. 3. 29.

24년 만에 간첩 누명 벗은 서창덕씨  
 
 [995호] 2008년 11월 12일 (수)  안성모 asm@sisapress.com  
 
 

▲ 서창덕씨 ⓒ시사저널 자료

 

서창덕씨(63)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평생 얼굴도 못 본 채 남남으로 살아갈 줄 알았던 아들과 전화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조만간 아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다”라며 기뻐했다.

서씨는 ‘간첩’으로 24년을 살았다. 1984년 5월 낯선 사람들에 이끌려 검정색 승용차를 탄 순간 평범했던 한 어부의 삶은 절망의 나락으로 내려앉았다. 1967년 5월 스무 살도 채 안 된 어린 나이에 탔던 고깃배가 납북되었다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17년 뒤 그는 ‘간첩’이 되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7년을 교도소에서 보냈고, 갖은 고문에 시달려 만신창이가 된 몸은 출소 후에도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이웃은 물론 형제도 누이도 모두 등을 돌렸다. 교도소로 면회 온 아내는 ‘헤어져 달라’고 말했고, 출소 후 한 차례 만났던 아들은 ‘간첩 아버지 둔 적 없다’라며 냉정히 돌아섰다.

뒤늦게나마 간첩 누명을 벗었다. 지난해 ‘고문으로 인한 간첩 조작 사건’이라고 결론지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올해 4월 재심을 청구해 지난 10월31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로부터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날 그는 “이제는 떳떳하게 가족과 함께 고향 개야도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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