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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세상

“라디오는 사람 냄새 나는 네비게이션”

by 아나코스 2015. 3. 29.

교통방송 <달리는 4시> 이영준 팀장  
 
 [989호] 2008년 10월 01일 (수)  안성모 asm@sisapress.com  
 
  

ⓒ시사저널 임영무


‘종합예술인’ 홍서범씨가 진행하는 교통방송(TBC)의 인기 프로그램 <달리는 4시>. 이 방송을 책임지는 이영준 팀장(45)은 라디오 방송만 18년째 해온 베테랑 프로듀서(PD)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전파를 통해 세상과 호흡해온 만큼 라디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역할’은 정보 전달이다. “정확한 정보를 전해줌으로써 청취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이는 교통방송이 다른 방송과 차별화한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청취자에게 ‘상상력’을 줄 수 있는 여유가 라디오에는 담겨 있다. 음악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듣다보면 어느덧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팀장은 “하이테크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라디오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달리는 4시>는 통신원의 제보, 전자 지도, 경찰청 CCTV 등을 통해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방송을 한다. 이팀장은 “간혹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정보는 왜 안 나오느냐’라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다. 모든 청취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대한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방송이 겁날 때도 있다고 한다. <달리는 4시>는 청취자의 문자를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진행된다. 지난 설날 연휴 때 ‘사건’이 발생했다. ‘고속버스터미널에 택시가 없다’라는 문자가 와서 방송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빈 택시가 대거 몰리면서 일대가 순간 정체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팀장은 “한 택시 기사분이 ‘제발 그런 문자는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청취자가 보내온 문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요즘 들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자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힘들다’라는 문자를 받은 이팀장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그는 “특히 영업 택시 기사들이 문자를 많이 보내는데 그만큼 손님이 없다는 뜻이다. 그때는 문자를 많이 받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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