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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세상

정욜씨의 ‘거침없이 하이킥’

by 아나코스 2015. 3. 29.

성소수자 정욜씨
‘동성애’에 대한 무지ᆞ편견에 ‘거침없이 하이킥’

 

ⓒ시사저널 임영무

벽을 허물면 또 하나의 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그 벽 너머에는 또 다른 벽이 첩첩이 놓여 있다. 끊임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거대한 벽의 위압.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이중·삼중의 벽 속에 갇혀 있다. 무지와 편견이라는 외부의 벽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내부의 벽까지 쌓도록 강요한다.

정욜씨(31)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벽을 허물고 또 허물었다. ‘성적 지향은 모든 차별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라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규약과는 너무도 다른 삶의 현장 속에서 그는 부수면 또다시 들어서는 벽에 맞서 지난한 싸움을 펼쳐왔다.

2002년 가을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대표로 있던 정씨는 주류 사회에서 호기심의 대상쯤으로 여겼던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그는 국가인권위에 동성애 사이트를 음란 사이트로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이듬해인 2003년 3월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는 ‘동성애 자체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으로 둔 것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이라고 결정했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동성애’ 문구를 삭제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드디어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 힘은 2006년 군대 내 동성애자 사병에 대한 차별과 인격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고, 또 하나의 벽을 허물어뜨렸다.

인권위를 오가던 시절 학생이던 정씨는 현재 3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은 회사에서 보낸다. 무지와 편견의 벽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던 그는 이제 ‘세상 속으로’를 외치고 있다. 정씨는 “우리들만의 공동체를 꿈꾸기도 하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더 소중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서울광장을 뜨겁게 달군 촛불의 행렬 속에는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펄럭였다. 그 깃발 아래서 정씨는 세상과의 연대를 노래했다. ‘하이킥’에 이어 그가 준비하고 있는 ‘강펀치’는 연대를 가로막는 불신의 벽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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