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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영화 ‘프락치’ 감독 인터뷰 “간첩 양성소는 안기부였다”

by 아나코스 2015. 3. 25.

국보법 폐지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황철민 감독 인터뷰
 
2004-12-18 10:29 안성모 (momo@dailyseop.com) 기자 
 
  
 
영화 ‘프락치’로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알린 황철민 감독은 “간첩 양성소는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아니라 (남한의) 안기부였다”며 “국보법은 간첩을 잡기 위한 법이 아니라 만들기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그동안 많은 ‘간첩’이 잡혔지만, 이들은 국보법을 등에 업은 안기부가 고문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라며 “간첩이 없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국보법이 없는 사회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감독은 또 “국보법의 폐해는 이러한 조작된 사건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사람들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데 또다른 심각한 폐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이는 비단 문화예술인들에게 국한된 폐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만들때 감독이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제약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객들도 ‘봐도 되는 영화’인지 ‘봐서는 안되는 영화’인지 스스로 자신을 제약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특히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이것 역시“국보법이 국민을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올바른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고 당연히 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언론이 부추기는 것처럼 ‘개혁은 뒷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는 절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황 감독은 요즘 새로운 작품 준비에 분주하다. 하지만 제작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제작자로서는 국민들이 ‘봐서는 안되는 영화’보다는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영화’에 더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네 삶속에서 정서를 뒤흔들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황 감독은 “곧 지난 한 세기 험난했던 역사적 질곡을 소재로 한 영화가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상영돼 화제 되기도 한 영화 ‘프락치’는 80년대 공안 기관에 회유당해 학원 프락치로 활동하던 한 남자와 그를 감시하는 기관원이 변두리 여관방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저예산 영화다. 93년 ‘김삼석 남매간첩단사건’을 조작하고 독일로 망명한 백흥용씨를 모델로 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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