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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원세훈 비자금’을 조준하다

by 아나코스 2015. 8. 31.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서울시 멤버들’ 들여다보는 검찰 


안성모 기자 | 승인 2013.07.18(목) 18:20|1239호

“개인 비리를 잡아 구속시킬 것이다.” 지난 3월 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정기관 정보에 밝은 한 여권 인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시 원 전 원장은 정치 중립 위반 혐의로 민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였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시기다.

하지만 이 인사는 정치 개입과 무관한 개인 비리 혐의로 원 전 원장이 구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 전 원장 개인 문제로 가야 정리가 된다. 국정원에서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7월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오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예상은 적중했다. 원 전 원장은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선거법 적용 불가’ 지시를 내리면서 구속을 피해 갔다. 하지만 개인 비리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7월10일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금품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구속 수감했다.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내 정보기관 수장이 퇴임 직후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원 전 원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며 ‘현금 받은 것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금품 수수에 대한 상당한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건설 전 대표, 서울시 근무 때부터 친분

황 전 대표가 기록한 수첩을 통해 원 전 원장을 만난 날짜와 황 전 대표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이 인출된 시점이 같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황보건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입출금 내역과 날짜, 사용처가 적힌 ‘비자금 장부’도 찾았다고 한다. 여기에 황 전 대표로부터 금품 수수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가 전달했다는 금품은 현금 1억2000만원과 미화 4만 달러, 순금 장식품 등이다. 1억2000만원은 세 곳의 고급 호텔 객실에서 포도주 상자에 5만원권 현금을 담아 4차례에 걸쳐 전달했다고 한다. 4만 달러는 원 전 원장이 해외 출장을 나갈 때 두 차례 건넸고, 순금은 원 전 원장 생일 무렵 선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보건설이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와 홈플러스의 인천 연수원 설립 기초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금품의 대가성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검찰 수사가 원 전 원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확대될지 여부다. 원 전 원장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막대한 비자금을 챙겨뒀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한 여권의 한 인사는 “원 전 원장이 서울시에서 일할 때부터 업체들로부터 돈을 잘 당겨왔다. 그래서 돈 만드는 귀재로 불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을 잡은 후에도 서울시 멤버들과 많은 일을 했다. 이들과 함께 이권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기업 사장을 지낸 최 아무개씨가 해당 멤버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황 전 대표도 원 전 원장이 1999년 서울시 행정관리국장 재직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주기적으로 골프를 함께하고, 서로 집에도 초대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황 전 대표도 ‘서울시 멤버들’과 어울렸다고 볼 수 있다. 원 전 원장이 이런 식으로 친분을 맺어온 인사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도 원 전 원장의 비리 혐의가 더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이 퇴임 직후 해외로 나갈 계획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원 전 원장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현지 은행에 챙겨뒀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출신의 한 인사는 “원 전 원장이 일본으로 출국하려고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원래 계획은 일본을 경유해 UAE 두바이로 가서 비자금을 찾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친척에게 맡겨두는 것이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UAE 원전 수출이 2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비자금 규모가 1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월5일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가 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스탠포드 대학 거액 기부금도  비자금”

원 전 원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기 위해 이 대학에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가 퇴임 후 스탠포드 대학에 갈 계획이라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돌았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이 “퇴임한 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갈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원 전 원장은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정원 내부 정보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기부금 200만 달러도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이와 별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85만 달러가 원 전 원장 개인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인사도 “원 전 원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꾸준히 준비해오지 않았을까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안가 비슷한 집도 마련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이 ‘MB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MB 최측근으로서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국정원 수장 자리를 지킨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 한 대기업을 통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이 대기업의 한 계열사 사장이 해외 사업을 진행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해 MB 최측근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원 전 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 정보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해당 대기업에서도 관련 내용을 인지했지만 사용처를 확인한 후 없던 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계열사 사장은 MB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는데 원 전 원장이 힘을 써줬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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