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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문화

“새로운 패러다임 ‘댓글’이 만든다”

by 아나코스 2015. 3. 25.

[인터뷰] 네티즌 소설 『비상』작가 유호씨 
 
2004-12-04 11:25 안성모 (momo@dailyseop.com) 기자 
 
  
“매일 4페이지 분량의 글을 올리는데 일단 올려놓고 나서 수정에 들어가는 식입니다. 그러면 막상 글을 쓸 당시에는 안보였던 이런저런 ‘흠집’이 눈에 들어오거던요. 특히 댓글이 50여개 이상씩 달리는데, 오자 수정은 물론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내용이 미흡한 부분 등을 워낙 꼼꼼하게 잘 지적해줘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편의 소설을 네티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죠.”

가상역사전쟁소설 ‘비상’의 작가 유호(40·필명)씨는 인터넷 글쓰기의 매력으로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꼽았다. 일단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이를 읽은 독자 네티즌들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지적해주기 때문이다.

대부분 ‘나홀로 작업’을 하는 인터넷 작가에게 네티즌들의 이같은 지적은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인터넷 소설 사이트 ‘유조아’에 연재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후 출간에 이르게 된 ‘비상’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댓글’의 매력…인터넷 소설 쓰는 재미

 

“네티즌 반응이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소설 내용중 무기설정을 잘못 올렸더니 100여개의 댓글이 걸리더군요. 사실 이런 반응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거던요. 하지만 혼자 작업하는 입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살필 수 있으니까 출판할 때에는 오히려 불안감이 덜 했습니다.”

아이디 '머털님'으로 유명한 유씨의 하루는 ‘인터넷 폐인’으로서 지극히 평범하다. 정오쯤에 일어나서 오후내내 소설에 쓸 자료를 조사하거나 서점에 들러 읽을거리를 찾는다.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저녁무렵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중학생인 아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다가 밤 12시가 되어서야 전날에 이어 글을 쓰기 시작해 새벽 6시경 인터넷에 올린다.

유씨가 이러한 ‘평범한’ 생활을 한지도 반년이 넘어섰다. 그 결과 소설은 어느새 5권째를 넘어섰다. 유씨는 소설 ‘비상’을 7권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마흔살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소설을 쓴다는게 쑥스럽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는 그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소설을 이어나가도록 한 숨은 공신”이라고 말했다. 편당 조회수 1만5천이라는 수치도 ‘초보작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반면, 네티즌 반응에 너무 매몰되다보면 처음 계획했던 소설의 흐름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전쟁소설을 즐기는 네티즌 독자들 경우 대부분 ‘유쾌·상쾌·통쾌한’ 전쟁 이야기를 선호하다보니 무작정 따라가다보면 소설구성이 단순해질 수 있다는 거다.

“인터넷 소설의 경우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쟁이라는게 일방적일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편이 당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금방 항의 댓글이 쏟아지죠.”

‘비상’의 경우 도입부인 1·2권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많다고 한다. 단순하고 명쾌한 스토리가 이런 통쾌한 맛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설 중반부 이후부터는 네티즌들의 평가를 참고로 하되 다소 구성을 복잡하게 가져가고 있다.

‘댓글’이라는 숨은 공신의 도움은 문학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비전문가’를 글쓰기에 뛰어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한다. 유씨 역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10여년을 대기업 연구원으로 지낸 문외한이다. “전공도 그렇고 일도 기계 분야라서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는 그는 “아직도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다시 쓰는 역사’…가상역사소설이 지닌 매력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흔히 세계사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 북아메리카 대륙이 ‘신대륙’이며 최초의 ‘발견’일까요? 콜럼버스가 서인도 제도에 상륙할 무렵에는 이미 북아메리카 대륙에만 천만에 가까운 인디언이 존재했고 중남미에도 잉카를 비롯한 찬란한 문명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백인들은 자신들이 최초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인디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걸까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소위 선진국이라는 일컬어지는 나라에서 오랜 생활을 보낸 유씨는 서양 강대국 위주로 쓰여진 역사에 대해 늘 불만을 지녀왔다. 가상역사 형식으로 소설을 쓰게된 동기도 ‘서양 시각으로 왜곡되어온 역사를 뒤집어보고 싶은 욕망’에서 였다고 한다.

유씨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는 오로지 승자와 강자 중심으로 기록되어왔다”며 “그러다보니 세계사를 구성하는 모든 지류가 은폐되거나 축소되기 마련이었다”고 지적했다. ‘비상’은 바로 이와 같은 승자 중심의 세계사 구도에 대한 의문과 도전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역사를 뒤집기만 해서는 흥미진진한 가상역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중요한 역사적 ‘포인트’를 알고 ‘만약’을 가상해야 한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역사속에서 만약 장개석이 모택동을 밀어냈다면 어떤 미래가 전개될까, 과연 남북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런식으로 상상을 많이 해봅니다. 혼자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의 삶을 변화시켜보는 식이죠.”

과거 역사속 사건의 한 귀퉁이를 살짝 건드려주는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속출하는 ‘피드백’의 묘미. 유씨는 이또한 가상역사가 가져다주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북핵은 위협용”…밀리터리 마니아가 본 북한 군사력

 

“북한 대포동 미사일 사정거리가 3천Km정도 된다고 하는데, 사정거리 5백Km가 넘어서면 남한을 겨냥한 무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주도까지가 거리상 5백Km 정도일테니까요. 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핵미사일로 우리를 겨냥하겠다는 것 보다는 단순 위협용이라는 거죠.”

전쟁소설을 쓴 작가답게 유씨는 밀리터리 마니아이다. 그는 무기 이야기가 나오자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신무기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TMPE-20’이라는 헬기 격추용 지뢰, 시속 380Km의 러시아제 고속어뢰, 마하15의 광속 항공기 ‘오로라’ 등.

유씨가 이런 신무기들의 형태와 기능을 정확하게 알아내기까지는 미 국방부에 책을 신청하는 등 가진 노력이 뒤따랐다고 한다. 책장에 꽂혀있는 밀리터리 관련 책만도 100여권이 넘는다.

“소설을 준비하면서 무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최근 소설에서 신무기를 많이 거론하는데 전쟁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신무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죠. 소설을 읽고 ‘황당하다’는 네티즌들도 있는데 이들에게는 관련 사이트를 알려주거나 알고 있는 정보를 개별적으로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밀리터리 마니아로서 북한이 보유한 무기의 위험성은 어느정도로 보고 있을까. 유씨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등이 남한을 목표물로 제작된 무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북핵 역시 위협용이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북한이 남한에 군사력이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이 전선에서 가깝다는 점을 우려해야할 부분으로 여겼다.

“서울이 야포 사거리안에 있다는 점은 분명 위험요소 중 하나입니다. 야포 사거리는 일반적으로 40Km 내외인데 미사일 사거리안에 있는 것과는 그 위험성에서 차이가 크거던요. 서울을 향해 야포가 발사될 경우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선제공격으로 인한 초기 피해가 막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 불바다’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도이전은 당연히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백인문화 자체가 ‘남의 것을 빼앗는’ 문화이며 미국 역시 공격적이고 전투적이라는 것.

“6·25 전쟁 이후 미국이 우방이라며 우리에게 무기지원을 해줬다고 하지만 그 내막을 들춰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걸 누구나 알수 있습니다. 자기들이 쓰다가 남은 무기를 처음에는 공짜였다가 조금 지나자 싼 가격에 팔고, 이후에는 제값보다도 더 비싸게 팔려는 속셈이죠. 기술적으로도 대규모 이동에 유리하도록 제작된 미국산 무기는 덩치만 크고 효율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무기 시스템이 미국식으로 가다보니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방법이 없어요.”

유씨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전쟁 억지력이 있지만 반대로 전쟁 위험성을 높이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동맹이 가져다줄 수 있는 민족의 아이러니를 가상전쟁에 빗대어 설명했다.

“만약 북한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누구편을 들어야 할까요? 한민족으로서 심정적으로 북한편을 들고 싶지만 절대 그럴수 없는게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한미동맹으로 인해 일본편을 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또한번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소설 ‘비상’ 줄거리는…]

 

1986년에 상륙한 2007년의 한국군

 

2007년도 대한민국 백령도 군사기지. 훈련 중이던 한국군이 핵융합로의 붕괴로 인한 폭발 사고를 겪는다. 방사능은 누출되지 않았지만 이 사고로 인해 군사기지 전체가 1896년 조선으로 고스란히 옮겨진다.

서울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이들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강대국의 무력앞에 고초를 겪고 있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선의 선두에 나선다. 백령도 기지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의 병력과 장비는 이 시대에서는 세계 최강의 화력과 개발력을 자랑한다. 최강의 군대를 근간으로 한 대한제국은 세계의 강자가 되어 세계사를 새롭게 써내려 간다.

 

다시 쓰는 역사 교과서

 

가상역사소설 ‘비상’에서는 남서도 해전, 을사오적, 1·2차 세계대전 등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 지식이 통쾌하게 뒤집힌다.

우선 1차 세계대전의 주역들이 몰락한다. 1914년 8월 17일 오후, 마침내 윌슨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전쟁이 끝난다. 미국은 30개 주의 대서양 연안 국가로 전락하고 독일은 대한제국으로부터 작은 영토를 할양 받는다. 러시아도 고스란히 영토의 반을 내주는 항복문서에 참담한 조인을 함으로써 치욕을 맛본다.

타워브리지가 테임즈 강물 속으로 가라앉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20여 발의 대형 폭탄이 떨어지면서 형태도 없이 사라진다. 결국 대영제국 왕실은 동맹군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아닌 예전의 조그만 섬나라로 돌아간다.

세계적인 발견 및 발명의 역사도 바뀐다. 페니실린은 1928년 A. 플레밍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40년 치료용 주사제가 등장했다. 하지만 1986년에 상륙한 한국군은 플레밍에 앞서 페니실린의 국제특허를 얻어낸다. 뿐만 아니라 볼펜의 발명 역시 미래에서 온 한국군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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