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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문화

“시사저널 이름 도용해 어처구니없는 보도”

by 아나코스 2016. 8. 26.

‘태진아 억대 도박설’ 보도한 미국 한인 매체 ‘시사저널USA’의 정체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3.30(월) 14:41:57

 

지난 3월2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청 미르홀. 가수 태진아씨가 기자회견 도중 울분을 터뜨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 한인 매체의 보도로 불거진 ‘억대 도박설’을 강하게 부인한 그는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며 대성통곡했다. 이 매체는 3월17일 태진아씨가 LA 한인타운 인근 카지노에서 억대 바카라 게임을 했다고 보도했다. ‘고액 베팅만 가능한 특별 룸에서 하룻밤 동안 해외 원정 도박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태진아, ‘도박설’ 보도한 매체 대표 고소

 

다음 날부터 국내 언론의 보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인터넷이 ‘태진아 도박설’로 달아올랐다. 태진아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터무니없는 소설이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귀국 후에 현지 매체의 한 기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연락을 해 돈을 요구하며 이를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응하지 않자 이런 보도가 나간 것이다”고 주장했다. 해당 한인 매체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억대 도박’ 기사로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명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파문을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연예인 도박설’에 이어 ‘언론사 협박설’이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온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지탄받는 두 가지 사안이 한데 맞물리면서 그 폭발력이 한층 더 강해진 셈이다. 언론의 경마식 보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태진아씨는 기자회견 이틀 후인 3월26일 이 한인 매체 대표를 공갈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소송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매체 측은 오히려 태진아씨 측이 기사를 내보내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만 달러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덫을 놓아 올가미를 씌운 후 나중에 발행인을 협박하는 데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핑퐁식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가 결국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사저널 ‘제호 사용 중단’ 촉구

 

그런데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이 한인 매체가 시사저널과 관련 있는 곳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1차적인 이유는 단순했다. 이 매체의 제호가 ‘시사저널USA’였기 때문이다. 제호만 놓고 보면 시사저널 ‘미국판’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특히 제호 디자인 중 ‘시사저널’ 부분이 한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저널의 제호 디자인과 글자체까지 똑같아 보여 두 매체의 관계를 더 혼동하게 만들었다. 일부 방송이 ‘USA’를 생략한 채 ‘시사저널’이라고 표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관련 보도가 나간 후 시사저널에는 ‘시사저널USA’와의 관계를 묻는 문의가 빗발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발행되는 종합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태진아 억대 도박설’을 보도한 LA의 한인 매체 ‘시사저널USA’와 전혀 관계가 없다. 시사저널은 이러한 사실을 홈페이지에는 물론 3월23일자로 발행된 잡지 표지에도 정확히 명시했다.

 

이와 함께 시사저널은 3월26일 ‘제호 사용 중단 요청 등의 건’ 제목의 공문을 ‘시사저널USA’ 측에 보냈다. 시사저널은 공문을 통해 ‘시사저널USA’가 시사저널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인식돼 ‘시사저널’의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의 제호 무단 사용 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시사저널과의 관련성에 혼동을 주고 있는 ‘시사저널USA’ 제호를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또 시사저널 제호 무단 사용 행위에 대한 사과 광고를 국내 주요 일간지 두 곳에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시사저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사저널USA’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달했다. 시사저널은 이미 법무인을 통해 ‘시사저널USA’의 제호 도용에 따른 상표권 침해 등에 대해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

 

태진아씨도 기자회견에서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대한민국 시사저널은 거짓말 쓰는 언론사가 아니다”며 “그런데 시사저널USA 대표가 마치 한국의 시사저널과 관계가 있는 걸로 이야기하는데 카지노에 간 사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소설이다”고 밝혔다. 배석한 법률대리인 권창범 변호사는 “한국 시사저널과 연결해서 창간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의 시사저널과는 전혀 무관한 회사다”며 “한국의 유명한 시사주간지 이름을 도용해 신뢰를 부여해 억대 도박을 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심언 대표 “시사저널과 관계 없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하면 ‘시사저널USA’가 태진아씨를 ‘협박’하면서 시사저널의 ‘이름’을 팔았다는 얘기가 된다. 태진아씨 측에서 제시한 ‘USA시사저널 시몬 대표와 LA 지인(박 회장)과의 대화 녹취록’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몬 대표는 ‘주주로 참여해 투자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번에 시사저널 한국하고 연결해가지고 지금 이렇게 해서 참관(창간)했는데 투자자가 많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고…”라고 말했다. 제목에 나오는 ‘USA시사저널’은 ‘시사저널USA’, 발언 내용 중 ‘참관’은 ‘창간’의 오기로 파악된다. ‘시몬’이라는 이름은 영문명 ‘Simon’의 한글 표기로 보인다. 해당 매체에서는 그의 한국명을 ‘시몬’이 아닌 ‘심언’, 직책을 ‘대표’가 아닌 ‘발행인’이라고 표기했다.

 

‘시사저널USA’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시사저널은 해당 매체와 어떠한 계약도 맺은 적이 없다. 시사저널 제호 사용 문제와 함께 ‘허위사실’을 주장한 이유를 듣기 위해 그의 휴대폰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거나 받은 후 곧바로 끊었다. 시사저널 기자 신분을 밝힌 후 제호 관련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자도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3월26일 태진아씨 관련 기사와 함께 공개된 이메일 주소로 다시 확인을 요청하자 이번에는 답 메일이 왔다. ‘시사저널USA’ 측은 ‘심려가 되어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 등록한 언론 매체 법인이다’고 밝혔다. 시사저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시사저널USA’가 한국이 아닌 미국 언론 매체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도박설’에서 ‘협박설’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시사저널USA’가 어떤 매체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해당 기사를 썼다는 기자와 발행인을 맡고 있는 대표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성문 분석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1인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는 ‘본질과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들추어 흠집 내기에 나서는 행태’라고 반박했다.

 

LA 한인 경제단체장 사무실에서 창간

 

심언 대표는 한 종편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사 6명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LA에서 한인 경제 관련 단체장을 맡고 있는 김 아무개 회장이 이사로 참여한 사실을 파악했다. 기자가 ‘시사저널USA’ 사무실 연락처로 알려진 번호로 전화를 하자 받은 곳이 바로 이 단체의 사무실이었다. 처음에 ‘시사저널USA 아니냐’고 묻자 전화를 받은 직원은 “맞다”고 했다. ‘심언 대표 통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자리에 안 계시다”고 답변했다. 이 직원은 “특별한 미팅이 있거나 일이 있으면 나오고 일이 없으면 따로 사무실에 출근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전날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거니까 한인 경제 관련 단체 사무실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왔다’고 하자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시사저널USA’가 처음 몇 개월 그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기자들이 다른 사무실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무실 연락처를 알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다른 사무실 전화번호를 따로 받은 건 없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시사저널USA’ 연락처를 찾으면 심언 대표 연락처를 알려준다고 전했다. 기자가 알고 있는 휴대폰 번호였다. ‘김 회장도 같이 일하느냐’는 질문에는 “실제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시사저널USA’가 생긴 지 6개월이 채 안 된 신생 매체라는 점에서 최소한 몇 달 전까지는 김 회장의 사무실을 사용한 셈이 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현재 다른 사무실에서 기자들이 일하고 있다면 심언 대표가 왜 굳이 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걸까. 그리고 ‘시사저널USA’를 찾는 전화가 지금도 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의 휴대폰 번호는 알려주면서, 옮겼다는 사무실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시사저널USA’ 대표 실명도 불명확

 

심언 대표 개인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LA에 있는 한 주간지에서 2년간 근무했다는 것 이외에 확인된 사실이 거의 없다. 이름부터 가명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주간지가 지난해 9월 보도한 한 공청회 관련 기사에는 ‘양심온’이라는 이름의 기자가 등장한다. 심언 대표의 한국명이 양 아무개씨인 것으로 알려져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만약 사실이라면 ‘시몬’ ‘심언’ ‘심온’ 등 이름이 제각각이다. 영어를 한글로 옮기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름을 다르게 표기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LA 현지 언론인들에 따르면 심언 대표는 50대 중반으로 한국에 있을 당시에도 한 지역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LA에 오기 전 텍사스에서 살았다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다. 지난해 가을 ‘시사저널USA’ 창간을 전후해 투자자를 찾아다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불법 체류 상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심언 대표는 전 직장인 LA의 한 주간지에서 급여를 수표로 받았다고 한다. 수표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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