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한 단체에 행사 41건 몰아줬다 주장 제기돼
청소년 축제 출연 연예인 ‘탈세’ 의혹도
[1151호] 2011.11.24 16:47:47(월) 안성모 기자
군포시민단체협의회 이상철 정책자문위원이 지난 11월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포시가 저질렀다는 부정행위의 근거 자료들을 들어보이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도 군포의 군포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1월3일 군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 군포시가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사단법인 ‘청소년지도연구원’ 경기지회(청지연 경기지회)에 41건의 사업을, 공모 형식이 아닌 일방적인 지정 위탁사업 형태로 행사를 몰아주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지연 경기지회에 대한 특혜 의혹과 부실하게 관리 감독한 것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라고 촉구했다. 또 “부정으로 집행된 예산을 환수하고, 군포시장의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이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지연 경기지회에서 위탁받아 해마다 진행하는 군포시 청소년 과학축제와 문화축제만 놓고 보더라도 자금 운영과 업체 선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었음이 발견되었다. 우선 인건비 지급 부문이다. 해마다 행사 당일 대표를 비롯한 상근 직원들이 10만원에서 1백60만원을 받았는데, 군포시는 지난해까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야 ‘행사 주체 소속 상근 직원 인건비 집행 부분에 대한 주의’를 지적했다. 보조금을 승인 목적 외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행사 때마다 안전 요원으로 활동한 스태프의 인건비가 허위 지급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지연 경기지회는 올해 5월에 열린 과학축제에서 20명, 문화축제에서 12명 등 행사 스태프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했다며 한 명의 은행 계좌에 전체 금액을 한꺼번에 이체시켰다. 이 단체측은 참가한 학생 대표에게 인건비를 한꺼번에 지급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문서 등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축제 행사 스태프 인건비를 받은 박 아무개씨는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도 20명의 행사 스태프 인건비를 일괄적으로 지급받기도 했다.
행사 물품 등 공급한 업체도 실체 의심스러워
행사에 필요한 시설과 물품 등을 공급한 업체도 실체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09년 과학축제에서 우주과학 체험 전시 시설 등을 설치한 업체는 총 3천만원을 지급받으면서 세금계산서에 세액을 공란으로 비워두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이 업체와 상호가 유사한 다른 업체가 2천5백2만원과 2천9백만원을 비용으로 받았다. 그런데 대표자가 다른 두 업체가 제출한 견적서의 양식은 물론 문서에 인쇄된 업체 로고까지 똑같았다.
문화축제의 경우도 2009년 홍보용 전단지를 제작한 업체의 대표와 2010년 무대 메인 현수막을 제작한 업체의 담당 실장이 조 아무개씨로 동일 인물이다. 현수막 제작업체 대표인 박 아무개씨는 2009년 과학축제와 문화축제에서 행사 스태프로 참여한 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영리 법인인 청지연 경기지회가 관련 업체와 부적절한 거래를 통해 부당 수익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지연 경기지회측은 “전혀 관계가 없는 업체이다. 일을 맡겨서 잘하면 되는 것이다. 업체에 대해서 시시콜콜 물어볼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1년 문화축제에서 연예인 섭외를 맡았던 한 업체의 대표가 청지연 경기지회 홍 아무개 대표의 부인 정 아무개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홍대표는 이 회사의 대표 직함으로 명함도 제작했다. 명함에 나온 회사 주소는 청지연 경기지회 사무실이었다. 이에 대해 홍대표는 “잘 아는 후배가 본인 명의로 사업체를 내기가 힘들다고 해서 아내 이름으로 회사를 내도록 한 것이다. 대표 명함은 예전에 만들었다. 홍보를 해야 한다고 해서 도와준 적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유명 연예인을 행사에 초청하면서 세금계산서와 같은 증빙 자료도 없이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연예인 탈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군포시 청소년 문화축제 운영 결과 및 정산 보고서’에 따르면, 청지연 경기지회는 지난 2008년부터 해당 행사를 운영하면서 해마다 인기 연예인을 초청해왔다. 2008년에는 3인조 혼성 그룹 ㅌ, 2009년에는 아이돌 그룹 ㅅ, 2010년과 2011년에는 솔로 가수 ㅁ씨와 ㄱ씨가 각각 무대에 올랐다. 이들에게 지급된 출연료는 9백만원에서 1천7백만원에 이른다. 최근 2년 동안 초청된 두 가수의 출연료는 군포시에서 지원한 총 행사 비용 3천만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하지만 청지연 경기지회는 이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면서 세금과 관련된 증빙 자료는 받지도 않았다. 이 단체는 군포시에 ‘영수증 사본’이라며 무통장 입금 확인서나 인터넷 뱅킹으로 계좌 이체한 내역만을 인쇄해 제출했다. 연예인 개인 수익이라면 원천 징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을, 기획사 수익이라면 세금계산서를 받아야 정상적인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체측은 “이름 있는 연예인을 데려와야 하는데 자료를 끊으면 안 온다는 조건을 내걸면 우리로서는 방법이 없다. 공개 방송이 아니면 계약서를 쓰기도 힘들다”라고 밝혔다.
경기도청 감사 실시…국세청도 조사 검토
청지연 경기지회는 이 행사뿐만 아니라 청소년 과학축제 등 군포시의 다른 행사들도 위탁을 받아 운영해왔다. 이 단체가 진행한 군포시 행사에 출연한 가수와 개그맨 등 연예인은 수십 명에 이른다. 유명 방송인 ㅂ씨, 인기 가수 ㅇ씨, 개그맨 ㅇ·ㅈ·ㄱ 씨 등도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이 단체는 보조금으로 지원받은 사업비에 대한 정산 내역을 보고하면서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산 감사를 한 군포시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군포시가 세금 탈루를 사실상 묵인한 것이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포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6년 동안 30여 명이 넘는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버젓이 부정행위가 지속되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포시가 불법 행위를 몰랐다면 공개적으로 무능을 선언하는 것이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범죄 행위의 공범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청지연 경기지회에 위탁한 행사와 관련한 질문에 “관계 기관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 답변해줄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지연 경기지회는 군포시뿐 아니라 경기도 전역에서 행사를 맡아왔다. 2010년 한 해에만 각 시·군에서 주최한 사업 62건을 위탁받았다. 이 중에서 군포시 행사는 13건이었다. 이에 따라 청소년 행사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더 확산될 조짐이다. ‘탈세 의혹’ 연예인의 규모도 현재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기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세청에서도 곧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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