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등 사회

유명 인사들 ‘병풍’선 희대의 종교 사기극

by 아나코스 2015. 6. 6.

유명 인사들 ‘병풍’선 희대의 종교 사기극  

2011.12.05  11:07:21(월)  안성모·조해수·조현주 기자 

성경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계 최초, 세계 최대 글로벌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겠다며 요란하게 출발했던 ‘더바이블엑스포 2010’ 행사가 끝내 어두운 종지부를 찍었다. 처음부터 부실과 의혹으로 점철되었던 이 행사의 조직위원회에는 개신교계·정계·언론계의 유력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시사저널>이 확인 취재에 나서자 그들은 한결같이 ‘몰랐다’만 되풀이했다. 수백억 원의 피해액과 수천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사기극 전모를 파헤쳤다.
    

‘더바이블엑스포 2010’의 화려한 시작과 처참한 몰락을 보여주는 현장 모습. ⓒ 기독시민연대 제공


‘시작은 요란했으나 끝은 비참했다.’ 성경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겠다던 ‘더바이블엑스포 2010’(이하 바이블엑스포)이 진행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10월19일부터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공원에 ‘흉물’로 남아 있던 바이블엑스포 구조물에 대한 완전 철거에 들어갔다. 이로써 2010년 8월27일 개장을 한 후 1년2개월여 만에 성경을 테마로 한 ‘세계 최초, 세계 최대 글로벌 문화 콘텐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남은 것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피해액과 수천 명에 달하는 피해자이다. 돈을 투자하고 공사에 참여하고 행사장 직원으로 일했던 이들이 ‘성경 행사’의 희생양이 되었다. 문제는 피해를 복구하기가 막막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블엑스포를 기획하고 추진한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는 처음부터 자금 능력이 없던 회사였다. 핵심 관계자들이 변제 각서를 써주고 있다지만,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자살을 시도한 업체 사장까지 나올 정도로 이번 행사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하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교계 유력 인사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블엑스포는 준비 단계 때부터 떠들썩했다. 지난 2010년 3월16일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발대식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당초 주최측이 목표로 잡았던 2천명을 훨씬 넘어 3천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행사 실무를 맡았던 이 아무개씨는 “자리가 모자라 2층 로비까지 빌렸다. 그래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꽉 찼다. 식사비만 1억5천만원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던 이광선 목사와 국가조찬기도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각 종파와 교단 대표 등 개신교계 내 유력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목사가 대회사, 김의원이 환영사를 각각 했고,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대표인 전용태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와 한국기독문화예술총연합회 대표회장인 탤런트 출신의 임동진 목사가 격려사를 맡았다.

 

목사·국회의원 등 쟁쟁한 이름 즐비

조직위원회의 구성은 더욱 막강했다. 금융기관 투자 의뢰용으로 2010년 3월에 작성된 바이블엑스포 사업 평가 보고서에는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가 제시한 조직도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이광선 목사가 대회장, 윤석전 연세중앙교회 담임목사가 공동회장, 김영진 의원이 조직위원장, 전용태 변호사와 임동진 목사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국회 조찬기도회 회장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상임고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와 현 한기총 회장인 길자연 목사 등이 고문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시사저널>은 이들 주요 인사가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일이 확인 취재에 들어갔다. 다수의 피해자는 물론 행사를 주도한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도 들었다. 그리고 당사자측에 확인하는 작업 과정도 거쳤다. 그런데 한결같은 반응이 나왔다. “자기 이름이 들어간 것도 몰랐다”라거나,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곧 나왔다”라는 것이다. 모두가 바이블엑스포와의 관계를 최대한 차단하기에 급급했다.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라거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광선 목사측은 “개인적으로 요청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한기총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좋은 의도로 진행하는 종교 행사라고 해서 한기총 대표회장 이름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 발을 뺐다”라고 해명했다. 실제 이목사는 2010년 4월22일 조직위원회에 대회장직을 사임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수의 인사는 조직위원회에서 해당 직책을 맡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석전 목사는 “바이블엑스포 소식은 언론 보도나 초청장을 받아서 알고 있었지만, 공동회장으로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행사에 참여한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전용태 변호사도 “말이 안 된다. 집행위원장을 해달라는 요청이 온 것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측은 “관여도 안 하고 내용도 모른다. 이름이 올라간 것도 몰랐다. 임의로 넣은 것 같다. 맡아달라고 했는데 거절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길자연 목사측은 “행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내가 고문으로 올라가도록 승낙한 기억은 없다. 행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적도 없다”라고 전했다.

 

‘더바이블엑스포’ 발대식에서 조직위원장인 김영진 장로가 대회장인 이광선 목사에게 대회기를 전달받아 흔들고 있다. ⓒ NEWSIS


일부 인사는 적극 개입한 사실 확인돼

이름만 올렸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경우도 여럿 되었다. 임동진 목사는 “집행위원장으로 있었다는 것은 잘 몰랐다. 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요청이 들어와 이름을 빌려주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종순 목사도 “고문이라는 역할이 원래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요청이 많다. 행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부분도 없다”라고 밝혔다. 김영진 의원은 “교인 입장에서 바이블엑스포가 잘 되도록 그런 기구에 참여하는 것까지는 좋겠다고 생각해서 수락했다. 명예직으로 있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시사저널>의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바이블엑스포와 특별한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한 핵심 관계자는 조직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추천서를 보내고 수락서를 받아서 위촉장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큰 기독교 행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 허락을 한 것이다. 허락하지 않은 사람은 뺐다”라고 주장했다. 조용기 목사의 경우 현재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측이 답변을 해왔다고 한다.

확인 취재 결과, 특히 이들 중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진 의원, 공동집행위원장에 이름이 올랐던 전용태 변호사와 임동진 목사 그리고 고문으로 게재된 길자연 목사 등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원은 발대식을 가진 지 사흘 후인 3월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남문기 당시 미주한인총연합회 회장과 ‘바이블엑스포 조직위원회-미주한인총연합회 사업추진 MOU 조인식’을 가졌다. 이어 5월8일에는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가진 한·미 평화 조찬기도회를 통해 바이블엑스포를 교포들에게 알렸다. 김의원은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데, 당시 방문 비용은 모두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에서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창 개장을 준비 중이던 2010년 7월에는 ‘김영진 조직위원장’ 명의로 인천시와 인천경찰청에 협조 공문이 여러 차례 접수되었다. 김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송영길 시장이 막 취임한 직후라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공문에 대해 전혀 모른다. 결재나 그런 것도 없었다. 보고나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8월27일 개장식에서 환영사를 한 그는 앞서 공사 현장을 방문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용태 변호사는 법적 분쟁에 도움을 주었다. ㈜태원예능에서 바이블엑스포에 대해 저작권 침해에 따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자신이 고문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가 사건을 맡아 승소를 이끌어냈다. 임동진 목사는 행사 광고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김의원과 전변호사, 임목사는 태풍 곤파스로 인한 피해로 행사가 중단된 후인 9월13일에야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식에서 감사 예배를 맡았던 길자연 목사는 재개장에도 힘을 보탰다. 조직위원회 초기 인사들이 발을 뺀 후에도 계속해서 바이블엑스포에 관여해온 것이다. 그는 2010년 10월28일 태풍으로 인한 재개장 예배에서도 설교를 맡았다. 당시 배포된 조직위원회 명부에 따르면, 길목사는 조용목 은혜와진리교회 목사와 함께 상임총재직을 맡았다. 대표상임고문은 조용기 목사였고, 조성훈 목사가 대표회장이었다.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이희철 소망교회 집사는 “소망교회 신도들이 관람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바이블엑스포에 관여하지 않았다.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목사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복구 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홍보위원장으로서 도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소망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이다.

바이블엑스포에 참여한 대다수의 교계 유력 인사는 중도에 그만두었고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수억 원의 피해를 입은 한 업체 대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인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들을 믿고 투자한 것이다. 당연히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분노했다. 성황리에 치러진 발대식이 보여주듯이 잔뜩 ‘바람몰이’를 해놓고서는 정작 문제가 불거질 기미가 보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 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조직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내 이름도) 끼워달라는 부탁이 적지 않았다. 서로 나서서 그렇게 행세를 하다가 나중에 잘못되니까 ‘내 이름이 왜 들어갔느냐’는 식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계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참여하면 이들이 데려올 수 있는 교인만 가지고도 사업이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다. 주최측에서도 이런 식으로 홍보를 했다”라고 밝혔다.

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와 언론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더바이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기총과 국가조찬위원회, 그리고 CBS는 우리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기총의 경우 이광선 목사가 대회장을 사임하고 단체 명칭도 쓰지 못하게 했음에도 그 이후에 계속 개별 목사들이 관계를 이어왔다. 한기총 임원이 간담회와 예배에 참석하고, 이 아무개 목사는 실무진으로 일을 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장헌일 사무총장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장총장과 오랫동안 친분을 가져온 김영진 의원은 바이블엑스포 참여에서부터 조직위원장 사퇴에 이르기까지 장총장과 상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명 목사도 “장총장이 주축이 되어서 (참여 명단에) 이름을 써 넣었다”라고 밝혔다. 장총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누구를 소개한 적이 없다. 각자 알아서 판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개인 입장으로 참석한 것이지 국가조찬기도회와는 무관하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나왔다”라고 해명했다.

장총장은 바이블엑스포를 CBS가 소개해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CBS가 공신력이 있어서 나가본 것이고, CBS가 빠질 때 같이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CBS는 발대식 당시 주관을 맡았다. 주로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조직표에는 이재천 CBS 사장이 자문위원으로 올라 있다. 하지만 발대식 이후에 바이블엑스포에서 손을 뗐다.

행사를 준비한 핵심 관계자는 “광고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CBS측은 “외주 제작 업체를 연결시켜주었는데 대금 지급을 해주지 않아서 문제가 불거졌다. 발대식 이후에 바로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는데도 계속 이름을 도용하기에 수차례 경고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선구매된 입장권도 수백만 장에 이르러

선(先)구매된 입장권이 수백만 장에 이른 점도 바이블엑스포에 힘을 실었다. 감리교회복지사업단이 50만장을 계약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가 30만장, 국제사랑재단이 70만장을 협약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총회도 30만장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감리교복지사업단이 한 달 만에 계약을 철회하는 등 실제 성과는 없었지만, 이런 식으로 교단과 교계 단체가 나선 것 역시 투자자와 업체들로 하여금 수익을 기대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교계 인사들이 결국 금전적 이득을 바라고 참여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피해 업체 대표는 “1만5천원 하는 입장권이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몇십만 장이나 교회에 넘겨진 것으로 알고 있다. 11조 명목으로 10%를 떼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다 몇 배 이상 더 이득을 남기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행사 준비와 운영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입장권을 팔면 수수료로 20~30% 정도를 주고, 자금이나 협찬을 유치하면 수수료로 20%를 주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교회의 경우 10%를 할당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교회에 헌금 형태로 고액이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한 피해 업체 관계자는 “교계에 돈 뿌린 것이 한두 푼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또 설교를 해주면 사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목사뿐 아니라 다른 인사들에게도 같은 의혹이 제기된다. 또 다른 피해 업체 사장은 “행사 핵심 관계자가 누구에게 돈 얼마를 주었다는 식의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참여한 유력 인사들과 행사 핵심 관계자들은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이번 행사에서 자금 관리를 한 임원은 “행사에 참석한 교계 인사들에게 차비도 한번 챙겨주지 않았다. 헌금도 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입장권 10% 수수료에 대해서는 “목사 개인이나 교회에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봉사 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바이블엑스포 파문을 계기로 개신교가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교계 전체가 휘둘렸어야 되겠느냐’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업에 관계되었던 유력 인사들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특히 이번 행사와 비슷한 성경을 테마로 한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종교 본연의 모습을 지키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