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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3대 핵심 인물’ 입에서 낱낱이 밝혀질까

by 아나코스 2015. 4. 27.

정·재계, ‘로비 연루설’에 촉각

신삼길·박태규·이철수 증언 따라 검찰 수사 방향 결정될 듯 
 
[1129호] 2011.06.07  22:18:47(월)  안성모

 

ⓒ시사저널 임준선

 

부실 저축은행 로비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자고 나면 또 다른 의혹이 새롭게 떠오른다. 연루설이 제기되는 인사들의 ‘급’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권의 핵심 인사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은진수 감사위원이 구속되는 등 이번 사건은 이미 권력형 비리의 성격을 띠었다. 이명박 정부에게 치명타를 입히며 권력 누수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이 대표적 서민 금융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다른 비리 사건과 차원을 달리한다. 피해자가 4만명이 넘고 피해 규모가 4천억원대에 이른다. 1인당 5천만원인 예금 보장 한도를 초과한 투자자가 3만7천4백95명에 총 2천5백37억원이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 잡기’ 경쟁에 나선 여야 정치권은 ‘로비 연루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부실 및 로비 의혹에 상대방이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치열한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여당보다는 야당의 공세가 상대적으로 더 매섭다.

권력을 향한 로비 의혹의 사슬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핵심 열쇠는 세 사람이 쥐고 있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로비스트 박태규씨 그리고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이철수씨이다. 이들의 증언에 따라 검찰이 겨냥한 총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신회장은 검찰에 구속되었지만, 박씨와 이씨는 현재 도피 중에 있다.

 

▲ 지난 5월19일 부산상호저축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예금자들. ⓒ시사저널 유장훈


▒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신삼길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어울리며 골프도 치고 술자리도 자주 가졌다.” 민주당 한 인사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삼화저축은행 대주주인 신회장은 수백억 원대 불법 부실 대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이다. 하지만 주목을 받는 부분은 부실 대출이 아닌 구명 로비 의혹이다.

삼화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신회장이 직접 로비에 나섰고, 평소 가깝게 지내온 유력 인사들을 동원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평소 신회장은 정·재계의 유력 인사들과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대표적이다. 로비 의혹 대상으로 이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의원은 코오롱 사장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이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저축은행과 관련된 사람을 한 명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인사로는 일찌감치 정진석 정무수석이 도마에 올랐다. 오랫동안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아온 만큼 신회장과 친분이 두터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수석은 “수천 명에 이르는 지인 중 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 밖에 또 다른 정치인으로 한 아무개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유명 방송인 임 아무개씨도 멤버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6월3일 신회장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에게 수천만 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공의원은 최근 몇 년째 신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회장은 옛 집권 여당 임 아무개 전 의원에게도 돈을 주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그의 부인 서양희 변호사도 이름이 나온다. 박회장과 신회장은 중학교 동문으로 3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회장은 물론 서변호사도 삼화저축은행과 신회장이 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조언을 해주는 등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 멤버는 자주 골프장에도 가고 술자리도 가졌다고 한다. 코오롱 소유의 우정힐스 골프장도 그중 한 곳이다. 서울 청담동과 역삼동에 있는 한식집과 고깃집을 이용했다고 한다. 로비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황이 제기된 곳은 청담동 한식집이다. 앞서 언급한 인사 이외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추가로 등장한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한식집에서 신삼길 명예회장, 곽승준 위원장, 이웅열 회장 등이 회동했다. 그 다음 달인 2월18일 (삼화저축은행은)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어 살아났다”라며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현재 ‘신삼길-이웅렬-곽승준’ 라인에 주목하고 있다.

 

▲ 지난 5월29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원 검사 무마 청탁과 함께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은진수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대검찰청에소환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 마당발 로비스트 박태규 

“사회 고위층 인사들과 격의 없이 만나는 마당발 로비스트였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박태규씨는 수사 초기 언론에 거의 노출이 되지 않았다. 박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캐나다로 도피했다. 그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에게 “영업을 재개하려면 내 이름이 나오면 안 된다”라는 말을 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후 하나 둘씩 실체가 드러나면서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섰다. 그의 과거 행적은 마치 무용담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의 상가에 박씨가 나타나자 문상객들이 왁자지껄 그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한 식당에서 경제 부처 장관과 술을 마시다 다른 부처 장관을 합석시켰다’ 등이 대표적이다. 정·관계는 물론 법조계까지 폭넓은 인맥을 지닌 ‘마당발 브로커’였다는 것이다.

박씨는 특히 주요 언론사 전·현직 간부들과도 교류가 활발했다고 한다. 언론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평소 치밀하게 인맥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부탁하는 것도 없어서 부담 없이 어울렸다”라고 전했다. 그의 이름과 함께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과 이동관 언론특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 명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이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다. 김실장은 중앙일보 정치부장과 수석논설위원, 이특보는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 정치부장을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과 조선일보 부국장을 각각 역임했다.

이석현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의 김양 부회장이 박씨를 보내 김두우 실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박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김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실장을 바꿔주자 김실장이 ‘얘기 잘 알았다’라고 했다는 것이, 검찰이 김부회장을 조사하면서 나온 얘기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씨가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각 5백억원씩 1천억원을 부산저축은행에 증자하도록 했고, 그 대신 박씨 소개로 부산저축은행이 포항에 있는 건설회사에 대출해주는 데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을 겨냥해 나온 이야기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의원 입장에서는 대가성 없이 지역 민원을 해결한 셈이 된다”라고 말했다.

박씨의 해외 도피를 두고 ‘출국 종용 세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확한 행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인 4월12일 출국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저축은행진상조사위원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출국 금지를 시켰어야 되는데 출국을 방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인터폴에 박씨에 대한 수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6월1일 자신의 사무실을 나서며취재진의 질문을 피하고 있는 김광수금융정보분석원장. ⓒ연합뉴스

▒ 기업 사냥꾼 이철수 

“대통령 측근 비리가 친·인척 비리로 바뀔 수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가 삼화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수씨(가명)가 검거될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이씨는 수사 초기에 도주해 자취를 감추었다.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에서 동시에 쫓고 있지만 번번이 체포에 실패했다.

삼화저축은행의 대주주이며 보해저축은행에서도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이철수 외에 다른 가명도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이씨는 기업 사냥꾼으로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자신의 돈은 들이지 않고 유망한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 자금을 빼가는 수법을 사용했다. 씨모텍과 제이콤이 대표적인 피해 기업이다.

씨모텍의 경우 올해 3월 회사가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이자 대표이사가 자살했다. 당시 제이콤은 이미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씨모텍과 제이콤은 이씨와 동업자가 2009년 7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세운 M&A 전문 회사 ‘나무이쿼티’가 인수했다. 이 회사의 대표가 이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사위 전종화씨였다. 전씨는 한동안 인수한 씨모텍의 부사장을 맡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010년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면서 씨모텍의 주가가 한동안 폭등했지만 사업 추진이 불발되자 주가는 급락했다. 그렇다 보니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이 그 밖에도 한둘이 아니다. 과거 동업자였던 관계를 놓고 볼 때 이씨가 검찰에 붙잡히면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씨를 어떤 식으로든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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