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태 소설가 (전남 담양)
“잃어버린 고향 문화 되살리려…”
[1091호] 2010.09.13 15:40:19(월) 안성모 기자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과 편안함을 주는 것은 자연이다. 한가위를 맞아 고향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야트막한 산과 너른 들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시사저널>은 추석을 맞아 팍팍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생명의 본향을 찾아 시골로 간 유명 인사들을 찾아보았다.
ⓒ연합뉴스
소설 <타오르는 강>의 저자 문순태 작가(69)가 살고 있는 곳은 오지이다.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 ‘생오지’이다. 아직도 버스가 들어오지 않고 눈이 오면 길이 막힌다. 마을에 그 흔한 가게 하나 없다. 휴대전화도 잘 안 터졌는데 요즘은 좀 나아졌다.
언론인 출신인 문작가는 1996년부터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2006년 정년 퇴직한 뒤 서울로 올라와 함께 살자는 자녀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고향에 남기로 결심했다. 그는 “고향 이야기를 소설로 쓴 사람이 고향을 떠나서야 되겠나. 고향 사람들의 삶 속으로 더 들어가서 그 삶을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그의 기억은 봄날 햇살처럼 따사롭다. 경제적으로 궁핍했지만 자연과 함께한 삶은 풍요했다. 학교가 멀어 오후 2시쯤 수업을 마친 후 걸어서 집에 도착할 때면 날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등·하교를 하면서 자연과 친해졌다. 그는 “꽃이라는 꽃은 다 따다 먹었다. 요즘에는 체험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경험이 소설을 쓰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생오지에 살지만 불편함은 없다고 한다. 산골이다 보니 아침 5시면 눈이 떠진다. 오전에는 산책을 하고, 개밥과 닭 모이를 주고, 글을 쓴다. 오후에는 사람도 만나고 장에도 다녀온다. 작품 활동도 왕성하다. 지난해 고향 마을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생오지 가는 길>과 중·단편 소설을 모은 <생오지 뜸부기>를 출간했다.
문작가는 10여 년 동안 소설 창작을 가르친 경험을 살려 창작 공간으로 마련한 ‘문학집 생오지’에서 후진을 지도하고 있다.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각각 25명이 매 학기 그에게서 소설 창작을 배운다. 그는 “서울에야 소설을 배울 곳이 많지만 지방에는 대학이 아니면 없다. 공부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 꽤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1년에 두 번 ‘생오지 문학제’도 연다. 글 쓰는 사람도 오고, 소리 하는 사람도 와서 마을 사람들과 한데 어울린다. 외부의 도움 없이 사비를 내고 회비를 걷어서 진행한다.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분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어서 좋다”라는 문작가는 “옛날에 소중하게 여겼던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데, 고향에 돌아와 이를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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