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신사임당’ 도안 놓고 벌어지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
[1011호] 2009.03.03 04:51:30(월) 안성모 기자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신사임당 초상이 담긴 5만원권 화폐 도안을 공개하면서 신사임당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신사임당은 아들인 율곡 이이를 국가의 동량으로 훌륭하게 키워낸 현모양처의 귀감으로 알려져 있다. 시문이 뛰어나 여러 편의 한시 작품을 남겼고, 섬세하고 정교한 화풍으로 당대를 대표하는 여류화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5백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신사임당이 ‘현모양처’라 해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논쟁의 초점은 과연 신사임당이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상인가하는 데에 맞추어진다. 화폐 도안 인물은 양성 평등 원칙에 따라 고르고 고른 끝에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행은 “어진 아내의 소임을 다하고 영재 교육에 남다른 성과를 보여 준 인물이다”라며 신사임당을 선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역시 ‘현모양처의 귀감’이라는 평가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화폐의 인물로 부적절하다고 반대하는 측도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임을 문제 삼는다. 주체적인 여성상이 아닌 ‘가부장제 속 여성상’이 오늘날 화폐를 장식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내놓는 인물이 유관순과 허난설헌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양측의 찬반논리에는 이념의 색채가 잔뜩 배어 있다. 남편을 정성스레 받들고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낸 보수적인 신사임당과 사회적 문제에 적극 나서 열혈여성의 기질을 발휘한 진보적인 유관순은 확연하게 대비된다. 화폐 도안에 오르는 인물에까지 보수와 진보의 이념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신사임당이 되살아나 자신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지금의 후세들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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