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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자승자박 ‘무모한 뚝심’의 끝은?

by 아나코스 2015. 3. 29.

리먼 인수 시도’로 뭇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

 

 
 [988호] 2008년 09월 24일 (수)  안성모 asm@sisapress.com  
 
 

ⓒ연합뉴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취임식’을 두 번 했다. 지난 6월11일 금융위원회에서 신임 총재 임명장을 받았지만노조의 시위로 은행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인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총재 대신 은행장으로 불러달라”라며 ‘은행장’으로 적힌 명함을 나눠주었다. 민영화가 되면 ‘총재’가 아니라 ‘은행장’이 맞지 않겠냐는 설명이었다. 이틀 뒤인 6월13일, 민총재는 공식 취임식을 은행 본점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민영화 전환’을 산업은행의 새로운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후 국회를 비롯해 주요 시중 은행은 물론 외국계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 등 국내외를 오가며 민영화 방안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일부 언론에서는 민총재의 이같은 행보를 ‘뚝심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민총재는 취임한 지 불과 100일 만에 사면초가에 놓인 신세가 되었다. 20여 년간 외국계 금융사에 재직하면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도 이름 날렸던 그가 산업은행으로 오기 직전까지 서울지점 대표로 일했던 리먼브러더스 인수 시도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거부당한 리먼은 결국 파산 보호 신청에 들어갔고, 이는 미국발 금융 위기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 정치권은 일제히 민총재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참 어이없는 발상이다. 자체 점검을 해서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고, 박종근 의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민총재는 끝까지 ‘뚝심’을 보였다. 지난 9월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받은 그는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해 ‘뻔뻔 대마왕’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사상첫 민간인 출신으로 산업은행의 수장이 된 민총재는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국책 은행 책임자’로 해임까지 거론되는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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