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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사법부, 재산반환 소송서 국유지 아니면 무조건 친일파 후손 손들어줘

by 아나코스 2015. 3. 25.

권성 헌법재판관 고법 시절, 이완용 증손 땅찾기 원고승소 판결


사법부, 재산반환소송 국유지 아니면 무조건 친일파 후손 손들어

 
2005-02-15 09:43 안성모 (momo@dailyseop.com)기자 
 
  
과거사 진상규명과 함께 한편으로는 사법부의 개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을 놓고 사법부의 판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에서는 2회에 걸쳐 친일파 후손의 재산 반환 소송을 사법부의 판결을 중심으로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재판부에서는 해당 토지가 명백한 국유지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사법부가 친일파 후손의 ‘조상땅 찾기’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친일파 관련 재산 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적극적인 법 해석은 회피한 채 법조문에만 충실한 ‘보수적 논리’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사법부에서 친일파 후손의 ‘땅 찾기’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친일파 후손이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친일파가 소유주로 되어있는 토지 현황을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이완용 증손 ‘승소’ 판결이 ‘판례’로 굳어져

 

민족문제연구소가 국회 법사위의 연구용역으로 조사한 ‘친일파 후손 재산반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 소송은 모두 31건에 이른다. 대표적인 매국형 친일파인 이완용의 후손이 17건으로 가장 많으며, 이근호 후손이 5건, 송병준 후손이 4건, 윤덕영 이재극 후손이 각각 1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1990년대 중반부터 소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 1990년 이전에는 1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0년대에 23건, 2000년 이후에는 7건의 재산반환 소송이 법원에 접수되었다.

이와 같이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 소송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데에는 1997년 이완용의 증손이 재산반환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권성)에서 이완용 증손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세운 판결취지가 이후 친일파 관련 재산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이끄는 일종의 판례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승소를 예상한 친일파 후손들이 ‘땅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사법부 “친일파라 해도 재산권 보호 받아야 한다” 논리

 

당시 권성 재판장 등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반민족행위자나 그의 후손이라고 해서 재산에 대한 법의 보호를 거부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친일파라 하더라도 재산권 보호를 일반인과 똑같이 평등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또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고 그 재산을 몰수하는 등의 조치를 규정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1951년 2월 14일 시행 3년여 만에 폐지된 점을 들면서 “합당한 법률을 장구한 세월이 흐르도록 국회가 제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에 와서 소급하여 과거의 일을 정의 관념만을 내세워 문제삼는 것이 오히려 사회질서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입법부인 국회로 그 책임을 돌렸다.

이 재판 결과는 이후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 소송 재판 과정에서 전범(典範)과 같이 인용되는 판례로 이용되어 왔다. 특히 2003년 친일파 이재극 관련 소송에서는 1심에서 원고패소가 되었던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인 이재극 손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는데 인용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이선희)는 1심에서 예외적으로 반민족행위로 얻어진 재산은 국가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소를 각하 판결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상급심의 파기환송으로 인해 판결취지가 퇴색되고 말았다.

 

“매국 행위 대가로 축적한 재산까지 보호받아야 하나” 비난 높아

 

결국 사법부가 친일파 후손의 재산환수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던 주된 근거는 ‘사유 재산의 법적 보호’에 있다. 하지만 매국 행위로 형성한 재산의 사적 소유권까지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백동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이완용 송병준 등 매국형 친일파의 경우 일제침략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비자금과 은사금으로 재산을 축적한 것”이라며 “매국 행위의 대가로 형성한 이러한 재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매국 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해주자는 논리와 다를바 없다”고 꼬집었다.

백 연구원은 “그 동안 사법부에서 법조문 하나하나에 매달린 채 보수적인 시각으로 판결을 내린 경향이 강했다”고 지적하며 “현재 사법부에서 관련 법률이 없다며 입법부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해 더 이상 친일파 후손들이 자신들의 조상이 매국의 대가로 축적한 재산을 상속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친일파 후손의 승소 판례로 활용되고 있는 1997년 이완용 증손의 재산환수 소송 2심 판결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 권성 재판장은 한나라당 추천으로 2000년부터 현재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 당시 ‘관습헌법’ 논리를 제공한 재판관 중 한 명이며, 앞서 대통령 탄핵 판결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한 의원으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의미하는 인용 결정을 내린 3명의 재판관 중 한 명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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