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 “연합정당 결렬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큰 손실”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승인 2020.03.31 10:00 호수 1589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려고 했던 ‘정치개혁연합’이 결국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선거법 개정 취지에 맞게 사표를 방지하고 소수 정당 의석 확보에 나서겠다는 당초 계획도 무산됐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비난했던 민주당은 친문 인사들이 주도한 ‘미래를 위하여’를 선택해 사실상 위성정당이나 다름없는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했다.
정치개혁연합을 이끌었던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비선 실세’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처음부터 계획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하 위원장은 3월2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양 원장이 비선 실세인 건 이번에 분명히 드러난 것 아니냐”며 “민주당 전체가 아니라 양 원장을 포함한 일부가 기획을 했고 원래 계획대로 가자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될 때까지는 기대가 있었다. 정책선거가 되고 여러 정당 간 경쟁도 실질화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등장하고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가지게 되면서 선거판이 이상해졌다. 선거법 개정의 취지에 전혀 안 맞는다. 마지막 방법으로 연합정당을 해 보자고 결의했던 건데 잘나가다가 민주당이 말아먹었다.”
정치개혁연합이 2월28일 출범한 후 3월13일 민주당 전 당원 투표가 있을 때까지 어떤 협의가 있었나.
“소통을 계속했다. 2월28일 민주당 대표비서실을 통해 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김성환 비서실장을 통해 진행 상황을 전달받았다. 3월5일쯤 상당히 긍정적인 메시지가 왔다. 우리가 제안한 내용을 거의 다 받았다. 소수 정당에게 (비례대표) 앞자리 순번을 주고, 연합정당 이름도 소수 정당들의 입장을 고려해 당 이름을 병기하는 형식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거다. (민주당) 당원 총투표로 가는 과정도 순탄했다. 이때까지는 문제없이 잘될 거라고 봤다.”
협상이 삐걱한 건 언제였나.
“3월13일에 있은 민주당 당원 총투표 며칠 전부터 이상 기류를 감지했다. 양정철 원장이 (협상자로) 나온 거다. 다른 당 인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양 원장이 자기한테 민주당은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하기로 했다는 거다. 깜짝 놀랐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당원 총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할 시점이었다. 그때는 ‘그럴 리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민주당과 논의 과정에서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확인을 했나.
“공식 루트로 물어봤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냐. 그러니까 사실이 아니고 민주당은 (시민을 위하여와)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정도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양 원장 이름이 나왔다. (양 원장이) 여기저기 전화를 한 거 같았다. 그래서 ‘아 이거 좀 이상하다’ 싶었다. 민주당 당원 총투표 통과 시점에 ‘그러면 앞으로 소통 채널이 어떻게 되느냐’ 하니까 ‘윤호중 사무총장 아니면 양 원장이 될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당원 총투표 통과되자마자 양 원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양 원장이 자기하고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협상권을 위임받았다고 이야기하더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양 원장이 위임을 받았으니 만나자고 했는데, 다음 날(3월14일) 전화로 ‘플랫폼을 통합해야 한다. 17일까지 통합해 달라’고 했다.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였다. ‘(시민을 위하여와) 통합이 안 되면 자기들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왜 통합에 어려움이 있는지 이야기했다. 함께할 정당들과 시민사회가 시민을 위하여를 ‘친문·친조국’으로 편향됐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거다. 그렇게 (통합) 되면 총선에서 또 조국 프레임이 형성되지 않느냐는 점에서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양 원장을 만나서는 어떤 논의를 했나.
“토요일(14일) 전화 통화에서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 월요일(16일)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만나서 이야기한 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시민을 위하여와 단순 통합을 하면 정치적으로 ‘친문·친조국’ 프레임에 갇힐 수 있고 위성정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정치개혁연합을 플랫폼으로 하되 시민을 위하여와 같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했다. 그러자 논의해 보고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하더라. 그날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지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또 하나 쟁점은 참여 정당에 관한 거였다. 우리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3년 이상 활동한 6개 정당에 제안을 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한 정당과 먼저 논의하고 그다음에 확대를 하자. 신생 정당을 바로 연합정당에 참여시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정당들은 아직 활동으로 검증된 게 아니니까. 그런데 양 원장은 신생 정당까지 거론했다. 물론 어느 정당까지 참여시킬지는 협의해 봐야 하지만 검증된 정당이어야 하지 않겠느냐 정도까지 이야기를 했다. 역시 논의해 보고 연락 주기로 했는데, 다음 날(17일) 양 원장이 전화로 자기들은 개문발차하며 시민을 위하여와 하기로 했다고 하는 거다. 원외 정당 몇 개와 같이한다고 해서 어느 정당이냐고 물으니까 말을 안 해 주더라. 그런데 오후에 바로 발표가 났다. 황당했다.”
그 후로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나.
“원로들께서 (민주당) 최고위원이나 의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하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부터 생각이 든 게 민주당이 3월13일(당원 총투표일) 이전부터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하려고 했다는 거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건 처음부터 계획된 거 아닌가. 연합정당 포장지를 잠깐 씌웠는데 처음부터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닌가. 3월17일 통보를 받으니까 퍼즐이 맞춰지더라.”
민주당이 사전에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할 계획을 세워뒀다는 건가.
“민주당 전체가 아니라 양 원장을 포함한 일부가 기획을 했고, 시민을 위하여에 같이할 거라고 확약을 했고, 정치개혁연합이 생기면서 약간 연합정당을 하려는 듯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가자고 결정을 내린 거다. 민주당 공식 의사 결정 구조에서는 그런 적 없다.”
양 원장이 어떻게 협상권을 위임받았을까.
“어떻게 된 건지 다는 알 수 없지만 양 원장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것 같다. 지난해 말부터 시민을 위하여 창당 준비 작업이 진행된 걸로 안다. 당연히 양 원장 쪽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개입돼 있었을 거다. 지금 보면 그게 위성정당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결정을 양 원장이 했다는 건가.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은 윤호중 사무총장이 하는 게 맞다. 사무총장이 대표성이 있고 공천 같은 중요한 일을 총괄하는 거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은 윤 총장이 하고 실질적인 협상과 의사 결정은 양 원장이 한 거다. 양 원장이 핵심 실세이자 비선 실세라는 게 이번에 너무 분명하게 드러난 것 아닌가.”
민주당의 결정이 현 정권에 도움이 될까.
“선거제도가 바뀌었고 취지를 실현하는 게 민주당의 올바른 방향이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성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최대 제도 개혁 성과는 검찰 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인데, 문 대통령의 성과를 지키는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훼손하는 쪽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졌고, 당의 공식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아니라 일종의 비선 실세가 좌지우지하는 행태를 보인 거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진보정당들과 협치가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집권 후반기를 이끌고 나가는 데 좋다. 소수 정당, 시민사회와 관계가 안 좋아지고 신뢰가 깨지는 게 좋은 일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큰 손실일 수 있다.”
총선 후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개정된 선거법을 다시 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당연히 나올 거다.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거대 양당이 야합해서 과거로 후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민사회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소수 정당이 의석을 좀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지금으로서는 유권자들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라 소수 정당에 투표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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