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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야당 ‘종북從北’ 공세에 文 ‘안보 강화’ 맞불

by 아나코스 2017. 5. 25.

文 대통령 첫 인사부터 ‘안보관’ 공격 받아…국가안보실 확대, 외교·안보 인선 ‘신중’으로 대응

 

안성모 기자 ㅣ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4(수) 14:43:34 | 1440호


“유세를 다니면서 문재인 후보의 여러 안보관을 비판했는데,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불안하게 느끼는 안보관을 해소해 달라.”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5월10일 오전,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정 대표는 당선 축하의 덕담을 건네면서도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는 ‘불안’ 딱지를 붙였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가장 공격을 많이 받은 분야가 안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대통령을 ‘친북 좌파’로 규정하면서 선거 기간 내내 그의 안보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홍 후보는 선거 막바지까지 “이 나라가 친북 좌파의 나라가 되도록 만들지 않겠다”며 “보수 우파 세력이 재결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왼쪽부터)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임종석 ‘주사파 출신’, 서훈 ‘대북관 위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문제 삼았다. 유 후보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사실상 반대하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며 “대북관·안보관에 대해 늘 불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공격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자유한국당은 안보 공세를 쏟아 부었다. 문 대통령의 첫 인사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임명부터 문제 삼았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인 임 비서실장에 대해 “주사파 출신으로 알려졌다”며 “1989년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 사건을 진두지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6개월간 복역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또 “이번 대선에서 북한 청년일자리 만들기 정책이라고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과 관련해 과거 개성공단지원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주사파 출신이자 개성공단 추진자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다”고 주장했다.

 

역시 첫 인사로 단행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내정을 두고도 공격에 나섰다. 두 가지 측면에서였다. 먼저 서 후보자의 대북관이다. 정우택 대표는 5월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지난해 한 계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 정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핵을 자기 체제의 생존과 동일시한다거나 선(先) 비핵화는 북한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서 후보자의 이러한 선 김정은 체제 보장, 후(後) 비핵화 추진 발언은 도저히 국정원장이라는 공직과 맞지 않는 위험하고도 부적합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서 후보자 내정이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 후보자는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했다.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특사 역할을 한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수행해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협상을 벌이는 등 남측 실무자 역할을 했다. 2006년 10·4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국정원 3차장으로서 북한 내 인맥을 활용해 실질적인 조율사 역할을 했다.

 

정 대표는 “서 후보자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때마다 핵 개발은 이제 끝났다, 완전히 해결됐다는 식으로 우리는 속아왔고 남북 교류와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핵 개발 자금을 지속적으로 퍼줬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 후보자의 국가관과 안보관, 그리고 대북관을 심도 있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가안보실 위상 확대, 외부 권력 개입 차단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안보 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자신의 ‘안보관’을 두고 “불안하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되자 작심한 듯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요직에서 활약한 인사들을 비롯해 전직 외교관과 장성, 학자들로 외교·안보 분야에 폭넓은 진용을 구축했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핵심 브레인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안보상황단장을 맡았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인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도 안보상황단 부단장으로 활약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은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와 간사를 맡은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가 핵심 역할을 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육군 대장 출신 백군기 전 의원,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등 ‘더불어국방안보포럼’에 참여한 전직 장성들이 활약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국방·안보 분야 관련자 1000명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투표일을 2주가량 남겨둔 4월2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안보를 장사밑천으로 다루면서 제대로 된 국가관·안보관이 없는 가짜안보 세력과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입성 후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폐지가 아닌 확대를 지시했다. 대선 기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 국가안보실을 폐지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존의 비서실장 산하에 있던 외교안보수석까지 국가안보실로 통합해 1·2차장 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1차장이 안보전략, 국방개혁, 평화군비통제 담당비서관을 관할하고, 2차장 아래에 외교정책, 통일정책, 정보융합, 사이버안보 담당비서관을 두는 형태다. 국가안보실의 위상과 역할을 확대해 외부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가안보실장 인선이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 중 하나가 위상이 높아진 국가안보실을 책임질 적임자를 찾는 데 신중을 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 인선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 후보자의 경우 ‘1980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 입사해 28년 동안 근무한 정통 국정원맨’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대북관·안보관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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