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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문화

김영사 사태...연이은 폭로와 소송 어떻게 결말날까

by 아나코스 2016. 8. 30.

 

 

2라운드에 돌입한 ‘김영사 사태’…전·현직 대표 피고소인 신분 바뀌어

 

안성모·조해수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7.25(월) 10:29:43 | 1397호

 

딱 1년 전의 일이다. 지난해 7월말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될 무렵 출판업계를 발칵 뒤집을 사건 하나가 터졌다.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김영사의 박은주 전 사장이 창업주인 김강유 회장을 350억원 규모의 배임 및 횡령, 그리고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업계 최초의 여성 CEO(최고경영자)로 ‘출판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사장은 2014년 5월말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둬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로부터 1년2개월 뒤 “김강유 회장이 김영사를 사금고처럼 운영했다”는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이른바 ‘김영사 사태’ 1라운드의 시작이었다.


시사저널은 제1346호(2015년 8월4일자)에서 박 전 사장 측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박 전 사장 측에서 김 회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것들을 살펴봤다. 요약하면 ‘김 회장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김영사 자금 35억원을 빌려주고 금융권에 보증을 서게 해 손실을 끼쳤고, 출근도 안 하면서 본인 월급 등의 명목으로 36억원을 받아갔으며, 박 전 사장에게 보상금 45억원을 준다고 속여 박 전 사장 소유 회사 주식과 가회동 사옥, 그리고 퇴직금까지 모두 포기하게 하는 식으로 285억원 상당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영사 김강유 회장(왼쪽)과 박은주 전 사장


‘횡령’ 혐의와 ‘교주’ 논란


시사저널은 또 용인에 위치한 김 회장 소유의 백성농장을 직접 찾아가 그를 둘러싼 종교 논란의 진위를 추적했다. 박 전 사장은 농장 내 법당을 운영하는 김 회장을 ‘교주’, 법당에서 《금강경》 공부를 하는 회원들을 ‘신도’라고 지칭해 또 다른 파장을 불러왔다. 박 전 사장은 “1984년 6월부터 2003년 5월까지 20년간 월급과 주식 배당금 등 36억원을 보시금이라는 명목으로 갖다 바쳤다”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의 이 같은 주장은 가뜩이나 무덥던 그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김영사가 회사 차원에서 반박에 나섰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특히 김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자 이런저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2015년 11월24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김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시 한 달여 뒤인 12월22일 시사저널은 김 회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제1368호 참조).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진흙탕 싸움이 될 것 같아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사장이 일방적인 폭로를 했다”며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인 김영사지만 그동안 창업주인 김 회장의 경우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워낙 베일에 싸여 있다 보니 의혹이 더 증폭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회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일상적으로 해왔다”고 반박하면서 “직접적인 경영은 박 전 사장이 했지만 사장을 감독하고 큰일을 결정하는 게 회장이 하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이 ‘김영사 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박 전 사장은 행동형 실무자였다. 아이디어를 내는 쪽이 아니었다”며 “내가 아이디어를 내거나 외부에서 들어왔을 때 이런 것을 구체적인 지시에 의해 실천하는 역할이었다. 직책 때문에 박 전 사장 이름으로 나간 거였는데 자신이 기획하고 제안해 책을 냈다는 식으로 과장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영사 사태가 논란을 불러온 이유 중 하나는 종교와 관련된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무소불위의 부처님 행세를 한 사람’이라며 자신을 ‘교주’라고 지칭한 데 대해 “박 전 사장이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니까 종교를 물고 늘어진 것 같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사장이 세월호 참사에 편승해 ‘사이비 교주’라는 식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내가 만약 교주였다면 10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가만히 내버려뒀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강유 회장 ‘무혐의’ 처분


김 회장의 배임 혐의 근거는 형이 운영해온 한국리더십센터에 김영사가 수십억원을 대여해주고 또 보증을 서줬다는 데 있었다. 구체적으로 △2008년 10억원 대여 △2012년 국민은행 차입금 10억원 지급보증 △2013년 오투저축은행 9억원, 비에스저축은행 25억원 대출 연대보증 △2013~14년 신한은행 대출 6억원 연대보증 △2014년 은행권 대출금 35억원 대위변제 △2014~15년 6억6000만원 대여 등이다.


횡령 혐의는 김 회장이 1994~2014년 김영사에서 실제 업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2005~14년까지 7억570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고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해 7억43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게 하고 △카드 결제대금 및 개인 차량 리스료로 5억원 상당을 대납하게 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또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김영사 가회동 사옥 임대료를 4억원씩 총 8억원을 증액한 다음 이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사기 혐의의 경우 2014년 9월22일 박 전 사장이 서울시 서초구 한 호텔에서 김 회장과 만나 합의한 내용과 관련돼 있다. 김 회장이 박 전 사장이 김영사와 관련한 권리를 포기하면 45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는 박 전 사장이 △시가 200억원 상당의 가회동 사옥 소유권 △35억원 상당의 퇴직금 △시가 40억원 상당의 김영사 주식 △시가 10억원 상당의 월드김영사 주식 등 285억원 상당의 재산상 권리를 포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약속한 45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편취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일단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회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 이유로 배임 부분의 경우 △한국리더십센터의 지분을 김영사가 보유하고 있고 △대여와 연대보증 및 대위변제 당시 충분한 채권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들었다.


횡령 혐의의 경우 △2014년 4월5일자 각서 등에 의하면 박 전 사장이 가회동 사옥의 실소유주가 김 회장임을 인정하고 있고 △1994년 가회동 사옥 거래 당시 중개인인 소아무개씨도 실질적인 매수인은 김 회장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무혐의 이유로 들었다.


사기 부분의 경우 2014년 9월22일 작성한 합의서에 45억원 지급에 관한 내용이 없었는데 이러한 고액의 합의 조건이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라는 게 주된 이유로 거론됐다. 김 회장과 구두로 약속했다는 박 전 사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박 전 사장은 서울지검의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고검에 항고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는 서울고검의 결정도 인정할 수 없다며 대검에 재항고를 신청한 상태다. 박 전 사장은 “검찰의 수사가 미진한 부분도 있고 사실을 오인한 부분도 있다”며 “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사 성장과 비리 의혹 놓고 ‘다른 말’


김 회장과의 인터뷰 후 시사저널은 김영사 이사회에서 작성한 ‘박은주 전 사장의 실체와 비리’ 관련 문서를 입수했다. 여기에는 김영사 내부 감사 결과 박 전 사장이 배임 및 횡령을 한 비리 사실이 적발됐다며 그 내역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김 회장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이었다.


최근 김영사는 이를 근거로 박 전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1년 만에 피고소인이 김 회장에서 박 전 사장으로 바뀐 것이다. 김영사 사태가 2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고소 내용을 요약하면 ‘박 전 사장 등 3명이 허위로 회계 처리를 하거나 회계 처리 없이 무단으로 김영사 돈을 횡령했고, 월드맥스원 등 박 전 사장 혹은 지인이 설립한 회사에 부당한 이득을 안겨준 배임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공격과 수비 상황이 바뀌었지만 쟁점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회장과 박 전 사장에게 제기된 혐의는 서로 맞닿아 있다. 자신을 향한 칼날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상대에게 칼날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박 전 사장의 횡령 혐의 부분은 △2007 ~11년 허위 회계 처리를 통해 약 10억9000만원, 2007~12년 회계 처리 없이 약 18억2000만원 사용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 및 퇴직금으로 약 5억1000만원 사용 △ 개인 건물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건물 공사비를 회삿돈으로 사용 △다른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자문료 등 명목으로 회삿돈 사용 등이다.


배임 혐의의 경우 월드맥스원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김영사가 출판하는 모든 서적의 유통과 영업 업무를 독점적으로 대행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거론했다. 2010~14년 총 43회에 걸쳐 약 32억40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사실상 박 전 사장의 회사인 월드김영사가 김영사의 수익부서인 체험학습 사업부문을 이전받은 것도 문제로 삼고 있다.


반면 박 전 사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전혀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 일조한 확인서와 합의서가 이번에는 박 전 사장의 횡령·배임 혐의의 근거로 제시됐다. 2014년 4월15일 박 전 사장이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비리 내역이 담긴 ‘확인서’와 그해 9월22일 양측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서명한 ‘합의서’가 대표적이다.


박 전 사장은 4·15확인서의 경우 김 회장이 회장실로 불러 무조건 서명하라고 협박해 이름과 날짜를 쓰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9·22합의서의 경우 서면 합의와 함께 구두 합의도 했다고 주장했다. 서면으로는 박 전 사장이 가회동 사옥, 퇴직금, 김영사와 월드김영사 주식 등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구두로는 김 회장이 압류 중인 박 전 사장의 부동산 3건을 해지하고 합의금 45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김 회장과 박 전 사장이 다시 함께 걷기는 힘들어 보인다. 두 사람은 국내 출판계에서 단행본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김영사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박 전 사장 명의로 돼 있던 가회동 사옥과 김영사 주식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2라운드에 접어든 김영사 사태가 어떤 결과를 낳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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