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 재만씨 장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
1000억원대 와이너리 거래 과정 등 의혹
안성모 기자 | 승인 2013.08.29(목) 18:00|1245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자금을 사돈이 대신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물론 당사자들의 증언이나 이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외부로 드러난 적은 없다. 하지만 ‘전두환 비자금’과 ‘사돈’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검찰 특별환수팀이 전 전 대통령의 ‘처가’ 다음으로 ‘사돈’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전 전 대통령의 사돈 중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셋째 아들 전재만씨의 장인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이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옛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 집안과도 사돈 관계다. 둘째 딸 이유경씨가 신 전 회장의 동생인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의 아들 신기철씨와 결혼했다. 셋째 딸 이미경씨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 조현준 사장과 결혼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전두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1995년 검찰 수사 때도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이 사돈을 맺은 직후였다. 전재만씨는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5년 4월23일 연희동 자택에서 이 회장의 맏딸 윤혜씨와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 회장은 사위에게 ‘결혼 축하금’ 명목으로 160억원 규모의 채권을 건네줬다. 당시 검찰은 이 채권의 경로를 추적해 ‘114억원의 실소유주가 전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입증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국세청을 통해 증여세 명목으로 62억원을 추징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에 있는 포도밭(왼쪽 사진). 전재만씨(왼쪽)와 이희상 회장. ⓒ 다나 이스테이트 와이너리
수상한 거래 흔적 발견
전재만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딩도 장인인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하 4층에 지상 8층인 건물은 시가로 100억원대에 이른다. 이 빌딩을 소유하기까지의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건축 허가가 1994년 6월에 났는데 건축주가 전재만씨 본인이었다. 당시 24세였던 그는 대학 2학년으로 이윤혜씨와 결혼하기 전이다. 이 빌딩은 1995년 7월에 착공돼 1996년 11월 완공됐다.
수상한 거래의 흔적도 발견된다. 1998년 1월 이 건물의 소유주가 김 아무개씨로 넘어갔다가 4년이 지난 후인 2002년 5월 전재만씨가 다시 인수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1997년 4월 전 전 대통령의 대법원 확정 판결 후 추징금으로 징수될 위험을 피하려고 제3자에게 명의를 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건축 비용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근저당 설정도 의문을 갖게 한다. 이 건물은 2006년 12월 채권 최고액 30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가 2011년 9월에 해지됐다. 근저당권자가 이 아무개씨였는데 그는 전재만씨 장인 회사의 임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원은 물론 계열회사인 한국산업·대산물산·동아푸드 등 여러 회사에서 감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근저당 설정 당시 이씨의 주소지는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였는데, 2000년 10월 세금을 못 내 구청으로부터 집을 압류당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30억원에 이르는 근저당을 설정할 정도로 큰돈을 이 회장의 사위에게 빌려줬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동아원은 그룹의 뿌리가 된 한국제분이 48.35%의 지분을 갖고 있고, 개인으로는 이 회장이 8.23%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제분의 지분 31.09%도 이 회장이 갖고 있어 사실상 그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회장의 아들 건훈씨가 2.96%를 소유하고 있으며, 윤혜씨가 1%, 전재만씨가 0.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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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너리 농장 자금 출처는?
동아원그룹은 상장사인 동아원 이외에 29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10개 회사가 해외법인이다. 이 중 3개 법인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와 관련된 회사다. 동아원은 2004년 6월에 미국 법인 고도(KODO)를 세웠고, 고도는 2005년 3월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s)를 설립해 와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재용씨가 167억원의 괴자금으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다. 동아원은 이때부터 매년 수백억 원씩 총 782억원을 고도에 투자해 포도 농장과 와이너리 매입 비용에 사용했다.
현재 고도의 자산 총액은 1169억원에 이른다. 와이너리인 다나 에스테이트의 가치도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동아원이 고도를 통해 포도밭 등을 매입하는 비용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와인 사업을 할 때 보통 포도밭 구입 등에 필요한 자금은 70% 이상 융자를 받는데 동아원은 아무런 대출 없이 자기 자본만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동아원의 2012년 매출액은 6110억원이며 단기순이익은 10억4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와인 사업에 투자된 거액의 뭉칫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와이너리의 실소유주가 전재만씨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아 온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환수 논의가 활발하던 지난 3월 중순 매매가가 50억원에 이르는 다나 에스테이트 소유의 고급 주택이 매물로 나온 것을 두고도 전재만씨가 재산을 처분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재만씨 명함에 Proprietor(소유자)라고 기재돼 있는 것은 “와인 산업의 특성상 와이너리 소유자들끼리 교류하는 경우가 많아 대외 영업과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그렇게 기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도밭 등을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데 대해서는 “고급 와인 사업은 매출 발생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자 비용 등 금융 부담을 줄이자는 경영상 판단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원 관계자는 갖가지 의혹에 대해 “오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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