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4천억원대 초대형 ‘통합 물 관리’ 프로젝트
[1216호] 2013.02.07 18:01:18(월) 안성모 기자
“왜 아무도 나에게 상세히 보고하지 않았느냐.”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사업 공사의 부실이 크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제대로 보고 하지 않은 데 대한 추궁으로 해석된다. 이대통령이 이렇게 화를 낸 이유는 태국의 ‘통합 물 관리’ 사업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 피해가 극심한 태국의 통합 물 관리 사업은 12조4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도 이 사업의 수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8월 중순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이 태국을 방문해 ‘한-태 수자원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가 하면, 같은 해 11월10일 이대통령도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나 이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특사를 맡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잉락 총리를 만나 통합 물 관리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이 자리에는 강창희 국회의장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신 전 태국 총리가 2011년 11월22일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이포보 공도교 위에서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탁신 전 총리와의 친분에 매달려
이처럼 태국의 통합 물 관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주에 성공할 경우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와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한 컨소시엄은 최소한 3조원 이상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현 정권이 추진한 사업 중 최대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인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4대강 사업의 노하우를 수출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오는 4월에 최종 결정이 날 예정인데, 현재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수출 길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4대강 사업이 총체적인 부실로 판명 났다”며 4대강 복원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해외 수출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검토가 필요하다”며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태국 수출 지원에 비판적인 환경단체 활동에 대해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 행동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잉락 총리의 친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역할이다.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망명 생활을 하고 있지만 태국에서 탁신 전 총리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태국의 통합 물 관리 사업 수주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지난 2011년 11월 탁신 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이후로 알려져 있다. 탁신 전 총리는 방한 중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태국에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렇게 물난리 피해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보도자료를 내고 행사 안내를 맡았는데, 탁신 전 총리의 방한을 주선한 이는 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이었다. 이회장과 탁신 전 총리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회장이 이 사업의 수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이명박 정부가 탁신 전 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이회장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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