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불명’ 김연아 동상 제작에 분노
<시사저널> 보도 이후 파문 확산
[1197호] 2012.09.25 13:01:32(월) 안성모 기자
군포시의 ‘김연아 동상’. ⓒ 시사저널 이종현
5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간 군포시의 ‘김연아 동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암묵적으로 형성되어온 이른바 ‘조형물 암시장’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겠다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군포시 비리 진상 규명 시민대책위원회’(군포비리대책위)는 조만간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주한 조형물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지역의 시민단체가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선 이유는 ‘김연아 동상’을 조사하면서 이 조형물이 얼마나 엉터리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제1189호(2012년 7월31일자)에서 ‘군포시가 김연아 동상을 설치하면서 들인 비용이 일반적인 조형물 설치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많다’는 점을 보도했다. ('논란 휩싸인 5억짜리 김연아 동상') “1억원이면 충분히 만들고도 남으며, 5억원이면 세계적인 작가에게 맡겨도 될 정도의 비용이다”라는 지적이다. 본지의 보도 이후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조각가 권씨, 설계에서 시공 ‘원맨쇼’
최근에는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는 조각가 권 아무개씨가 ‘마스터 플래너’(총괄계획가)라는 직책을 맡아 사실상 사업의 전권을 쥐게 된 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권씨는 디자인과 설계는 물론 시공에까지 관여하면서 거액의 돈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의심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예산 책정을 위해 받은 견적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군포시에서 작성한 해당 용역 설명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생산자 및 제조업체의 견적서를 받아 그중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확인 결과, 실제 3개 업체가 견적서를 내기는 했다. 그런데 가장 낮은 가격으로 군포시에 채택된 견적서는 권씨의 부인 김 아무개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 업체의 것이었다. 해당 견적서에 적힌 사업장 주소지는 권씨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었다. 나머지 두 업체의 경우도 주소가 권씨 부부 집과 같은 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자체가 제작이 불가능하게 이루어져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아 동상’은 크게 인물상과 지구 형상, 기둥으로 나뉜다. 그중 인물상의 경우 청동 주조로 제작되는데, 두께가 2mm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청동 주조를 그렇게 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복수의 조형업체들은 “청동 주조 2mm는 불가능하다. 3~5mm는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구 형상도 설계상 주조로 되어 있는데 역시 제작 자체가 힘들어 실제로는 밴딩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설계가 엉터리로 작성된 것에 대해 결국 특정 업체에 작업을 맡기기 위해서였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권씨가 시공업체로부터 인물상과 지구 형상을 제작하는 하청을 받은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상 사업 총괄 책임자로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그가 1억6천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공사를 맡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군포비리대책위가 업체들을 통해 알아본 ‘동상 제작 견적 내역’에 따르면 총 제작비는 운반 및 설치까지 포함해서 4천100여 만원이었다. 실제 ‘김연아 동상’에 들어간 비용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권씨는 “일반적으로 견적서가 필요하면 아는 회사로부터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견적을 받기가 힘들다.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은, 시공 업체가 만들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해서 한 것이다. 강압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편 군포시는 당초 ‘김연아 동상’을 세 곳에 설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포시가 추진하려던 ‘주요 관문 경관 조성 사업’에 따르면 ‘김연아 동상’은 모두 세 개이며 총 예산액은 15억6천만원이었다. 현재 조형물이 있는 곳 이외에 군포교 인근 군포시 진행 방향, 케피코 앞 군포시 진행 방향 두 곳이다. 2012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개씩 조성하려고 했지만, 시의회가 제동을 걸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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