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엘에셋, 대형 개발 사업 잇따라 추진
실적은 빈약해 매출보다 이자 비용이 더 많이 나가
[1179호] 2012.05.24 18:17:48(월) 안성모·조해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씨는 아버지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도마에 오르곤 했다. 다섯 살 위인 장남 전재국씨가 중견 출판사인 시공사를 비롯해 여러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업가로 자리를 잡아온 반면, 전재용씨는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다 보니 재산 형성과 관련한 의혹은 형보다 동생 쪽으로 더 쏠리는 분위기이다. 실제 전재용씨는 아버지에게서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어 2007년 6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8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그의 부동산 사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씨는 현재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주식회사 비엘에셋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배우 출신의 부인 박상아씨가 감사로 있는 이 회사는 지분 100%를 전씨 부부와 그 아들딸들이 나눠 가지고 있는, 말 그대로 ‘가족 회사’이다. 박씨의 어머니인 윤 아무개씨와 동생인 박 아무개씨도 2011년 4월까지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윤씨는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전씨 부부의 미국 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9개 저축은행에서 3백억여 원 차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인 전재용씨가 대표로 있는 비엘에셋 사무실 건물(ⓒ 시사저널 유장훈). 오른쪽 인물 사진은 위가 전재용씨(ⓒ 시사저널 이종현), 아래가 박상아씨.
자본금은 5억원에 불과하지만 비엘에셋의 사업 규모는 상당하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자산 총계가 4백27억2천여 만원에 이른다. 2008년 재개발이 결정된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일대의 토지와 건물을 대거 매입하면서 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경영 실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자산 규모가 커진 만큼 부채 규모도 눈덩이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11억4천여 만원인 데 반해, 이자 비용만 해도 48억여 원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전씨는 무슨 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사업을 진행해나가고 있는 것일까. 일단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비엘에셋이 9개 저축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은 모두 합해 3백1억7천여 만원에 이른다. 이 차입금의 담보를 위해 약속어음 3백25억원과 65억원을 제공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전씨의 외삼촌인 이창석씨가 100억원 가까이 돈을 댔다는 점이다. 2011년 말 현재 이씨로부터 단기 차입된 금액은 81억5천여 만원이며, 미지급 비용이 13억3천여 만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인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이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조카의 회사에 이처럼 큰돈을 빌려준 것은 단순히 투자 차원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한회사 에스더블유디씨도 단기 차입금으로 43억3천여 만원을 투입했다. 에스더블유디씨는 2004년 1월 이씨가 서원밸리 골프장 회원권 1백42장을 매입하면서 설립한 회사이다. 최근 이 골프장 회원권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매입 당시 자금 1백19억원의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전재용씨 부부가 이 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씨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위치한 자신 소유의 땅을 헐값에 넘겨 전씨가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가 2006년 12월 양산동 땅 절반가량을 건설업자인 박 아무개씨에게 5백억원을 받고 팔았는데, 나머지 땅은 전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2010년 11월22일자로 발행한 제1101호에서 비엘에셋이 장부 가액 50억원인 토지를 선수금 60억원을 포함해 4백억원에 매각해 3백50억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땅의 매수인은 한 부동산 사업 시행사였는데, 2006년 이씨로부터 양산동 땅 절반을 매입한 박씨의 회사였다. 건설업자 박씨는 이전부터 이씨와 잘 아는 사이였고, 동갑인 전씨와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땅 전체를 한꺼번에 박씨에게 팔 수 있었는데도 조카인 전씨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매매 단계를 하나 더 거치도록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챙길 수 있었던 수백억 원의 돈이 전씨의 몫이 된 셈이다. 국세청이 이씨와 전씨의 땅 거래를 사실상 증여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이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땅의 실소유주가 애초 이씨가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 토지는 최종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0년 매수인의 중도금 미지급을 이유로 매매 계약이 해지되면서 비엘에셋은, 땅은 그대로 보유한 채 계약금 60억원만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기게 된 것이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한 전재용씨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지난 5월17일 오전과 오후 비엘에셋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비엘에셋측은 “전재용 대표가 외부 일정이 많아 언제 회사에 돌아올지 알 수 없다”라며 연락처를 남기면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고 5월18일 다시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하자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이날 오후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으면 전씨의 입장을 싣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비엘에셋측으로부터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
전재용씨 부부가 빌라 시세 떨어뜨렸다?
ⓒ 시사저널 유장훈
전재용·박상아 부부는 현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준아트빌’에서 살고 있다. 도로변에 위치한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한 층에 두 가구씩 1백8평형 빌라 24가구로 이루어져 있다. 전씨 부부는 지난 2007년 결혼식을 올린 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72평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러다 2009년 초 전씨가 대표로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이곳으로 이사 왔다. 비엘에셋은 전씨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1802호를 비롯해 1701호, 1702호 등 빌라 세 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16일 <시사저널>은 준아트빌을 직접 찾았다. 입구가 건물 뒤쪽에 있어 다소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에는 경찰 초소가 있었다. 근무를 서고 있던 의경에게 전씨 부부에 대해 묻자“근무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전씨 부부를) 직접 본 적은 없다. 준아트빌에 산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경비원이 출입을 제지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전씨 부부에게 인터폰으로 연락을 취해달라고 요청하자, 경비원은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연락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경비원도 “(전씨 부부가) 18층에 살고 있는데 직접 본 적은 없다. 전재용씨는 아침에 주차장에서 바로 차를 타고 나가서 저녁 때 (주차장으로) 들어오니까 마주칠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준아트빌 주차장은 각 세대주를 위해 세 대의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18층을 위한 공간에는 렉서스IS250과 EF소나타가 주차되어 있었다. 나머지 한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전씨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18층은 이른바 ‘로얄층’으로 30억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현재 매매가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준아트빌을 건설했던 ‘준건설’이 부도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시세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에 거래된 1801호의 매매 가격은 약 22억원에 그쳤다. 이를 놓고 전씨 부부 탓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지난 2004년 검찰이 전재용씨의 비자금을 수사하면서, 전씨가 준아트빌 빌라 세 채를 분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준아트빌에 분양받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세무조사가 나왔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거래가 뚝 끊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까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상가는 텅 비어 있는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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