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교수, ‘돈세탁’ 방식으로 중기청 지원 연구비 횡령 의혹
[1089호] 2010.08.30 13:20:11(월) 안성모 기자
서강대학교가 교수의 연구비 횡령 및 성희롱 의혹을 둘러싸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문제를 제기해 온 동료 교수들이 해당 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학교와 재단측이 사건을 왜곡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서강대학교 경영대 A교수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컨설팅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경영컨설팅학과를 개설해 학과장을 맡았었다. 석사 과정 30명, 박사 과정 10명씩을 매년 선발해서 중소기업의 컨설팅 인력으로 육성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해마다 5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 서강대학교 정문 ⓒ시사저널 윤성호
서강대 교수들의 말과 내부 문건 내용 등을 종합하면, 횡령 의혹은 A교수가 정부로부터 WCU(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 프로젝트를 수주해 추진단장을 맡게 되어 기존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다른 교수에게 넘겨준 후에 불거지기 시작했다. WCU는 매년 20억원씩을 지원받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새롭게 컨설팅 학과장을 맡게 된 교수가 업무와 예산을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비가 부당하게 집행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연구비를 수령한 대학원생들을 불러 확인한 결과 자신들의 통장으로 받은 연구비를 조교 통장을 통해 다시 교수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돈세탁’을 해왔다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A교수가 이런 방식으로 부당하게 가로챈 연구비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께 한 여성 연구원이 A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며 학교 내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상담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이 연구원은 이후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부남인 A교수가 한 제자 여학생과 수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다는 학생들의 진술도 나왔다고 한다.
경영대 교수들은 지난 5월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총장에게 제출하면서 A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총장은 엄중한 처리를 약속했고 재단 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7월2일 A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건은 내부적으로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며칠 뒤인 7월8일 경영대 정교수 16명이 ‘이사장님과 총장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을 통해 “일부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동료 교수들의 제자 학생들을 강압하여 스승의 행적을 조사하는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행위를 하였다”라며 또 다른 주장을 하고 나섰다. 경영대 정교수는 모두 33명으로 16명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이 서한은 이사장과 총장은 물론 주요 보직 교수들에게 전달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20일 A교수의 사직서가 반려되었고,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에 대해 ‘표적 감사’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감사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한 교수에게 모욕을 주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내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교수들은 “재단 감사가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연구 실적이나 강의 평가 등을 문제 삼으며 월권 행위를 한다는 불만이 높다”라고 전했다.
학교 차원에서 문제 해결 어려워 검찰에 고발
학교 차원에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영대 교수 네 명은 지난 7월27일 A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경영대 교수들은 학내 성명서를 통해 “학교 당국이 조용히 잘 처리하여 당사자가 횡령한 연구비를 반환하고 학교를 떠나는 정도로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교수들에게 심각한 인신 공격과 명예 훼손 등을 운운하며 협박성 루머를 퍼뜨리는 등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16명의 교수 명의로 발송된 서한의 내용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했다. 이번 사건을 경영대 내부의 파벌 싸움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자신의 비리 때문에 사직서를 낸 것을 파벌 때문에 희생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일로 인해 대학 간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비리가 있든 말든 연구비만 많이 따오면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 정도는 덮어줘야 한다는 것인지, 비리를 제보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교수로서의 명성에 흠이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사태가 외부로까지 확산되자 학교 본부는 이날 경영대 학장과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 보직 해임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학장과 원장은 연구비 처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위치에 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느라 보직 해임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A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 나지 않았다. 학교측에서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A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교수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26일 오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징계 여부를 총장에게 확인하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교수는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총장이 확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징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교가 내부의 잘못을 시정하려고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을 처벌한다면 보복 조처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학교의 명예를 더 실추시키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고발한 한 교수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가급적 빨리 나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현재 자체 감사가 진행 중이며 감사 결과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사건 처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한 교수들을 표적으로 놓고 감사를 하고 있지 않다. 또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A교수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서는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은 게 사실이면 진상위원회가 꾸려지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데, 그런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A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구실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휴대전화로 어렵게 통화가 되었지만 기자 신분을 밝히자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기기도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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