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등 사회

경매 학원 좋아하다 거덜난다

by 아나코스 2015. 3. 30.

일부 부동산 학원들이 투자 부추기며 피해자 속출

허황된 ‘대박 신화’ 믿지 말아야 

[1019호] 2009.04.28  14:38:16(월)  안성모 기자

 

▲ 누리아카데미 김화민 원장은 이 학원 출신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이다. ⓒ시사저널 임영무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몇백만 원으로 몇억 원을 벌었다는 식의 ‘성공 신화’가 퍼져나가면서 너도나도 부동산 경매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특히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경매학원이 초보자들의 경매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학원이 경매에 관한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을 넘어 실제 경매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실전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료생들은 기수별로 모임을 갖는 형태로 학원과 연결되어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고소·고발에 따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해 ‘학원 경매’의 폐해를 막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경매 신화’로 불리던 이상종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이, 자신이 강사로 나선 경매 강좌를 통해 적게는 5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모았다. 이 전 회장은 경매로 낙찰받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린 사례들을 설명하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랫돌 빼 윗돌 끼우기’ 식의 투자금 운용이 벽에 부딪치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변제받을 길이 사실상 막혀버렸다. 결국, 투자자들이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매 신화’ 이상종 회장도 검찰에 고소당해

부산 지역에서 경매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김화민 누리아카데미 원장도 최근 자신이 가르쳤던 학원생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김원장은 부산에 이어 몇 해 전 서울로 진출해 학원 규모를 확장했다. 이 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학원생 수가 부산 1천여 명, 서울 2백50여 명에 이른다. 소송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되면서 현재 오프라인 학원은 문을 닫았으며, 온라인 강좌를 통해 경매 교육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이 학원 출신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까지의 사연을 들어보면 ‘학원 경매’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투자 유치 방식에서부터 그렇다. 학원생들인 경우 투자 밑천이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 공동 투자 형식으로 경매에 참여한다. 몇천만 원으로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 수 있는 현실적인 방편이다. 김원장은 ‘좋은 물건이 있으니 투자하면 많이 남을 것 같다. 투자할 사람은 남아 있어라’라는 식으로 투자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투자금을 개별적으로 모아 자금 운용을 하지만, 구체적인 실태를 투자자 개인이 알기는 쉽지 않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주장과 법원에 제출한 소장 내용에 따르면, 투자 자금의 운용은 한마디로 김원장의 마음대로 이루어졌다. 이번 소송과 관련된 물건은 수원에 위치한 K사우나로 최초 감정가액이 47억5천만원이었지만 7차례의 유찰을 거쳐 2008년 1월, 반의 반값인 11억5천3백90만원에 낙찰받았다. 학원생·수료생들이 투자한 돈으로 대금을 치렀지만, 김원장이 대표로 있던 누리씨앤아이 명의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했다. 투자한 학원생들의 처지에서는 ‘경매 전문가’인 김원장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원장이 사우나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매매도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당장 이를 견제할 방법은 없었다. ‘투자 수익 목표 연 100%, 최소 투자 수익금 연 10%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약정서를 김원장으로부터 받았지만 약정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자금 운용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투자 규모부터 차이가 났다. 투명 경영을 요구해온 학원생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로는 총 8억4천3백만원이었는데, 김원장이 제시한 내역에는 익명 처리한 K2 (투자자)가 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되어 있어 총 투자금이 10억원대로 올랐다. 당초 3천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 K2가 만약 위장 투자자라면 실제 투자자의 지분이 낮아져 손해를 볼 수 있다.

 

자금 운용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

김원장은 지난해 12월 한 경제지에 ‘수원 찜질방 급매 수익 40%’라는 타이틀로 매각 광고를 내면서도 투자자와 일체 상의가 없었다고 한다. 김원장이 K사우나를 담보로 3억원을 추가 대출받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원장측은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중도 환급 비용은 1억8백만원에 불과해 2억원가량이 남았다”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김원장이 운영권과 소유권을 조건 없이 인계하겠다고 한 약속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K사우나는 2억원을 투자했다는 김 아무개씨 이름으로 가등기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K사우나의 운영을 맡고 있는 투자자 이 아무개씨는 이에 대해 대주주단이 투자 금액이 가장 많은 김씨를 대표 자격으로 가등기하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법적 소송으로까지 확대되는 과정에서 김원장은 모습을 감추었다. 회사 대표직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아들인 김 아무개 대표는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시다. 학원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정도이다. 우리도 피해를 입은 피해자이다. 회사에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소를 한 김 아무개씨는 “사기의 핵심은 투자자들에게 보장해주기로 한 것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 데 있다”라고 맞섰다. 김씨는 “이 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다른 여러 건도 하나씩 불거지고 있다. 선의의 투자자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근본적으로 ‘학원 경매’는 상당한 위험을 안고 가는 투자 방식이라는 것이 경매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박을 꿈꾸지만 쪽박을 차기 십상이라고 한다. 고수익을 얻기 위해 권리가 복잡한 물건을 싼 가격에 낙찰받는 만큼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고의 경매 전문가들도 대부분 한 번씩은 이러한 ‘덫’에 걸려서 실패하는 경험을 했을 정도이다. 유명 강사나 학원장만 믿고 공동 투자 방식으로 경매에 뛰어드는 경우 그 위험성이 더하다. 한 변호사사무실 관계자는 “학원생 모임에서 투자금을 못 받게 되었다며 자문을 구하러 온 적이 있었다. 조사를 해봤는데 말도 안 되게 허술한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소송을 진행했다가는 그나마 얼마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해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피해를 보고도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학원은 경매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교육하는 데 머물러야 하며, 강사는 학원생이 직접 경매에 나설 경우 조언을 해주는 수준의 역할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철환 변호사 사무실의 황지현 실장은 “경매를 통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학원은 조심해야 한다. 교육을 받는다고 당장 어려운 물건을 낙찰받아 고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생이 미·적분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과 같다. 경매를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야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