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된 엄기영 MBC 사장
[1018호] 2009.04.21 19:44:37(월) 안성모 기자
ⓒ뉴시스
엄기영 MBC 사장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방송 기자로 입사해 스타 앵커로 승승장구했다. <뉴스데스크>를 13년 넘게 맡으면서 한국의 최장수 앵커라는 영예로운 타이틀도 가졌다. 지난해 3월 MBC의 수장이 되면서 방송인으로서 그의 이력은 최고 정점에 올랐다.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 ‘영원한 MBC맨’으로 찬사를 받으며 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행로는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신경민 앵커 교체로 집단 제작 거부를 벌였던 보도국 기자들을 간신히 달래놓았더니,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일부 이사들이 그의 해임안을 제출하고 나섰다. 소수 이사들의 움직임이라 사장직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방문진 이사회에 해임안이 오른 첫 번째 MBC 사장이라는 점에서 얼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엄사장은 이번 앵커 교체 논란 이전에도 수차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안팎의 눈총을 받았다. 민감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좌고우면하면서 뒤늦게 대처하려다 내부 분란을 일으켜 리더십을 의심받고는 했다. 오죽하면 정권의 눈치를 보려면 확실히 보든지, 아니면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서든지 한쪽을 택하라는 소리가 후배들 사이에 나왔을까.
이런 가운데 MBC의 경영 실적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광고 판매액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조직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 이제 걸핏하면 벌어지는 파업 및 제작 거부나 대기업의 광고 기피를 걱정하는 것은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MBC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엄사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사즉생(死卽生)의 기개를 보여주기 바란다. MBC를 살리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보고, 소신에 따라 밀고 나가는 강인한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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