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성장 위해 균형발전 반드시 필요…지방정부에 재원과 자원 더 줘야”
안성모 기자 승인 2020.02.04 14:00 호수 1581
“어느 한 지역의 성장만으로 국가 성장을 이끌 수는 없습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오래전부터 국가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연구와 정책, 그리고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이 분야 전문가다. 그렇다면 국가균형발전이 왜 필요한 걸까. 강 원장은 ‘국민 통합’을 우선 거론했다.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살든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하고 삶의 질에서도 격차 없이 살아야 한다. 국가의 당연한 임무로 여겨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는 곳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고 삶의 질도 차이가 크다. 이럴 경우 소외받은 지역은 불만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지역감정은 국민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국민이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강 원장은 균형발전이 ‘국가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 지역의 성장만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거다. 지금처럼 성장동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수도권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 전체 경제가 위태로워진다. 또 지역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정부가 효율적인 정책을 펼치기가 어렵게 된다. 가령 한쪽은 호경기이고 한쪽은 불경기라면 정부가 어떤 금리정책을 펼치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런 만큼 요즘 용어로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원장과의 인터뷰는 1월29일 세종시에 위치한 국토연구원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지방 비수도권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일단 양적 지표로 볼 때 인구의 50% 정도가 수도권에 모여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수도권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질적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대학이나 병원의 질에서 격차가 상당하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진료를 받을 기회가 다른 거다. 심지어 환경조차 그렇다. 선호 시설은 수도권, 혐오 시설은 비수도권에 많이 있다. 갈수록 질적 격차가 더 심화하고 있다. 통계로 잡히지 않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부분이다.”
이른바 ‘지방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설날 고향에 갔다 온 분들은 실감할 거다. 물론 바로 소멸되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인구는 훨씬 더 줄어들 거다. 원인은 일자리라고 본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떠나는 거다. 주민등록을 옮길 때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사유를 쓰게 돼 있는데 ‘직장’이 70% 정도로 가장 많다.”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의한다. 더 커질 것이다. 4차 산업은 대도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시대의 흐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은 우수한 연구 인력이 중요하다. 이들은 직업시장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유리한 곳으로 간다. 연구기관만 봐도 국책기관은 안 움직이지만 민간기관은 판교로 많이 가고 있다. 수도권 입장에서는 선순환이지만 지방 입장에서는 악순환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균형발전 정책을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대규모 공장과 대학이 수도권에 못 들어오게 규제를 했다. 지방에 공장과 대학이 많이 생긴 이유다. 그걸 안 했으면 더 심각해졌을 거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규제로 안 되니까 수도권에 있는 걸 지방으로 내려보냈다. 수도권 인구가 노무현 정부를 지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완만해진다. 실제 공공기관들이 이전한 시기다. 이게 없었으면 이명박 정부 때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을 거다. 이제 그 효과도 떨어진 거다. 균형발전 정책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건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효과가 없었다거나 무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안 했으면 더 빨리 격차가 벌어졌을 거다. 일정 부분 이를 막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가장 효과적이었냐는 부분에선 물론 개선할 점이 많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협업, 중앙정부 내 부처 간 역할과 협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어 왔다.
“주로 중앙정부에서 권한을 갖고 규제를 하거나 지원을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런데 지역 발전을 제일 원하는 건 당연히 지방정부다. 훨씬 더 절실하다. 재원과 자원을 지방정부에 줬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절박하기도 하고 또 현장을 더 잘 아니까. 앞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주로 국토부와 산업부가 균형발전 정책을 맡아 한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균형발전 정책이 있다. 암묵적으로 효과를 내는 정책인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대학입시 정책이 균형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과 병원 지원정책도 마찬가지다. 산업정책인 혐오시설 입지도 균형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원자력발전소는 서울에서 가장 먼 곳에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화력발전소는 거의 충남에 다 지었다. 지금은 과학기술부의 정책도 중요하다. 연구 투자를 어디에 하느냐에 있어 지역을 고려하면 균형발전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책 목표가 따로 있지만 균형발전의 관점을 가지고 할 수 있다. 범부처 간 조율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 정부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나. 또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수도권에 사업을 덜 주니까 그만큼 균형발전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장을 가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완전히 다르다. 수도권은 규제만 풀어도 사업이 되는 곳이 많다. 반면 비수도권에는 일단 사람이 없다. 그래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물리적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도 일자리가 없으면 사람들은 떠난다. 비수도권일수록 일자리와 연계시켜야 지속 가능하다. 일자리가 없으면 결국 실질적인 재생이 어렵다. 일자리를 연계한 도시재생이 돼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지역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다른 것 같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나.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불균형발전에 있다. 집값의 대부분은 토지비와 건축비가 차지한다. 건축비는 어느 지역이나 거의 비슷하다. 결국 땅값이다. 그러면 땅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뭘까. 바로 지역의 발전 정도다. 불균형이 심해지면 집값의 격차도 심해진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를 풀려면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면 서울의 집값도 떨어질 거다. 지금 상태에서는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을 계속 늘릴 수는 없다. 재개발·재건축을 해 줘야 하는데 그러면 불로소득 더 생기고 그 이유로 집값은 또 오를 거다. 그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주변으로 보내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너무 서울 강남에 몰려 있다. 요즘 판교도 그렇다. 결국 균형발전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이다.”
#균형발전#국가성장#수도권집중#4차산업혁명#도시재생#국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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