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서울 외국인 주민 27만 명 거주…‘무슬림 마을’에서 ‘중앙아시아 마을’까지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승인 2019.09.25 10:00 호수 1562
서울은 국제도시다. 글로벌 도시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구성원도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췄다. 27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주민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중국(67.6%) 국적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베트남(4.9%), 미국(3.5%), 대만(3.3%), 일본(3.2%) 출신 순이다(2017년 11월 주민등록인구 기준). 삶터를 서울로 옮긴 외국인 주민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국가 출신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형성됐다. ‘서울 속 세계’라 할 수 있는 외국인 마을을 둘러봤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이태원 무슬림 마을
이태원은 오래전부터 ‘한국 속 세계’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외국군이 주둔한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고, 이로 인해 외국인의 왕래가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덴마크, 세네갈, 스리랑카 등 세계 여러 국가의 공관이 몰려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태원 주변에 형성되고 있는 무슬림(이슬람) 마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태원 남동쪽 끝자락에는 1976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이슬람 성원 서울중앙성원이 있다. 인근 이슬람 거리에는 무슬림을 위한 할랄 음식점과 마켓, 히잡을 판매하는 옷가게와 이슬람 전문서점 등이 들어서 있다. 이슬람 국가와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무슬림 마을은 점점 더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부이촌동 일본인 마을
용산구 이촌동은 1, 2동으로 나뉜다. 한강대교를 기준으로 동쪽인 이촌1동을 동부이촌동, 서쪽인 이촌2동을 서부이촌동이라고 부른다. 지하철 2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이촌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마주하게 되는 동부이촌동은 일본인 마을로 유명하다.
동부이촌동에 일본인이 모여 살게 된 것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에 중장기적으로 머무르는 일본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일본인 거주지는 남산 자락의 후암동이었지만, 한강 주변이 개발되면서 환경이 쾌적한 동부이촌동으로 일본인이 몰렸다. 일본대사관 및 기업들이 서울 도심에 있고 당시 일본인 학교가 강남에 있었기 때문에 교통도 편리했다.
프랑스 서래마을
반포대교 남단 서울성모병원사거리에서 방배삼호아파트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편으로 마을버스가 지나다니는 서래로가 나온다. 이 길을 중심으로 프랑스 마을이 형성돼 있다. 서울의 작은 프랑스로 알려진 서래마을이다. 마을 서쪽에 작은 개천이 흘러 서애(西涯)마을로 불리다 서래마을이 됐다고 한다.
서래마을에 프랑스인이 모여 살게 된 것은 이태원에 있던 서울프랑스학교(LFS)가 1981년 이곳으로 이전한 게 계기가 됐다.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자연스럽게 서래마을을 찾게 된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절반가량이 여기에 모여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마을을 넘어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리봉동·대림동 차이나타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여전히 중국 국적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외국인 주민의 67.6%에 이른다. 물론 상당수(42.9%)는 흔히 조선족으로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이다. 이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한 곳이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의 차이나타운이다. 공단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이 대림동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대림역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다.
대중매체를 통해 범죄지역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도 했지만, 경기침체 여파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꾸준히 이어가는 거대한 상권을 갖췄다. 탄탄한 중국인 수요에 한국인들의 발길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이곳을 중국문화예술거리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혜화동 필리핀 마을
매주 일요일 아침 종로구 혜화동성당 앞에 필리핀 사람들이 몰려든다. 천주교 신자인 필리핀 이주민들이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와 천막으로 된 ‘필리핀 마켓’에서 고향 음식과 식재료, 생활용품 등을 사기 위해 줄을 잇는다. 한국 사람들과 다른 외국인들도 필리핀 음식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들른다.
인근 골목에서도 장터가 열린다. 골목 구석구석에 필리핀 식당과 카페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혜화동 필리핀 거리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건을 사고팔고 안부를 전하고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서울에는 3600여 명의 필리핀인이 거주하고 있다.
창신동 네팔 마을
종로구 창신동에는 네팔인 거주지가 형성돼 있다. 봉제공장이 많은 창신동은 외국인 이주자들이 봉제 일을 하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특히 이 지역에 네팔 음식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서울에 거주하는 네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창신동 골목시장으로 들어서면 원조 커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네팔 음악이 흘러나오고 네팔 공예품이 장식돼 있는 음식점에서는 때때로 네팔인들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골목에는 네팔 향신료나 과자를 파는 잡화점도 들어서 있다.
광희동 중앙아시아 마을
1990년대 초 러시아와 수교를 맺으면서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시장에 물건을 사러 러시아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러시아 인근 국가에서 온 상인들이 이곳 쇼핑타운 근처에 터를 잡으면서 광희동 중앙아시아 마을이 형성됐다.
골목마다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음식점, 식료품점, 잡화점 등이 낯선 간판을 짊어지고 늘어서 있다. ‘동대문 실크로드’로 소문나면서 한국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몽골인이 운영하는 가게들로 채워진 10층짜리 건물은 ‘몽골타워’로 불리며 이곳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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