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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공기업 기부금 1억 받은 보수단체의 수상한 돈 흐름

by 아나코스 2016. 8. 30.

 

밝고힘찬나라운동본부, LH에서 1억원 받아 '애국단체총협의회'에 넘겨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1.10(일) 09:49:36 | 1369호

 

국내 한 보수단체가 공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이 돈을 사용 용도와 무관하게 다른 보수단체에 넘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공기업이 특정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배경과 함께 이 기부금의 실제 사용 내역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밝고힘찬나라운동본부(운동본부)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 김덕근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바태연) 대표는 최근 “운동본부 내에서 아무런 절차 없이 기부금의 사용 목적과 관계없는 단체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해 전용한 것은 횡령 등 중대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에서 작성한 문서와 통장 사본, 관계자의 증언 등에 따르면, 운동본부는 2015년 12월29일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애총협) 상임의장에게 ‘1억원 반환 청구’ 공문을 보냈다. 운동본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청년아카데미 후원금으로 받은 기부금 1억원을 박정수 애총협 집행위원장이 아무런 절차 없이 애총협 통장으로 입금해 전용했음이 이사회에서 밝혀졌으니 즉시 반환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LH 사장에 후원 요청, 두 달 후 1억원 입금

 

이상훈 상임의장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노태우 정권 때인 1988년 국방부장관을 지낸 군 원로 인사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도 두 차례 역임했다. 그가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애총협에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한국자유총연맹·대한민국재향경우회·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이북도민중앙연합회·바르게살기중앙협의회 등 우파 성향의 주요 보수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임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MB) 정부 출범 후 2008년도에 촛불시위가 일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때 보수 진영 사람들이 모여 좌파 시위에 맞불 작전으로 한 것이 오늘날 보수단체를 대표하는 애총협을 결성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수 위원장도 해병대 장성 출신의 군 원로 인사다. 그가 관여해온 운동본부는 김영삼(YS) 정권 때부터 활동을 해온 보수우파단체의 원조 격으로 알려졌다. 2009년 9월8일 법인 설립 인허가를 획득한 운동본부는 등기부등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에게 올바른 국가안보의식과 가치관 함양을 통한 국가사회 발전을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박 위원장은 2014년 6월11일 사임하기 전까지 운동본부의 대표 역할인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박 위원장이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운동본부로 들어온 기부금 1억원을 애총협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공기업인 LH가 특정 보수단체에 1억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운동본부는 2010년 2월23일 박정수 위원장 명의로 된 ‘청년아카데미 후원 요청’ 공문을 LH 사장 앞으로 보냈다. 사업은 두 가지였다. ‘21세기청년아카데미 운영’과 ‘청년 해외연수’로 총 소요 예산은 1억5919만5000원이 책정됐다. 여기서 운동본부 자부담 5919만5000원을 뺀 1억원을 후원해달라고 LH에 요청한 것이다. 김덕근 대표는 “이사회에 보고도 없이 박 위원장이 제안서를 작성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천안함 국민궐기대회 비용으로 지원”

 

당시 LH는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지송씨가 이끌고 있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과 15여 년간 함께 일했던 이씨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한 LH의 초대 사장을 맡았다. 운동본부의 후원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운동본부 통장에 그해 4월28일 LH에서 보낸 1억원이 입금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대표는 “LH에서 정식으로 보낸 후원금이 아니라 회사 비자금으로 마련한 돈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그 단체에 “후원을 한 것은 맞지만 비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라서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돈은 입금된 지 20여 일 후인 5월17일 전액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수 위원장이 평소 자신이 관리하던 운동본부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애총협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김덕근 대표는 “기획재정부가 기부금 단체 지정을 5년마다 갱신해주는데 최근 기부금 단체 지정을 갱신해줄 수 없다고 나왔다. 그 이유로 1억원에 대한 소명이 안 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이사회가 애총협으로 넘어간 1억원에 대해 파악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정수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으로서 집행위원들의 위임을 받아 사용한 것이다. 당시 천안함과 관련해 국민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을 해줬다. 이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 여겼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LH에서 보내온 1억원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LH 내부 사정은 알 수 없다”고 말한 후 “대한민국이 잘되자는 입장에서 애국운동을 하는 건데 그런 애국 진영 내에서 이런 일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MB 정권이 출범한 후 보수단체 상당수가 법인 설립에 나섰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형태의 지원이 가능했다. 청와대 인사가 기업에 전화해 ‘어느 단체를 도와달라’고 말해두면 이 단체 인사가 해당 기업에 찾아가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식이다.

 

김 대표는 “진보든 보수든 정부로부터 돈을 받거나 도움을 받으면 정부 감시라는 시민단체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공생하는 관계가 되면 쓴소리를 못하게 된다”며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정화운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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