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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빼앗긴 봄을 찾아드리겠습니다

by 아나코스 2016. 8. 30.

광복 70주년 잊지 말아야 할, 잊어서는 안 될 ‘얼굴들’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8.12(수) 18:54:24 | 931호

 

 

 


오는 8월15일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역사의 시곗바늘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은 언제나 그렇듯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로 흘러간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도 이제 지난 역사의 한 부분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그래도 되는 걸까. 그냥 이렇게 지나치면 그만일까.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조국 잃은 소녀들. 가해자 일본 정부는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 할머니들은 한 분 두 분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지난 7월5일 최금선 할머니가 별세했다. 1941년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친구 집에 가다가 붙잡혀 강제로 끌려갔다. 중국 하얼빈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올해에만 일곱 분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6월에는 김외한·김달선·김연희 할머니가 영면에 들었다. 김외한 할머니가 일본 홋카이도로 끌려간 1945년 나이는 불과 열한 살이었다. 김달선 할머니는 1943년 일본 순경에 의해 경찰서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44년 일본인 교장에 의해 강제 연행된 김연희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무참하게 인권을 유린당했다.

 

올해에만 여덟 분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 생존해 계신 피해자 할머니는 마흔일곱 분(정부 등록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흔(평균 연령)을 넘긴 고령의 나이에 병마까지 겹쳐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는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열여섯 나이에 중국 장춘으로 강제 연행된 강일출 할머니, 3년을 지옥 속에서 살아야 했던 김군자 할머니, 1942년 중국 동녕으로 끌려간 김순옥 할머니, 4년 동안 말로 못할 고통을 겪은 박옥선 할머니, 중국 연길로 강제 연행된 이옥선 할머니,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간 김정분 할머니, 듣도 보도 못한 섬 남양군도에서 2년을 보낸 정복수 할머니, 열일곱 살에 중국 만주로 끌려간 이옥선 할머니…. 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마흔 분의 할머니들.

 

시사저널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억의 광장’을 마련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면으로나마 한자리에 모셨다. 잊지 말아야 할, 잊어서는 안 될 분들이다.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일제의 만행과 그로 인한 참상, 그리고 따스한 봄날을 빼앗긴 채 추운 겨울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던 그때 그 어린 소녀들을.

 

빼앗긴 들에 봄이 온 지도 7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이분들이 겪었던 아픔,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손으로 반드시 잃어버린 봄을 되찾아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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