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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반값 통신비’로 승부 한번 봐?

by 아나코스 2016. 8. 30.

제4 이동통신 참여 주판알 튕기는 CJ…‘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 시각도

 

안성모·조유빈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5.14(목) 15:53:15

 

박근혜 정부가 신규 이동통신사 출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조만간 선정 기준이 담긴 기간통신 사업 허가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각종 정책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로 고착화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네 번째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예전에는 사업 허가 신청과 심사가 수시로 이뤄졌다. 이명박(MB) 정부 때부터 한국모바일인터넷(KMI) 등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지난 4월부터는 정부가 공고를 내고 허가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정부가 공고를 내는 것 자체가 제4 이동통신사 선정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읽힌다. 특히 ‘상호접속 차등요율 폭 확대’ ‘네트워크 로밍 의무 제공’ 등 신규 사업자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MB 정부 때는 ‘주파수 우선 할당’ 방침 외에 이렇다 할 정책 지원 방안이 없었다. 이는 특혜 시비 논란이 우려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재추진하는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통신비’가 놓여 있다. ‘알뜰폰(MVNO)’을 내세워 통신비 인하 경쟁을 노렸지만 견고하게 자리 잡은 ‘3사 구도’ 속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통신 시장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신규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 사업 선두 CJ, 이통 시너지 커

 

사업의 성패는 누가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그동안 제4 이동통신 사업 허가가 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신청 사업자가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초기 시설 투자비만 최소 1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심사 방식이 바뀌었다 해도 재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정부가 허가를 내주기 쉽지 않다. 설사 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에 제4 이동통신 관련 자문을 해주고 있는 정보통신업계 유력 인사는 “이동통신 사업이 BP(손익분기점)까지 가려면 4~5년은 걸린다. 그때까지 4조~5조원이 들어가는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역량이 있는지를 우선 심사할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참여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CJ그룹이다. 대형 케이블방송 사업자이자 콘텐츠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CJ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해온 컨소시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사가 올해 1월 중순 CJ 고위층에 관련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인사는 “브리핑을 받은 후 CJ 측에서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2월 중순에는 CJ헬로비전을 비롯한 케이블방송업체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갖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CJ 이외에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이 다른 케이블방송업체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지난 10년 동안 케이블방송업체들은 고속 성장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IPTV로 무장한 이동통신사들의 공세에 시달리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이동전화 등을 묶어 싸게 판매하는 ‘결합 상품’의 등장은 유료 방송 시장의 지배력을 케이블방송업체에서 이동통신사로 급격히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방송 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전체 유료 방송 시장에서 IPTV 점유율은 34.3%로 전년 대비 6.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방송은 갈수록 정체되고 있는 반면, IPTV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결합 상품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유료 방송 시장에서 결합 상품 가입자 비중은 43.1%로 전년 대비 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블방송업체들도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인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가입자 수 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로 알뜰폰 시장의 덩치는 커졌다. 하지만 30여 개 업체가 난립한 데다 수익성이 여전히 부실해 대부분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수익의 절반을 망 사용료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떠안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CJ 입장에서 볼 때 케이블방송의 경쟁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 제4 이동통신 사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주변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CJ는 한 발짝 빼는 분위기다. CJ그룹 고위 인사는 “제4 이동통신 사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제안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뿐 아니라 다른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에게도 제안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과 함께 케이블방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HCN(현대백화점그룹)과 티브로드(태광그룹)도 자본력에 강점을 지닌 대기업 계열사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HCN이 제4 이동통신 사업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CJ와 태광 두 그룹 모두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제4 이동통신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알뜰폰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와 태광의 오너가 수감 생활 중 건강이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수조 원을 투입해야 하는 초대형 사업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내부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상황에 밝은 한 인사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오너십이 중요한데, CJ와 태광 모두 오너가 발목을 잡혀 있어 오너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어느 정도일지 파악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후발 사업자가 가입자 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동통신 가입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기존 이동통신 3사의 견제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빤하다.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해온 한 인사는 “그동안 정부 허가가 나지 않은 데는 이동통신 3사가 영향력을 발휘해 막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오너 발목 잡혀 의사결정에 어려움

 

결국 신규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이동통신 3사와 경쟁하기까지 정부의 다양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셈이다.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떠냐에 따라 정책적인 지원의 무게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통신비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면 신규 사업자에게 좀 더 유리한 지원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CJ그룹 고위 인사는 “정책 방향이 어떻게 서는지 봐야 될 것 같다”며 사업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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