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원장 소송전 휘말려…“대학 가로채려 한다”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4.09(목) 16:52:34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원 수장을 지낸 김 전 원장은 4월2일 자신이 총장대리로 있던 한 골프대학의 실소유자인 유 아무개씨로부터 사기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대학의 명예이사장인 유씨는 “김 전 원장이 학교 돈을 유용하고 국정원 출신 직원들을 끌어들여 학교를 가로채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전 원장은 2월 중순에서 3월 하순 사이 세 차례에 걸쳐 횡령, 사문서 위조,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유씨를 고소·고발했다. 김 전 원장은 “학교 법인의 현금 재산 19억여 원을 횡령한 유씨가 학교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는 데 걸림돌이 되는 나를 퇴출시키려고 문서를 위조하고 총장실 문을 따고 들어와 짐까지 들어냈다”고 주장했다.
“50억원 학교 인수” vs “설립자 협조 요청”
김 전 원장과 유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사저널은 4월3일 두 당사자로부터 직접 해명을 들었다. 많은 부분에서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렸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국정원장 재직 시절 문인으로 활동하는 한 지인의 소개로 화장품회사와 학원 등을 운영하던 유씨를 처음 만났다. 골프대학에 몸담게 된 것은 2013년 7월이다. 김 전 원장은 총장이 아닌 법인 감사로 취임했다. 여기서부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김 전 원장은 골프대학의 학교 법인과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를 5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한 유씨가 자신에게 접근해 대학 총장직이나 법인 이사장직을 제의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분규 중인 기존의 법인 이사장과 대학 총장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아 부득이 감사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유씨는 학교 법인을 돈을 주고 거래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평소 인연이 있던 학교 설립자 측에서 사정이 어렵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총장직을 맡겠다는 것도 김 전 원장의 요구였다고 한다. 하지만 유씨가 국정원장을 지낸 이력에 맞게 감사를 맡아달라고 김 전 원장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이 사직하게 된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랐다. 김 전 원장은 1년 반여 동안 유씨에게 우호적인 이사들로 교체해 유씨가 이사회를 장악하도록 해줬고 이후 약속대로 총장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3월1일자로 공식 총장에 취임하기로 했고 그 이전 기간 동안 대리 직함을 달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2월3일 사직원이 수리됐고 일주일 후인 2월1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총장 선임이 취소됐다.
김 전 원장은 사직원을 써준 이유와 관련해 유씨가 국내 한 제과업체 회장에게 학교 법인을 매각하려는데 국정원장 출신인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제시용으로 작성해줬다는 것이다. 유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한 것도 이 사직원에 날짜를 공란으로 뒀는데 유씨가 1월22일자로 기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전 원장은 “50억원에 산 학교를 60억원에 팔기로 했다. 엄청 남는 장사를 하려고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씨는 매각 주장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원장이 매각 상대로 지목한 제과업체 회장의 경우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고, 얘기해본 적도 없다”며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원장과 유씨는 서로 상대방이 학교 돈을 유용하고 전횡을 휘둘렀다고 비난했다. 김 전 원장은 자신이 학교에서 쫓겨난 이유 중 하나로 유씨가 학교 법인 소유의 현금 19억여 원을 횡령한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약점을 아는 자신을 퇴출시켰다는 것이다. 유씨가 학교 매각 계약금을 받으면 횡령액을 다시 입금시키겠다고 했다는 주장이다.
서로 “학교 돈 유용, 전횡 휘둘렀다” 비난
하지만 유씨의 말은 전혀 달랐다. 김 전 원장이 법인 자금을 자신이 만든 법인에 투자하려고 해 다른 통장에 잠시 옮겨놓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분은 교육부 감사를 통해 해명돼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오히려 김 전 원장이 이사장 결재 없이 1억4000만원을 쓴 데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 중 3000만원 정도가 소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원 출신 세 명을 직원으로 임용하고 한 명을 초빙교수로 임용하려고 한 데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김 전 원장은 능력이 우수한 인물을 추천한 것일 뿐이며 결정은 이사장이 하는 것으로 총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씨는 임용된 인사들이 김 전 원장이 운영하는 재단의 상임이사들이고 초빙교수의 경우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아 교수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맞받았다.
김 전 원장이 유씨가 운영하던 화장품회사에 5억원을 투자한 게 고소·고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유씨는 김 전 원장이 원금 5억원에 이자 5억원을 합쳐 10억원을 달라고 계속 요구했고, 10억원을 내놓으면 합의해주겠다며 고소·고발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10억원을 받고 총장을 그만두든가 5억원을 받고 총장을 계속하든가 선택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전 원장이 10억원도 받고 총장도 계속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원장은 유씨 회사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씨가 돈을 돌려주겠다고 해서 이 문제로 특별히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전 원장은 고소·고발과는 별도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청을 제기했다. 총장대리직을 해임한 이사회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4월8일 심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교육부에 감사를 실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김 전 원장이었다. 김 전 원장은 “너무 억울하다”며 “소청심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씨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씨는 “학교에 피해가 올까 봐 최대한 원만하게 처리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조작과 날조와 왜곡을 하니 어쩔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유씨는 “전직 국정원장을 상대로 어떻게 장난을 칠 수 있겠느냐”며 “근거 서류를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과 유씨는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고 물리는 진실 공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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