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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태평양 건너 올 ‘안풍’, 허리케인 예고

by 아나코스 2015. 6. 23.

안철수-문재인-박원순, 야권 ‘천하삼분지계’ 구도 
 
[1220호] 2013.03.07  17:59:55(월)  안성모 기자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28일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인 ‘진심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한 인사가 ‘안철수 신당 창당’과 관련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데 민주당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면, 결국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정치 세력화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라며 안 전 교수의 귀국과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종용했다.

지난해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 사퇴를 선언하며 전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안 전 교수는 투표 당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사실상 현실 정치를 떠난 상태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안철수 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안 전 교수가 귀국하기도 전에 그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3월 초에 귀국해 4월과 10월 재·보선을 치르면서 세력을 만들고, 늦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는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의 정국 불안 현상이 가중되면서 신당 창당 시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부쩍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측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안 전 교수는 꿈쩍도 않은 채 몸을 웅크리며 지냈다. 그를 만나고 온 측근 인사 몇 명이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그의 정치 구상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 안 전 교수의 정계 복귀가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안 전 교수가 직접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의 측근들도 대부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한 달 뒤 미국으로 건너가 안 전 교수를 만나고 돌아온 금태섭 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형민 전 기획실장 등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도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가에서는 안 전 교수의 정치 행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몇 가지 근거가 제시된다. 우선 대선 이후 형성되고 있는 정치 구도가 그를 무대 위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인사 논란’에 휩싸여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첫출발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때 4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야권으로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제 코가 석자’인 상태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당내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여전히 불신만이 팽배해 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입지를 확보하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안 전 교수가 대선 기간에 꾸렸던 조직과 여기서 활동한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대선을 한두 달 앞두고 문을 연 16개 시·도별 지역 포럼은 그동안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기반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의 응집력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 포럼을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묶으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안 전 교수측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기존의 정당과는 무엇인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잡히고 있다. 지역 포럼을 토대로 연구소나 아카데미부터 만들자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선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이 하나 둘씩 안 전 교수 곁을 떠나고 있는 상황도 그의 결단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주로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선수’ 출신들이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진심 캠프에서 핵심 부서의 팀장을 지낸 한 인사는 “(안 전 후보측과) 연락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캠프의 다른 핵심 인사도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선거 경험이 많아 요직을 맡았던 또 다른 캠프 인사는 “지난 대선 때야 새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지만 이제는 안 전 교수 자신이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 맞지 않으면 같이 일을 할 수 없다. 안 전 교수가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서 판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012년 10월28일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오른쪽)가 서울북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4월 재·보선 감독이냐 선수냐’ 고민

지난 대선을 통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딛은 이른바 ‘안철수의 친구들’을 제도권 내에 안착시켜 차기 대권 도전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오는 4월과 10월에 치러질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안 전 교수가 직접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일단 4월 재·보선이 발등의 불이다. 현재까지 서울 노원 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 세 곳이 선거 지역으로 확정되었다. 안 전 교수가 선수로 등판할지가 주목된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전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부산 영도에 안 전 교수가 나설 경우 여당의 권력 핵심 인사 대 야권 유력 대권 주자 간 ‘빅 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 병에서도 안 전 교수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원 병은 서울에서 몇 곳 되지 않는 야당 강세 지역으로, 노대표의 진보정의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지역구이다. 야권이 제각각 후보를 낼 경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안 전 교수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안 전 교수가 후보로 나설 경우 후보 단일화에 앞서 민주당에 양보를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또, 당선이 되면 신당 창당에 엄청난 동력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력 대권 주자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섣부르게 나섰다가 일이 꼬일 경우 불필요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안 전 교수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금태섭 변호사 등 측근 인사의 출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노원 병이 야당에게는 워낙 좋은 지역구라서 기회이기는 하다. 영도도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그나마 야당이 해볼 만한 지역구로 꼽힌다. 하지만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안 전 교수 본인이 직접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민주당이 안 전 교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양보해야 하는데, 민주당 내에서 그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4월 재·보선에서는 일단 숨을 고르고 10월 재·보선에 뛰어든 후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캠프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던 한 정치권 인사는 “4월 재·보선은 시간이 부족하다.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아야 한다. 안 전 교수가 지금 당장 나설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정치에 욕심 있는 몇몇 사람의 희망 사항이지 책임 있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선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았다. 어떤 절차를 밟아나갈지는 안 전 교수가 귀국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안 전 교수의 정치 행보가 좀 더 큰 위력을 발휘하려면 기존 정치 세력의 지지와 합류가 뒤따라야 한다. 민주당 내 비주류를 대표하는 손학규 고문이나 김한길 전 최고위원과의 연대 가능성이 흘러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물론 아직까지 연대 이야기를 꺼내기는 이르다. 손고문의 한 측근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출신이라는 전력이 ‘주홍 글씨’로 남아 있는 손고문이 다시 탈당을 감행해 안 전 교수와 함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보다는 당내 ‘비노(非盧)’ 세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안 전 교수측과의 연결 고리를 계속 확보한 채 오는 2017년 대선에서 다시 한번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원순 대권 도전은 공공연한 이야기”

‘친노(親盧)’ 그룹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주류의 경우 문재인 의원이 구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여전히 그는 차기 대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비주류측 일부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이다.

한동안 현실 정치를 멀리하던 문의원은 지난 2월26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활동 재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42쪽 딸린 기사 참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5·4 전당 대회에서도 ‘문심(文心)’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 대표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야권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박시장은 지난 2월 중순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민주당 차기 리더’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최근 다른 기관에서 전국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남짓 시정을 운영하며 보여준 ‘박원순 리더십’에 대한 반응이 좋은 셈이다.

박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 도전에 나설 계획인데, 주변에서는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야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대권 도전 이야기는 공공연하다. 이미 대권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시장이 야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특히 그는 문의원의 친노 세력과 안 전 교수 세력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거론된다. 야권이라는 ‘솥’을 안정적으로 받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발’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정치 보폭이 넓어질수록 기존 정치권의 견제도 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에 입당은 했지만 아직까지 당내 기반은 약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교체’ 요구가 나올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그러한 우려 때문인지 최근 들어 박시장 주변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민주당 내 486그룹이 박시장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등 ‘친박(친박원순)’ 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안 전 교수의 정치 행보가 본격화할수록 박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많아질 것이다. 박시장이 ‘문-안’ 두 대권 주자와 함께 야권 천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정치 재개, 4월 재·보선 이전이 적합”
여론조사 기관, 안철수 관련 조사 결과 쏟아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월 재·보선 전에 정치를 재개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2월2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천1백24명의 응답자 중 23.1%가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 시점에 대해 ‘4월 재·보선 전’이라고 답했다(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2.92%포인트). ‘내년 지방선거 전’이라는 응답도 22.8%로 높게 나왔다. 신당 창당 시 지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라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반드시 지지하겠다’라는 응답도 25.6%였으며, ‘지지할 생각이 없다’는 36.9%였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33.8%가 ‘득실 여부를 판단해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이어 ‘정치적 경험과 능력이 없으므로 정치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가 31.3%, ‘안철수식 새 정치에 동감하므로 반드시 정치 활동에 나서야 한다’가 27.6%를 각각 차지해 찬반양론과 신중론이 팽팽했다. ‘안 전 교수가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경우 정치권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39.4%로 가장 많았고, ‘정계 개편을 초래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도 31.0%에 달했다. 반면,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9.8%에 그쳐 안 전 교수가 ‘태풍의 눈’이 될 것임을 전망했다.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2월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선을 계기로 정치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응답자 7백명 중 50.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7%포인트).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33.5%였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재·보선에 누가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안철수 본인’이라는 응답이 72.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안철수 캠프 다른 인사’라는 응답은 18.6%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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