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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대통령의 ‘절대권력’ 언제까지…

by 아나코스 2015. 6. 23.

‘국민 선택’ 앞세워 막강 권한 행사 대통령 견제할 의회가 제 기능 해야 
 
[1209호] 2012.12.20  12:51:00(월)  안성모 기자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18대 대선를 치르면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절대권력’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 정치의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 갖는 폐해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진단한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는 실로 막강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부 부처는 물론 공공 기관의 인사가 결정되는가 하면, 국가적인 주요 정책의 방향까지 뒤바뀌기도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수사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직선제 대통령이라는 점을 앞세워 사실상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대통령이 그러한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장치가 있기는 하다.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 중심제는 권력 분립을 핵심 원리로 삼고 있다. 입법·사법·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갖추어 권력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도록 하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 권력의 균형을 갖추기란 쉽지 않지만, 철저한 견제가 이루어진다면 권력의 횡포는 방지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 권한 살려야

대통령 중심제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의회를 설득하고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 중심제는 강력한 연방의회로부터 상대적으로 권력이 약한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 아니라 의회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정치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통령이 갖는 권력의 의미는 다르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국회의원과 함께 정부도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이른바 ‘정부 입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은 총 1천6백93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 1만2천2백20건과 비교하면 적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본회의 통과 여부를 따져보면 그렇지가 않다.

정부 제출 법률안은 6백90건이 최종 가결되었다. 본회의 통과율이 40.7%이다. 반면 의원 발의 법률안은 1천6백63건이 최종 가결되어 본회의 통과율이 13.6%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제출한 법률안의 통과율이 높은 데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남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다수당의 위치에 있는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정부 법안에 대해 ‘묻지 마 통과’를 허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민 정부가 들어선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통법부’나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같은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에 대한 견제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은 뒤에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국무총리제는 한국의 대통령 중심제가 갖는 특징 중 하나이다. 부통령이 아닌 총리를 둔 것은 내각제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원집정부제가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행정부의 기능을 나누어 갖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국무총리의 권한이 적지 않다. 국무위원의 임명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제대로 행사하더라도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대다수 총리가 대통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여야 모두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주장한 만큼 정권에서의 변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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