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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이름 알려진 사람 여러 명 있었다”

by 아나코스 2015. 4. 1.

성매매 10대 가출 소녀 김 아무개양 인터뷰

“세 번 만난 가수 ㅈ씨는 문자 보내오기도” 
 
[1052호] 2009.12.15  18:03:29(월)  안성모 기자 

ⓒ시사저널 박은숙

 

그녀는 영락없는 열일곱 살의 소녀였다. 앳된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평범하게 자랐다면 한창 꿈을 키우고 있을 꽃 같은 나이였다. 김양은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끔찍한 악몽을 떨쳐버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대화 도중에도 여러 차례 말을 잃은 채 멍하니 벽만 쳐다보았다. 제대로 잠을 자본 지도 오래되었다고 한다. 전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전화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양은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2월9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양이 겪었던 ‘악몽의 시간’을 두 시간에 걸쳐 힘겹게 들었다.

가족 관계가 궁금하다.

아빠와 언니, 남동생이 있다. 아빠와 엄마는 일찍 이혼을 했고, 지금은 재혼을 했다.

이번 일을 가족들에게 알렸는가?

(가족들과) 자주 전화 통화를 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잘 지내고 있다고만 했다. 알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다.

가출은 언제 했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지난해 초에 집을 나왔다. 그때는 방황을 많이 했다. 집 나와 밖에서 지내다가 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성매매를 시킨 임 아무개씨 등은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지난해 12월 초에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났다. 초등학교 동창이던 친구를 중학교 때 다시 만나서 친해졌는데, 그 친구와 함께 만났다. (임 아무개씨 등과) 같이 밥도 먹고 그랬다.

이들에게 폭행과 감시를 당했다고 알려졌다.

(우리에게) 방을 구해주고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당장 돈도 없고 나이가 어려 일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일을 하기 전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도 몰랐다. 그냥 애인처럼 해주면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싸워보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럴 힘도 없어졌다. 그 와중에 성폭행도 당했다. 친구도 알고 있다. 너무 힘들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솔직히 밖에 나가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초저녁에 일어나 시켜주는 밥 한 끼를 먹고 나서 일(성매매)을 시작하면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사생활 자체가 없었다.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었다. 생리적인 현상이 있을 때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강제로 일을 했다. 한 번도 쉬지 못했다. 아팠을 때도 죽을 먹고 토하면서까지 일을 해야 했다.

성매수 남성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만난 것인가?

그들(임씨 등)이 아는 사람 명의로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들어가서 남성들과 대화를 해서 연결시켰다. 여자인 척 사진도 올리고 나이와 이름, 체격 등을 설명하면 연락처를 서로 알려주는 식이었다. 그런 후에 내게 전화가 오면 어떻게 대답하고 어디서 만나면 된다고 전해주었다.

주로 어디에서 만났나?

부천에 오피스텔이 있어서 중동이나 상동에서 만난 적이 많다. 경찰에 안 들키기 위해 목동 등 서울로 이동하기도 했다.

화대는 보통 얼마를 받았고, 어디에 썼는가?

보통 25만원에서 30만원 정도였다. 돈은 그들이 다 가져갔다.

성매수 남성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었고, 그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면?

일반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명인도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 세 명 정도 기억이 난다. 유명 그룹의 가수 ㅈ씨와 IT업체 대표 ㅍ씨, 그리고 대형 연예기획사의 임원 등이다. 모두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해서 기억하고 있다. 직접 찾아갔던 집들을 보면 다들 상류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혐의 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실명의 머리글자만 기재했음.)

가수 ㅈ씨인 줄은 어떻게 알았나.

‘내가 누구이다’라고 말은 안 했지만 알아볼 수 있어서 ‘누구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TV에 나온 모습이 괜찮은가, 실물이 더 괜찮은가”라고 되물었다. “놀랬느냐”라고도 했다. 세 번 갔는데 두 번은 30만원씩, 한 번은 70만원을 받았다. 경찰서에서는 기억이 안 났는데 그 집에 고양이가 두 마리 있고, ㅈ씨 어깨에 문신이 있던 것도 지금은 기억이 난다.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IT업체 대표 ㅍ씨와 연예기획사 임원은 어떻게 알아본 것인가?

ㅍ씨는 자기가 누구라고 말하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라고 했다. 두세 번 만났는데, 집이 어디인지도 기억이 난다. 연예기획사 임원은 집에 대형 드라마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또 특별히 선물도 줘서 기억하고 있다.

ㅍ씨는 돈만 주고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런 말로 장난을 친 사람은 있었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밖에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대기업 임원이라면서 회사 이름이 적힌 보안카드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도 오픈을 했으니 너도 오픈을 하라’고 해서 서로 싸이월드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 사람 이름도 확인을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또 한 번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모텔로 가는 도중에 자신이 검사인가, 판사인가라면서 체포영장 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겁이 나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도망을 쳤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사람들이 많았나?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대포폰을 쓰거나 차를 렌트하거나 그러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신분을 밝히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를 과시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업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남성도 있을 텐데.

‘어디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가까운 호텔에 먼저 들어가 있었다. 뒷모습만 봐서는 잘 몰랐는데, 인사를 하고 보니까 얼굴 절반 이상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을 왜 썼느냐’라고 물으니까 “내 얼굴을 알면 안 되니까 모른 척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후에 다른 이야기는 전혀 안 했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런 것 같다. 

다들 김양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인가?

인터넷 사이트에 스무 살로 소개했지만 미성년자인 것을 알았을 것이다. 만나보면 대부분 알면서도 목적이 따로 있으니까 문제 삼지 않은 것 같다. 미성년자인 것을 확인하고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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