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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얼어붙는 경기 앞에선 원칙론자도 두 손 번쩍

by 아나코스 2015. 3. 29.

기준금리 인하 초강수 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1000호] 2008.12.15  22:10:28(월)  안성모 | asm@sisapress.com    
       

▲ 12월11일 기준금리 1%포인트 인하 방침을 발표하는 이성태 총재. ⓒAP연합

요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처럼 고뇌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총재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무려 1%포인트나 내리는 초강수를 또 던졌다. 이총재는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더 기다린 후 금리를 몇 번 나누어 가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이렇게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린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두 달에 걸쳐 2.2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낮추었으니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이총재는 그동안 ‘성장’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데다 노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점이 그런 평가의 저변에 깔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그가, 웬만해서는 금리를 내리지 않는 깐깐한 원칙론자여서 정부와 자주 불협화음을 빚은 탓이 클 것이다.

금리 인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총재의 평소 지론이다. 이러한 소신은 7%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고환율 정책과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정부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갈수록 침체되는 경기 앞에서 이총재도 일단 손을 들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 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는 중앙은행 총재가 어떻게 보면 무력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1968년 입행한 후 40여 년을 ‘한은맨’으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총재에게 난국을 타개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이 모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총재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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