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명단 공개 열쇠 쥔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997호] 2008년 11월 26일 (수) 안성모 asm@sisapress.com
ⓒ시사저널 임영무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형근 의원’으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린다. 15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했으니 그럴 만하다. ‘공안통’ ‘정보통’ ‘저격수’ 등 수식어도 자연스럽다.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제1차장 출신인 그는 의원 활동 대부분을 정보위원회에서 터줏대감으로 지냈다.
그런 정이사장이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출마를 포기했다. 그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정이사장의 ‘자리’는 반드시 챙겨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지난 9월19일 공석으로 5개월을 비워두었던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임명되었다.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의 행보를 막지는 못했다. 노동조합의 반응이 의외였다. 공안 검사 출신의 정치인이라 반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렷한 하자는 없다”라는 발표와 함께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단 내부에서는 ‘힘 있는 실세 이사장’에 대한 기대가 흐르는 분위기였다.
최근 정이사장이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목받고 있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 공개의 열쇠를 쥐게 된 그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다. “국민이 맡긴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공단을 직접 찾은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법과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이다”라고 압박하자 “그러면 법대로 해라”라며 되받아쳤다.
무대가 바뀌어도 ‘정형근의 힘’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인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 공개가 그로 인해 좌절된다면 어떤 평가가 내려질까. 또 “언제부터 그렇게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느냐”라는 물음에 정이사장이 어떤 답을 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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