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안전망 촘촘히 하는 디딤돌 역할”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승인 2019.12.05 12:00 호수 1572
“기금을 어떻게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예전의 회사 사업이 주택사업자 위주였다면 지금은 국민 개인의 삶과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다”며 “기금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11월27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위치한 HUG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담 운용 중인 기금 규모가 177조원 정도인데 이 기금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사장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다른 분들이 오시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19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출범한 HUG는 1999년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15년 7월부터 주택도시기금을 전담 운용하면서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됐다.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왔다. 기존의 아파트 분양 보증 중심에서 서민 주거 안정 지원으로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이 사장은 “특히 사회취약계층에 특화된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HUG가 주거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UG가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나.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문기관으로서 분양보증 제도를 토대로 주택사업 전 단계에 걸친 보증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1993년 설립 이후 올해 9월말까지 1454만 세대, 1456조원의 보증 공급을 통해 주택사업자의 원활한 주택공급을 지원함으로써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뒷받침해 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급증한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2016년부터는 고분양가 심사를 통해 신축 아파트의 적정한 분양가 상한선을 관리하면서 주택시장의 과열을 막고 서민 주거의 안정을 도모해 왔다.”
현재 HUG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거다. 이를 위해 사회통합형 주거복지 실현과 도시 재생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회통합형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전세금반환보증과 같은 보증 지원과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보증 및 기금 지원을 펼치고 있다. 쇠퇴하는 도시를 살리는 도시 재생 활성화를 위해서도 융자, 출자 등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 재생 사업의 발굴 지원과 함께 선순환하는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도시 재생은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HUG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도시 재생 뉴딜은 쇠퇴 지역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이다. HUG는 기금 및 보증을 통한 금융지원으로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1월 현재 지난해보다 3.5배 많은 3200억원의 예산을 조기 집행했다. 내년부터는 도시 재생 모자(母子)리츠 구조를 도입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사업 대상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다. HUG가 도시 재생 모(母)리츠의 AMC(자산관리회사)를 맡아 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적이고 일원화된 운영·관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으로 다양한 성공 사례를 창출해 도시 재생 금융지원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HUG를 이끌면서 특별히 강조해 온 게 있나.
“공기업에 필요한 덕목 3가지를 항상 강조하고 있다. 첫째가 사회적 가치경영이다. 공기업의 경영실적은 국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는 공정한 투명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혁신경영이다. ‘멈추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혁신을 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어떤 성과를 거뒀나.
“사업과 관련해 전세금반환보증 공급이 대폭 확대되고 도시 재생 뉴딜 금융지원의 가시적 성과도 창출했으며 고분양가 심사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지원했다. 그리고 인력 증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HUG가 직면했던 위기를 타개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취임 당시 HUG의 보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들의 대출한도가 초과돼 보증 공급이 중단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상황이었다. 거액의 대출금액을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기준의 규제 도입이 임박했었기 때문이다. HUG의 보증부 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방안은 정부손실보전 조항이 포함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이었다. 이를 위해 금융위, 기재부, 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 논리를 개발하고 신속하게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지난해 3월 법안 발의 후 최단기간인 그해 8월30일 법안을 통과시키고 공포를 완료했다.”
전세금반환보증의 경우 최근에 모바일 서비스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난해 19조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 올해는 10월까지만 26조원에 이를 정도로 가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보증 발급 요건을 개선하고 또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올해 7월에는 전세 기한 만료 6개월 전에도 보증 가입이 가능하도록 확대했고, 11월에는 카카오페이를 통한 모바일 서비스를 도입했다.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건데 도입 1개월도 안 돼 2915건의 고객이 신청을 했다. ‘사는 곳을 든든하게, 삶을 행복하게’라는 HUG의 비전처럼 더 많은 서민 가구가 전세금반환보증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
HUG의 분양보증 노하우에 대해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해외 진출 성과는 어떤가.
“그동안 쌓아온 주택분양보증에 대한 노하우를 해외에 전수해 다른 국가들도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틀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교류가 가장 활발한데 2015년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 이미 주택보증제도를 도입했고 HUG와 같은 주택보증기금(HGF)을 설립해 40여 개 주택분양보증을 발급했다. 카자흐스탄에 한국형 주택제도가 뿌리내리게 된 거다. 2012년에는 베트남, 올해 7월에는 인도네시아와 보증 및 주택금융 제도의 MOU를 체결했다. 11월초에는 콜롬비아 개발은행과 MOU를 체결해 남미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이처럼 해외에 한국형 주택금융제도가 마련되면 국내 건설사가 해외 주택사업에 진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앞으로 HUG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HUG는 지금 엄청난 체질 변화 과정에 있다. 그동안 주로 주택사업자들의 원활한 사업진행을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면, 이제는 국민 주거복지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영업활동 측면에서 보면 주거 취약계층이나 서민들이 편안해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주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 드리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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