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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외국계 카지노 영종도 입성…내국인 출입 허용도 요구할 것

by 아나코스 2016. 8. 22.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4.09(수) 13:07:21

 


“카지노 허가라 조심스럽다.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초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관계자가 외국 자본에 대한 카지노 허가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시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과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가 문체부에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를 청구해놓은 상태였다. LOCZ코리아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기업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가 화교계 부동산 개발업체인 리포 그룹과 합작해 만든 회사이고,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는 일본 굴지의 파친코 재벌인 오카다홀딩스의 계열사다. 미국과 일본의 사행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나란히 한국 진출을 타진해온 것이다.

 

MB 정권 때부터 특혜 논란

 

결과는 ‘헛발질’이었다. 문체부는 그해 6월19일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두 업체에 ‘부적합’ 판정을 통보했다. 한마디로 ‘퇴짜’를 놓은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박근혜정부 출범과 동시에 감지됐다. 유진룡 문체부장관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카지노 사전심사제가 외자 유치에 꼭 필요한 방법인지 심각하게 회의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심사 결과가 나오기 며칠 전에는 한 토론회에 참석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카지노 허가를 쉽게 내주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17일 열린 1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영종도 카지노를 적극 검토해보라고 주문하면서부터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개발 지원체계 마련이 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재도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LOCZ코리아는 12월17일 한 번 더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부적격 사유로 거론됐던 신용등급을 ‘조건부 BBB’에서 ‘무조건부 BBB-’로 조정했다.

 

결국 빗장이 풀렸다. 외국 자본이 국내 카지노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1967년 인천 올림포스호텔에 카지노가 개장된 지 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문체부는 지난 3월18일 LOCZ코리아에 ‘적합’ 판정을 통보했다. 1000점 만점에 80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 하는데, LOCZ코리아는 822.9점으로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이로써 LOCZ코리아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인 영종도 미단시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건립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카지노 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 중”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두 업체에 모두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을 때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뒷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국내 카지노 업체의 한 고위급 인사는 “문체부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 힘센 부처에서 압력이 들어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안다.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차일피일 발표만 미룬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전했다. 

 

해외 카지노 자본의 한국 진출은 MB(이명박) 정권에서 터를 닦고 길을 터줬다. 외국인 투자에 목을 매온 정부는 카지노 산업을 통한 외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정적인 한 방은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제 도입이었다.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이 인천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2012년 4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리조트에 대해 사전심사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밋빛 전망, 잿빛으로 바뀔 수도

 

사전심사제는 카지노 산업이 활성화된 마카오나 홍콩, 심지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도 없는 파격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3억 달러를 선투자한 후 2억 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해야 카지노업 허가 신청이 가능하던 것을 5000만 달러만 납입하면 카지노업 사전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특혜 시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시 문체부에서 미적거리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2012년 7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 토론회에서 지식경제부로부터 “카지노 사전심사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언제부터 얘기한 것인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나. 한두 달 안에 고칠 것은 고치고 정비하라”고 최광식 문체부장관을 질책했다. 결국 그해 9월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전심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정부는 외국 자본의 국내 카지노 진출을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영종도 카지노의 경제 효과로 ‘고용 20만명, 연간 관광객 2000만명, 관광 수입 20조원, 2024년 이후 세수 효과 연간 3000억~4000억원’을 예상했다.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이 2013년 3월 작성한 ‘인천 복합리조트’ 사전 제안서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제안서에는 ‘대한민국이 얻는 혜택’으로 ‘관광 진흥 효과 관련 복합리조트 총 방문객 690만명, 신규 방문객 190만명, 관광 수입 증가 4조5000억원’이라고 나와 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는 우리 정부와 한국 진출을 노리는 외국 자본은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를 성공 모델로 거론한다. 세계 최대 카지노 기업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그룹이 투자해 운영하는 회사다. 연간 카지노 사업 매출액만 60억 달러(약 6조34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싱가포르의 재정 수입도 덩달아 늘어났다.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아 수조 원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장밋빛 전망이 잿빛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종도 카지노를 싱가포르 사례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카지노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카지노 2곳이 새롭게 들어선 반면, 국내에는 이미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16곳에 이른다. 이들 카지노의 2012년 매출을 모두 합한 금액이 1조2510억원이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한 곳 매출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영종도에만 몇 개의 카지노가 더 문을 열 수 있고, 이미 전국 각지에서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한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신규 관광객 유입이 예상되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불확실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타이완과 일본까지 경쟁에 뛰어들 경우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025년 강원랜드 내국인 영업 독점권 종료

 

그런데도 외국의 대형 카지노 업체들이 한국 진출에 나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도 오픈 카지노다. 송학준 배제대 교수는 “내국인 개방을 하지 않을 경우 투자 회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막고 있지만 추가 요구를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랜드 한 곳뿐이다. 2012년 강원랜드의 매출액은 1조2092억원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의 매출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입장객 수는 302만5000명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238만4000명보다 많다. 정부는 내국인 허용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외국 자본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샌즈 그룹 등 유력 업체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 진출의 전제로 오픈 카지노를 요구해왔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미리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유리하다. 선점 효과가 있다. 외국인 전용만으로는 사업성이 작은데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자본의 카지노 진출을 눈여겨봐온 한 야당 인사는 “여기저기서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면 결국 레드오션이 될 것이다.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게 오픈 카지노밖에 없다. 강원랜드의 내국인 영업 독점권이 종료되는 2025년 전후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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