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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국회의원 10명 중 7명,“목사·스님도 세금 내야 한다”

by 아나코스 2015. 6. 29.

국회의원 10명 중 7명,“목사·스님도 세금 내야 한다”  
 
 
 
[1233호] 2013.06.06  20:08:19(월)  정락인·안성모 기자·양창희 인턴기자

 

ⓒ 시사저널 이종현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건가,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시사저널>은 이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월22일부터 10여 일에 걸쳐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지 않은 경우 의원 사무실에 팩스로 질문지를 보내 답변을 요청했다.

예상대로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채 설문조사를 거부한 의원이 적지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해외 출장 중이다” “바빠서 그렇다” “관심이 없다” 등 이유는 다양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굳이 답변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한 TK(대구·경북) 지역 초선 의원은 “종교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내기에는 민감한 시기다. 난 빠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호남 지역 초선 의원도 “예민한 문제라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일부 의원 “예민한 문제라 답변 어렵다”

초기에 답변을 거부했다가 나중에 답변에 응한 의원도 여럿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교회 목사들에게 굉장히 욕을 얻어먹을 수 있겠다”며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며칠 후 전화 통화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진짜 홀딱 벗기려고 하네”라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얼마 뒤 설문조사에 응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시사저널> 설문조사 결과는 이렇다. 일단 설문조사는 강창희 국회의장(무소속)을 포함해 전체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201명이 반응을 보였다. 119명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고, 82명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답변을 거부했다. 그 밖에 전화 통화가 된 의원 20여 명은 다시 통화하자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5월30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의원의 경우 국회 사무실에 팩스로 설문지를 보내고 전화로 관련 내용을 알렸다.

‘종교인 세금 납부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70.59%가 ‘납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납부하지 않아야 한다’는 답변은 5.04%에 그쳤다. 설문조사에 답변한 대다수 의원이 종교인 과세 필요성에 동의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종교 집단의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도 있지만 부정적인 현상이나 갈등을 고려할 때 토지, 종교시설 보유 등에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에 소속된 한 중진 의원은 “소득에 대한 과세는 기본 원칙이다. 종교 내부에서 이런 주장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별로 미세하지만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납부해야 한다’(63.16%)와 ‘납부하지 않아야 한다’(8.77%)의 차이가 54.39%로 민주당의 ‘납부해야 한다’(76.67%)와 ‘납부하지 않아야 한다’(1.67%)의 차이 75%보다 20%포인트 낮았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신이 믿는 종교별로 살펴보면 불교(77.8%)와 가톨릭(71.4%)이 개신교(64.3%)보다 상대적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새누리당 의원들, ‘종교인 납세’에 소극적

종교인 과세를 위해 직접 입법 활동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답변이 많았다. ‘종교인 세금 납부 관련 법안을 발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발의할 생각이 있다’(7.56%)와 ‘공동 발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32.77%)는 응답을 합해도 40% 수준에 머물렀다. 종교별로는 불교와 가톨릭에서 ‘발의 및 공동 발의’ 의견이 50%를 차지했고, 개신교의 경우 38.5%로 다소 낮게 나타났다. ‘발의하거나 공동 발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은 이보다 훨씬 적은 19.33%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39.5%는 기타 답변을 내놓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여론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종교계와의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종교인 스스로 의견을 모아서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외에도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새누리당 수도권 재선 의원), “특정 종교의 거센 공격이 있을 수 있어 민감한 문제다”(민주당 충청권 중진 의원) 등 신중한 반응이 많았다.

 


올해 1월 국회에서는 종교인 과세 관련 법안의 발의를 놓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웃고 넘어가기에는 씁쓸한 사건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1월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교인의 종교 활동 대가인 사례비를 근로소득으로 명시해 과세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몇몇 의원은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4개월 넘게 지난 지금 이 법안은 국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사저널>은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을 통해 관련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김 의원측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김 의원 보좌진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다소 황당했다. 법안을 발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공동 발의 의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법안 발의 자체를 못 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포함해 같은 당 소속 의원 6명 이외에 단 한 명만이 참여했다고 한다.

김 의원측은 “법안 내용까지 다 공개하고 요청서를 각 의원실에 보냈는데 딱 한 분만 동참했다. 10명이 채워지지 않는 법안이 존재하더라”며 허탈해했다.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사실상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기대를 걸었는데 허사였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김 의원의 어깨를 치며 ‘좋은 법안 발의했다’고 응원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도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종교인 과세’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행법으로도 종교인 과세 가능

일단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인 세금 납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 투표에 들어가면 어디에 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에 57.14%가 ‘찬성’ 입장을 내놨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61.67%)이 새누리당(50.88%)보다 찬성 의견이 10% 넘게 많았다. 종교별로는 불교(72.2%), 가톨릭(71.4%), 개신교(47.6%) 순으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반대’ 답변은 3.36%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타’ 의견이 32.77%에 달해 법안 통과를 낙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법안 내용을 살펴본 후 판단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행법으로도 종교인 과세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부의 직무유기에 의한 행정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그럴까. <시사저널>이 국회 회의록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관련 부처 인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이미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8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종교인에 대해서는 비과세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과세는 안 하고 있지 않느냐. 관행적으로 이렇게 해왔느냐”고 질문하자 백 아무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일부는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이 “자발적으로 내면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과세를 안 하고 있었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백 실장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같은 해 7월12일 김신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 않느냐”고 질문한 데 대해 김 대법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과세 당국이 관행으로 과세를 안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역시 “예”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각료인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현오석 기획재정부장관도 올해 2월과 3월 치러진 인사청문회에서 각각 “당연히 국법 질서를 따라야 한다” “원칙대로 하겠다. 실정법 판단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비과세는 ‘특혜’라는 의원은 46% 불과

 

 

<시사저널>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종교인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답한 의원의 비율은 70% 이상이었다. 반면 종교인 비과세가 ‘특혜’라고 보는 의원은 46%에 불과했다. 사실상 같은 내용에 대해 묻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종교인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84명의 의원 중,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이 특혜라고 답한 의원은 53명(63%)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37%의 국회의원이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답을 내놓은 까닭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었던지 의원들은 저마다 답변 이유를 설명했다. 종교인 세금 납부에는 찬성하지만 종교인 비과세가 특혜는 아니라고 답한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특혜를) 점차 줄여나간다 하더라도, 종교인에 대해 어느 정도 혜택은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종교인 비과세는 “특혜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전했다.


 

역대 정권 종교인 과세 추진 왜 좌절됐나

 

종교인 과세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지금까지 7년째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지만 결정 난 것은 없다. 2006년 4월 국세청은 당시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송부했고, 3개월 후 재경부는 회신을 통해 “종교인 과세 여부를 검토 중이며 결론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도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다. 지난해 3월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종교인 비과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적극 추진 의지를 보였다. 물론 적용 방법과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장관의 말은 공염불이 됐다. 같은 해 8월 기재부가 세제 개편안 발표에서 종교인 과세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올해 1월18일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종교인 과세 유보 방침을 발표했다. 세법 개정안 확정 단계에서 특별한 이유를 언급하지 않고 뺐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되던 ‘종교인 과세’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3월4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박 장관은 다시 한번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종교계와 충분히 협의해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박근혜정부의 몫이 됐다. 그런데 종교인들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에 불만이 많다. 기재부가 구체적 안을 제시하거나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청회 등을 개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언론을 통해 ‘과세 추진’을 언급하며 여론의 추이만 살폈다고 주장한다.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실천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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