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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사회

겁 없는 검찰에 PD들이 뿔났다

by 아나코스 2015. 3. 30.

이춘근 PD 전격 체포하며 수사에 속도
MBC 압수수색 가능성도 있어 

 
[1015호] 2009.04.01  10:14:53(월)  안성모 기자


 

▲ MBC ‘공영방송 사수대’(맨위). 아래쪽은 서울 중앙지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한국PD연합회. ⓒ시사저널 임영무


“당혹스럽고 분노한다.”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자 해당 PD들은 물론 방송계가 끓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25일 밤 11시께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춘근 PD를 체포한 데 이어 나머지 세 명의 PD와 두 명의 작가에 대한 신병 확보에도 나섰다. 다음 날 오전에는 제작진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형식적인 소환 절차만 거친 상황에서 강제 구인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 허를 찔렸다”라고 밝혔다.

이번과 같이 공권력이 방송 내용을 문제 삼아 담당 PD를 강제 구인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MBC 시사·교양 PD들이 곧바로 제작 거부에 나선 데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젊은 PD들은 물론 MBC 보직 간부 PD들까지 현 정권의 ‘비판 언론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제작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야 할 후배 PD가 눈앞에서 끌려가는 현실을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선배 PD로서 정치 권력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고 있는 후배 PD들에게 전적으로 지지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PD연합회 “이성을 상실한 독재 정권”

PD연합회(회장 김영희 MBC PD) 차원의 대응도 준비 중이다. 3월26일 오전 긴급운영위원회를 가진 PD연합회는 검찰의 ‘표적 수사’를 규탄하는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전국PD비상총회도 소집하기로 뜻을 모았다. PD연합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성을 상실한 독재 정권의 발악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전쟁이 시작되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검찰의 이번 행위가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 깔려 있다. 정부·여당이 6월 국회까지 마무리지으려는 방송법 통과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 교체 시기가 오는 8월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문진은 MBC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방문진 해체 후 민영화’ 수순을 밟기 위한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언론 탄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방송계를 넘어 언론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점차 높아가는 분위기이다. 남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추가 구인 여부가 우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은 MBC 사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MBC 노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검찰이 어떤 식으로 수사를 진행해나갈지 예의주시하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처벌 불가’라고 판단한 이전 수사팀을 교체해 재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적용에 맞춘 고소장과 진정서도 제출받아 모양새도 갖추었다. 남은 제작진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방송의 왜곡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혀온 촬영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MBC를 압수 수색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어 검찰도 이렇게까지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재 검찰이 보이는 ‘속전속결’ 행태를 볼 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법원이 MBC에 대한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해주면 이를 근거로 해당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우선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어떤 형태이든 검찰은 다음 수순에 들어갈 것이고, 이번처럼 ‘예상 밖의 사태’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았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PD연합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며, MBC도 엄기영 사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검찰의 <PD수첩> 재수사를 둘러싼 파장이 PD와 검찰의 대결을 넘어 언론계의 주 이슈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기자들은 정부의 꿍꿍이속을 알고 있다”
 
경찰은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체포

 

▲ 회사 로비에서 파업 중인 YTN 노조원들. ⓒ연합뉴스


YTN 이사회가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를 사장에 내정한 이후 불붙은 YTN 노조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이 11개월째 계속되고 있던 지난 3월25일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다.

경찰은 YTN 노조가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인 3월22일 노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4명을 긴급 체포했고, 법원은 노위원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조는 예정대로 3월2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YTN은 현재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대신 자회사인 ‘YTN 라디오’와 ‘YTN DMB’ 인력을 투입해 파행 방송을 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불법 대체 근로 행위를 하고 있다며 회사측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노사 갈등 때문에 현직 언론인이 구속된 것은 지난 1999년 방송법 파업 당시 KBS와 MBC 관계자 6명이 구속된 이후 10년 만이며, 사장 선임에 반대해 노조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1996년 최문순 MBC 노조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이후 13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회사측이 노위원장의 구속을 경찰에 직접 요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측이 경찰에 노위원장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적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노조는 회사측에 더욱 반감을 갖고 있다. YTN 노조의 한 간부는 “노위원장의 구속은 노조 파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회사측은 “해고자 6명 가운데 5명의 복직은 고려할 수 있지만, 노위원장만큼은 안 된다”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노사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노위원장이 구속되자 언론노조를 비롯한 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 언론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와 ‘유엔인권이사회’는 노위원장 구속 등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고, ‘국제기자연맹’은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성명을 발표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위원장을 구속할 정도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었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노위원장 구속과 MBC <PD수첩> 제작진의 체포를 놓고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여야 합의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오는 6월 종료되면, 국회에서 또 한 차례 미디어법 표결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정지 작업을 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정부가 오는 8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의 이사진을 교체해서 MBC 소유구조의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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