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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강을 잘 살리면 지역 경제 살아날까

by 아나코스 2015. 3. 29.

4대강 정비 사업 추진에 각 지자체들은 ‘환영’ 일색 
 
[1004호] 2009.01.13  02:44:01(월)  안성모 | asm@sisapress.com 

 

▲ 한승수 국무총리(가운데)가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녹색 뉴딜 추진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첫 국무회의 작품으로 ‘녹색 뉴딜’을 내놓았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 회복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 잡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지만 ‘녹색’보다는 ‘뉴딜’에 초점이 더 맞추어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결국,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라는 얘기이다.

4대강 정비 사업이 프로젝트 명단 첫머리에 오르며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업은 하천 제방 단면 확대, 중소 댐 건설, 홍수 조절지 건설 등 토목 공사 중심이다. 4년간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전체 구상 중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하다. 가장 많은 18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27만5천개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 부양 대책 발표 때마다 나왔던 단골 메뉴

4대강 정비 사업은 올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단골로 내세운 사업이다.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발표한 이후 10월에 제시한 100대 국정 과제에는 빠졌지만, 12월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다시 거론되었다. 이어 그 1주일 뒤 있은 국토해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뉴딜 정책 10대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이 예견되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지만 반발 여론에 부딪히면서 중단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4대강 정비 사업을 통해 우회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대운하를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유역 정비로 위장한 대운하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하천 정비를 통해 물을 맑게 하고 홍수를 막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엉터리이다. 강을 직선화시켜 여울과 웅덩이를 없애고 모래와 자갈을 퍼내는 하천 정비 사업은 강과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이다”라고 비판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역 경제는 토목 공사를 통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나 복지 등 더 좋은 방법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 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는 재해 예방, 환경 보전, 수량 확보와 수질 개선, 관광·레저 산업 진흥 등 다목적 효과를 갖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서 2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초기 대운하 사업의 경제적 효용성으로 우선 거론되었던 물류 부문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들어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어디에도 ‘운하’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박준영 전남지사 “영산강 뱃길 복원 시급해”

 

▲ 4대강 살리기 사업 착공식이 열린 낙동강 안동지구. ⓒ연합뉴스

 

그 자리를 ‘뱃길 복원’ ‘홍수 예방’ ‘생태 보존’ ‘관광 자원’ 등이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지역 발전’이 더해졌다.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을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각 지자체에서는 저마다 대형 국책 사업 유치를 통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만큼 관련 지자체들은 정부의 ‘녹색 뉴딜’에 대해 대부분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대운하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 않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가 홍보 부족으로 인해 좌초되었다고 여기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코리아플러스>는 새해 첫 호에 4대강 정비 사업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태호 경남지사와 함께 박준영 전남지사의 인터뷰를 실으며 사업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해당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사업이 집대성된 측면이 강하다’라고 밝혔다. 영산강을 낀 전라남도는 ‘영산강 뱃길 복원’을 주창해왔고, ‘낙동강 물길 살리기’ 역시 2004년에 수립한 낙동강 유역 종합 치수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당 당적을 지닌 박준영 지사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거론되기 전부터 영산강 뱃길 복원 계획을 검토해왔다. 지금의 영산강을 그대로 두는 것은 ‘방치’일 뿐 ‘보존’이 아니라는 것이 박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물류를 염두에 둔 운하와 수질 개선 및 치수에 중점을 둔 뱃길 복원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당론으로 내걸었던 민주당으로서는 박지사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당 내부에서 박지사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공론화되어 공개적인 비판으로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다. 환경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제재 요구’가 있었지만,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어떻게 아우를까에 대한 민주당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사업 선도 지구로 선정된 경북 낙동강 안동 지구와 전남 영산강 나주 지구에서 착공식을 갖는 등 첫 삽을 뜬 만큼 정부는 앞으로 4대강 정비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에서도 구체적인 사업 구상을 내놓으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그 속도는 갈수록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등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연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그랬던 것처럼 4대강 정비 사업 역시 국민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수사적으로 운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사업이 친환경적으로 강을 되살리며 경기 부양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일방통행은 ‘희망’이 아닌 ‘재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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