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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인터뷰] 선병렬 “헌재 위헌 판결은 예방주사”

by 아나코스 2015. 3. 25.

'국보법 폐지안 상정' 앞장선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뷰

“김원기 의장 정치타결 얘기 듣고 기절할뻔했다” 
 
2005-01-21 18:53 안성모 (anarchos@dailyseop.com)기자 
 
  
“국보법 문제를 4자회담 등 대표단의 정치적 타결장으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초선의원으로서 7개월여간 의정활동을 펼친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앞장서온 만큼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 역시 남다르다.

특히 안타까웠던 점은 개혁입법 처리문제를 여야 당 지도부간 회담으로 풀려고 했다는 것이다. 선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상임위에 일임을 해줬으면 설령 당시에 통과시키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쉬움이 큰 만큼 이 시기를 겪으며 배우고 익힌 점도 많다고 한다. “국회라는 공간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고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현장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는 것이다. 또 “7개월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현장 감각도 배우고 익혔다”고 한다.

 

법사위 ‘입담’ 주인공…“여기서 밀리면 한나라당 자만 용인해주는 꼴”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위해 선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펼친 ‘무용담’은 지난 한해 국보법 폐지를 열망하던 네티즌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특별히 준비를 한 것은 아니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담속 진담’으로 받아주길 바랐다”는 선 의원은 “단순한 말싸움처럼 비쳐질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밀리면 한나라당의 자만을 용인하는 셈이 된다는 우려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 없었다”고 회상했다.

국회 산자위에서 국보법 폐지안 처리를 위해 법사위로 사보임된 선 의원은 “산자위에 있을 때에는 TV 중계도 없었고 해서 동영상이 잡히는지도 몰랐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선 의원의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에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열띤 지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선 의원은 “국보법 폐지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선 의원은 “한나라당 주장처럼 국보법 폐지안 상정이 표결처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폐지안을 상정해서 토론회를 거치면 국민들이 우리당의 당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폐지안 상정을 두려워하며 온 몸으로 막은 것은 토론을 하면 국민들의 선택이 우리당의 폐지 당론으로 갈 것 같기 때문이라는 것. 선 의원은 “지금도 한나라당에서 토론에 나서기만 한다면 우리당 의석수가 설령 과반수 이상이 안 되더라도 국보법 폐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표협상으로 당론 변경 있을 수 없어…

국회의장 ‘정치적 타결’ 강조할 땐 기절초풍할 뻔”

 

선 의원은 지난해말 국보법 연내폐지를 촉구하며 ‘240시간 연속의총’에 앞장섰다. 당론을 따라줄 것을 지도부에 압박하는 일종의 시위 형태였다. 당시 소장-개혁파라 불리던 이들 의원은 개혁입법 처리 방식을 놓고 당 지도부와 국회의장의 행보를 과감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선 의원은 “대표회담이라는 여야 지도부의 협상으로 당론을 변경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꼬집은 후, “대표들끼리 합의할 것이 아니라 의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상임위에서 정식 토론을 갖고 거기서 밀리면 당론을 변경해 나가는 게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여야간 정치적 협상’을 강조했던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법사위에서 ‘손바닥 상정’을 한 것은 국민들에게 (국보법 폐지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선 의원은 “의장께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 타결’을 이야기할 때는 기절초풍할 뻔 했다”며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법이기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그럴수록 입법기관인 의원들이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선 의원은 “의장께서 ‘상임위에서 상정조차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상정해서 토론하는게 개혁국회의 의무다’라고 말씀 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실용-개혁 배치된 개념 아니다…중진들 새로운 비전 제시해야”

당시 당내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총’ 의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했다. 초선의원들이 ‘과격한 커머셜리즘(상업주의)’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선 의원은 “중진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지 ‘초선들 때문에 당이 흔들리는데 이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만 해서야 되겠느냐”며 “중진들이 당을 추스르고 규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다가 위기에 빠지니까 나서겠다는 식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들어 당내에 ‘당 규합’이라는 기치 아래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실용’과 ‘개혁’은 절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용주의는 만고불변의 정치원리 중 하나이며, 어느 분야든 실용주의를 외면하는 노선이 있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선 의원은 “실용주의는 목표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한 후, “목표를 낮춰서라도 달성하자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말이지 실용적으로 국보법을 폐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 국보법 대체입법, 독재정권의 족보 주소 변경만 하자는 것”

 

국보법 폐지안 처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겨져 있다. 이 문제를 놓고 당내 의견 대립양상이 재현될 수도 있다.

선 의원은 “국민들에게 대립으로 비치지 말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후, “이번에는 대표회담을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식은 절대로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법사위에서 공개적으로 토론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지 말고 의원들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대체입법 논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선 의원은 “대체입법에 대해 얘기들 하는데 우리당 당론인 ‘국보법 폐지 후 형법보완’이 국보법을 형법으로 대체하자는 일종의 대체입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당은 새로운 족보에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통일을 담자는 것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독재정권에서 내려온 족보에 주소 변경만 하자는 것”이라며 “깨끗하게 정리된 새로운 족보를 만들어나갈 것이냐, 독재정권으로부터 내려온 너덜너덜한 족보를 그대로 안고 갈 것이냐의 선택인 셈”이라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에서 ‘폐지 반대가 국민의 여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선 의원은 “국민 70%가 폐지를 반대하고 30%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치자”면서 “여기서 70%와 30%를 단순히 산술적인 지지도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폐지를 촉구하는 30%는 그야말로 ‘처절한 30%’이다”고 강조했다.

 

“국보법 폐지, 한나라당 돕는 일…건전보수당으로 거듭날 첫 치료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한 단체 회원들과 만났던 경험을 말하면서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분들이 ‘국보법 폐지는 절대 안된다’고 하길래 ‘국보법이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피땀 흘려서 나라를 지킨 것이며, 지금은 그 일을 여러분들 후배가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보법이 나라를 지켜왔다면서 정권 지키기에 급급한 세력들이 가증스럽지 않느냐’고 했더니 수긍을 하더라”는 것.

선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한나라당에 화났던 것은 대정부 질문에서부터 이어졌던 색깔론이 법사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기 때문”이라며 “막무가내식 색깔론이 이제는 끝났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는데 그렇다고 멱살잡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말로써나마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서로 핏발 세우지 말고 상식선에서 토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 의원은 “국보법 폐지야말로 한나라당을 돕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군사정권부터 내려오던 속박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치료제가 국보법 폐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나눠먹기식’ 연대는 성향상 어려워…당 쇄신 논의는 언제든 가능”

 

이달말 원내대표 선거, 4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 의장 선거 등 당내에서 새 지도부 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내 재야파 그룹인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 소속 의원으로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미 국정연 회장인 장영달 의원이 당 의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 의원은 “장 의원은 그동안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줄곧 고민해 왔다”며 “당 의장 출마는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 의원은 “의총 농성을 하니까 정치적 의도를 갖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사실 그렇게 평가하는 중진들이 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 의장 선거와 의총 농성을 결부시키는 일부 시각을 경계했다.

‘조기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과열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를 전후해 지역당원들과 만나 국가운영에 대해 의원-당원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라고 풀이했다.

계파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그룹별로 살아왔던 과정이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서 현안을 얘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당내 논의가 활발해지기 힘들 것”이라며 “계파별로 논의를 통해 의견을 밝히고 정책 집행에 있어서는 힘을 결집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재야파-개혁당 그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내대표와 당 의장을 뽑으면서 이합집산식으로 ‘나눠먹기’ 하는 것은 국정연과 참정연의 성향상 어렵다”고 분석하며 “특히 당원들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 의원은 “어떻게 해야 우리당이 국가 경영을 잘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당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240시간 연속의총’이 그러한 예 중 하나였다”며 “어떤 인물이 지도자로서 적합하냐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해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은 ‘예방주사’…정부 대처 잘 하고 있다”

 

대전시 동구가 지역구인 선 의원에게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을 때 심경도 남달랐을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선 의원의 답변은 차분했다.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릴 당시 그렇게 흥분하지는 않았다”는 선 의원은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규모가 큰 정책이다 보니 한번쯤 고비를 겪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때 예방주사를 맞았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포기할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다”며 “실제로 헌재 결정 이후 정부에서도 잘 대처하고 있고 지역에서도 상당부분 수습이 되는 분위기이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초선의원으로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봤을 때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었는데 아쉬운 점도 많았을 거 같다.

“국민들의 큰 기대속에 출범한 17대 국회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했다. 국회가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공간,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현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7개월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현장 감각도 배우고 익혔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우리당이 152명의 의원으로 시작했고, 천정배 전 원내대표도 개혁을 주창하며 당 지도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보법 폐지 등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과제를 완수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국보법 문제를 4자회담 등 대표단의 정치적 타결장으로 보내지 않았어야 했다. 지난 국회에서 상임위에 일임을 해줬으면 설령 당시에 통과시키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을 것이다.”

- 국보법 폐지법안 상정을 놓고 법사위에서 한나라당과 맞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병렬 동영상’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법사위에서는 국보법 폐지에 대해 논의를 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보법 폐지안을 상임위에 상정해서 토론을 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상정조차 못하게 막으니까 화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특별히 준비를 한 것은 아니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담속 진담’으로 받아주길 바랬다. 단순한 말싸움처럼 비쳐질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밀리면 한나라당의 자만을 용인하는 셈이 된다는 우려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 없었다. 사실 산자위에 있을 때에는 TV 중계도 없었고 해서 동영상이 잡히는지도 몰랐다.(선 의원은 국회 산자위에서 법사위로 사보임돼 국보법 상정에 앞장섰다.)”

- 직설적이고 즉각적인 화법이 국보법 폐지를 바라는 네티즌들로부터 ‘시원하다’는 반응을 얻은 것 같다.

“내가 (동영상을) 봐도 웃기더라. 국보법 폐지를 염원하는 분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국보법 폐지안 상정이 표결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까지 상정을 하려고 했냐면 그만큼 국보법 폐지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폐지안을 상정해서 토론회를 거치면 국민들이 우리당의 당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폐지 당론을 펼쳐나갈 수 있겠나. 한나라당이 폐지안 상정을 두려워한 것도 토론을 하면 국민들의 선택이 우리당의 폐지 당론으로 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몸으로 상정을 막은 것이다. 지금도 한나라당에서 토론에 나서기만 한다면 우리당 의석수가 설령 과반수 이상이 안 되더라도 국보법 폐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본다.”

- 국보법 연내 폐지를 촉구하던 ‘240시간 연속의총’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국회의장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다.

“대표회담이라는 여야 지도부의 협상으로 당론을 변경할 수는 없다. 지도부가 올해에도 그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또 다시 의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대표들끼리 합의할 것이 아니라 의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상임위에서 정식 토론을 갖고 거기서 밀리면 당론을 변경해 나가는 게 떳떳하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정치자금을 대 주던 시절에나 있었던 구태 중 하나다.

국회의장께도 불만이 많았다. 법사위에서 ‘손바닥 상정’을 한 것은 국민들에게 (국보법 폐지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의장께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 타결’을 이야기할 때는 기절초풍할 뻔 했다.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법이기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그럴수록 입법기관인 의원들이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상임위에서 상정조차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상정해서 토론하는게 개혁국회의 의무다’라고 말씀 했어야 한다.”

국보법 폐지 등 개혁을 완수해나가는 일은 ‘주고 받는’ 식의 타협의 대상이 될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4대 개혁법안을 연계시켜 여야 대표간 협상을 통해서 처리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여야가 절충하다보니 법안 자체가 ‘짜깁기’가 돼버리고 대국민 수용성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짜깁기 법안을 보면서 얼마나 웃기겠는가. 여야가 정책을 적당하게 절충할 것이 아니라 정책 결과를 놓고 선거에서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타협은 결국 나중에 변명거리만 만들어줄 뿐이다.”

- 일부 중진들은 ‘의총’ 의원들이 ‘과격한 커머셜리즘(상업주의)’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진 의원들이 지난 7개월간 특별한 역할을 행사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강경파라서 연속의총을 통해 농성을 한 것은 아니다. 중진들이 나서서 책임감을 갖겠다면 제대로 하시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을 지금 와서 ‘초선 강경파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건 아니라고 여겨진다.

중진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지 ‘초선들 때문에 당이 흔들리는데 이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만 해서야 되겠는가. 중진들이 당을 추스르고 규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다가 위기에 빠지니까 나서겠다는 식은 적절치 않다는 거다.”

- 올해 들어 ‘당 규합’이라는 기치 아래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듯 하다. 상대적으로 국보법 폐지 등 개혁 과제가 뒤로 미루어지는 듯 하다.

“‘실용’과 ‘개혁’은 절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어느 분야든 실용주의를 외면하는 노선이 있을 수는 없다. 실용주의는 만고불변의 정치원리 중 하나다. 하지만 실용주의는 목표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목표를 낮춰서라도 달성하자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말이지 실용적으로 국보법을 폐지시켜야 한다.”

- 그렇다면 2월 임시국회에서 국보법 처리를 놓고 또 한차례 당내 의견 대립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건가.

“토론을 하자는 거다. 국민들에게 대립으로 비치지 말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표회담을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식은 절대로 안된다. 법사위에서 공개적으로 토론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지 말고 의원들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대체입법에 대해 얘기들 하는데 우리당 당론인 ‘국보법 폐지 후 형법보완’이 국보법을 형법으로 대체하자는 일종의 대체입법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말하는 대체입법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우리는 새로운 족보에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통일을 담자는 것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독재정권에서 내려온 족보에 주소 변경만 하자는 것이다. 깨끗하게 정리된 새로운 족보를 만들어나갈 것이냐, 독재정권으로부터 내려온 너덜너덜한 족보를 그대로 안고 갈 것이냐의 선택인 셈이다.”

-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아직도 폐지 반대가 국민의 여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국민 70%가 폐지를 반대하고 30%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치자, 여기서 70%와 30%를 단순히 산술적인 지지도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폐지를 촉구하는 30%는 그야말로 ‘처절한 30%’이다. 동네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자고 하는데 90%가 반대하고 10%만 찬성한다고 해서 도와주지 말자는 건가. 때로는 90%가 10%를 따라가는게 옳은 사안이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다. ‘국보법 폐지는 절대 안된다’고 하길래 ‘국보법이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피땀 흘려서 나라를 지킨 것이며, 지금은 그 일을 여러분들 후배가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보법이 나라를 지켜왔다면서 정권 지키기에 급급한 세력들이 가증스럽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 분들도 수긍을 하더라.”

- 그렇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폐지안을 상정시키려 하면 한나라당이 또다시 온몸 저지에 나서지 않겠나.

“그래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서로 핏발 세우지 말고 상식선에서 토론을 하자는 거다. 상정을 하는게 곧바로 표결을 통해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야당을 탄압해서 사리사욕을 얻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난 국회에서 한나라당에 화났던 것은 대정부 질문에서부터 이어졌던 색깔론이 법사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 국보법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동료를 간첩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을 계속 할 것 아닌가. 막무가내식 색깔론이 이제는 끝났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는데 그렇다고 멱살잡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말로써나마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다.

그리고 국보법 폐지야 말로 한나라당을 돕는 일이다. 군사정권부터 내려오던 속박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치료제가 국보법 폐지라고 생각한다.”

- 장영달 의원이 당 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에서 원내대표와 당 의장 출마를 놓고 논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 의원이 그동안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줄곧 고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원내대표직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시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의원들이 ‘240시간 연속 의총’에 대해서 거친 비판을 하고 나오니까 원내대표 출마도 배제하지 않은 듯 하다. 당 의장 출마는 장 의원이 계속 가져오던 생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의총 농성을 하니까 정치적 의도를 갖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사실 그렇게 평가하는 중진들이 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용-개혁 이런 식의 이분법으로 편가르기는 옳지 않다. (당 의장으로) 누가 되던 서로 의견을 개진해나가면 되기 때문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 당 의장 선거가 조기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열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를 전후해 지역당원들과 만나 국가운영에 대해 의원-당원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창당 이후 그동안 이런 기회가 적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계파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룹별로 살아왔던 과정이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서 현안을 얘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당내 논의가 활발해지기 힘들 것이다. 계파별로 논의를 통해 의견을 밝히고 정책 집행에 있어서는 힘을 결집시키면 된다.”

-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개혁당 그룹과의 연대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돌고 있다.

“국정연과 참정연 모두 인적 자원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런 고민들을 장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원내대표와 당 의장을 뽑으면서 이합집산식으로 ‘나눠먹기’ 하는 것은 국정연과 참정연의 성향상 어렵다고 본다. 특히 당원들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어떻게 해야 우리당이 국가 경영을 잘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당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얼마던지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240시간 연속의총’이 그러한 예 중 하나였다. 어떤 인물이 지도자로서 적합하냐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해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판결이 나왔을 때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지역구(대전 동구) 주민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현재 지역 민심은 어떤가. 그리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후속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릴 당시 그렇게 흥분하지는 않았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규모가 큰 정책이다. 한번쯤 고비를 겪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그래서 헌재 결정이 약간의 난관이 될 뿐이라고 여겼다.

노무현 대통령이 포기할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다. 실제로 헌재 결정 이후 정부에서도 잘 대처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상당부분 수습이 되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데 국민들이 함께 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정책이라는 것은 진행하면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나가는 과제가 아직도 남아 있는 셈이다. 행정특별시로 가닥이 잡혀가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나갈 것으로 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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