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특위 위원들이 말하는 ‘성과와 한계’
[1028호] 2009.07.01 01:04:00(월) 안성모 기자
▲ 6월2일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원희룡 위원장(가운데) 등 쇄신특위 위원들이 회의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것 같다.” 4·29 재·보선 참패의 충격 속에서 출범한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쇄신위)가 한 달 보름여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내에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쇄신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그 대상과 수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다. 당내 계파 간의 해묵은 갈등과 위원회의 제한적인 권한 등으로 인해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참여한 위원들도 대체적으로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쇄신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본21’ 소속 김성태 의원은 “계파 간 이해와 입장의 차이로 인해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 상당한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김의원은 “어느 정당이든 계파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갈등 구조가 고착화해서는 안 된다. 탈계보 정치가 다음 쇄신에서 화두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김의원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정책은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유연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관의 소신이면 여론은 무시해도 된다는 입장이 유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이번 쇄신안을 통해 “당이 국정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사회적 논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역시 ‘민본21’ 소속의 신성범 의원은 계파 문제보다 쇄신의 선명성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선명성만 강조해 비현실적인 주장을 내세울 수도 없고, 현실과 타협해 하나 마나 한 주장만 할 수도 없었다”라는 것이다. 신의원은 “복잡한 정치 현실 속에서 당내에서 지지를 받는 동시에 쇄신의 방향과도 맞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라고 토로했다.
“보장받은 권한 없어 활동에 제약”
지속적으로 쇄신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의원은 “위원회에서 조성한 쇄신 분위기가 여권 전체로 확산될지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10월에 있을 재·보선에서 또 민심 이탈이 있으면 쇄신 논의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도 사안의 엄중함과 국면의 심각성을 잘 헤아릴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친이명박계 원외 인사인 안재홍 전 광주시당위원장은 쇄신위가 가진 권한의 한계를 거론했다. 안 전 위원장은 “인사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요구 정도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있는데, 쇄신위가 전적인 권한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쇄신안을 지도부에 건의 정도밖에 할 수 없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당 쇄신과 관련해서는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자가 당 지도부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위원장은 “그동안 책임을 질 만한 권한이 없었다. 친이냐, 친박이냐를 떠나 대리인이 아니라 권한을 지닌 분이 당을 이끌고 그 책임 또한 지는 것이 맞다. 결국, 전당대회를 언제 치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도 체제를 어떻게 갖추어나갈 것이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다.
친이 직계로 민본21에서 활동 중인 정태근 의원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당시 밝힌 중도·실용 노선으로 복귀하고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청와대가 변화를 보인 점은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당 쇄신과 관련해서도 “과거보다 한 차원 높은 논의가 진행되었다”라고 지적한 후 “계파 문제는 주류에서 화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당직을 독식하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 간에도 시각 차를 보였다. 이진복 의원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 쇄신과 화합이라는 숙제 중 쇄신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은 반면, 화합은 인위적으로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화합해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 물밑에서 논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아쉽다”라는 것이다. 이의원은 “계파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를 전제해야 화합을 논의할 수 있다. 전부 갖고 전부를 잃는 제로섬 게임은 안 된다. 상대를 배려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천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는 진전”
반면, 쇄신위 토론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에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 점은 성과로 평가했다. 계파 갈등의 단초이기도 한 ‘공천 문제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예로 들었다. 이의원은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잘못 운용된 점을 시인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친박계 인사로 민본21 소속인 김선동 의원도 “공천과 관련해 당헌·당규가 지켜지지 않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현실화하고 구체화했다. 공천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갈 수 있도록 투명화·객관화할 방안을 만들어냈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국민의 여망을 담은 국정 쇄신과 당의 역할을 준비하는 방안이 앞으로 어떻게 수용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중립 성향의 장윤석 의원도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이라도 반듯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그 이상의 쇄신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쇄신위가 박근혜 전 대표를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위원회를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이의원은 “쇄신의 본질은 국정 개혁이며, 청와대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에 있다”라고 하면서 “당대표 조기 사퇴니 조기 전당대회니 하는 것은 오히려 쇄신을 기화로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당·청 관계와 공천 문제 등은 박근혜 대표 시절 원칙으로 확정한 당헌·당규를 지키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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