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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박지원 ‘정보 파워’, 어디서 나오나

by 아나코스 2015. 6. 8.

놀라운 정보력에 여야 모두 혀 내둘러

‘X파일’ 존재 여부에는 긍정도 부정도 안 해 
 
[1182호] 2012.06.14  18:33:25(월)  안성모 기자

 

2010년 12월 열린 백봉신사상 수상식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목욕탕 때밀이한테서도 정보를 얻어낼 사람이다.”

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여권 인사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정보력에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이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라는 박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은 “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반박하며, 박대표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이다.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 메이커 중 한 명은 단연 박지원 원내대표이다. 6월9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이끌어온 그는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박근혜 검증’을 무기로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최근 민주당에서 작성한 ‘박지원 비대위원장 33일 결산’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도 잘 나타난다. ‘제1 야당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로서 민생을 챙기고 정국을 주도했다’라고 박대표를 평가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대권 후보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시작’을 들었다.

 

‘사람 관리’ 귀재…지금도 모임 여러 개 참여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 청와대기자단

민주당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 항목은 △새누리당의 선출직·지명직 최고위원에 국회의장까지 친박 일색으로 장악한 ‘인사 독식’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와의 만남, 삼화저축은행과 동생 부부의 부적절한 관계 등 ‘비리 연루 의혹’ △박근혜 핵심 자문 그룹 ‘7인회’는 유신과 5공 독재의 잔당들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새누리당 대권 주자들도 요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만 ‘나 홀로 반대’하는 독선적 리더십 △박근혜식 이미지 정치, 부실한 경제 민주화 및 민생 복지 프로그램, 소통 부재의 의사 결정 방식 등이다.

저축은행과 관련한 ‘비리 연루 의혹’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내용인데도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정보통’으로 불리는 박대표가 직접 ‘검증’을 명분으로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현 정권 들어 박대표는 예측 불허의 놀라운 정보력을 과시해왔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를 비롯한 상당수 인사가 그의 정보망에 걸려들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낙마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SLS그룹의 구명 로비 등 현 정권의 굵직굵직한 불법·비리 사건의 실체가 외부로 드러난 것도 박대표가 수집한 정보들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 정치인의 경우 정권의 핵심 인사가 연루된 ‘고급 정보’에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박대표는 최고 권력 기관인 청와대조차 예상하지 못한 사안까지 밝혀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런 만큼 그의 정보력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박대표가 과거 김대중 정권 때부터 맺어온 인맥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그는 정권 실세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청와대 공보수석, 정책기획수석, 정책특보에 이어 임기 말에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중간에 문화관광부장관도 역임했다. 

 

“호남 라인이 정보 보고”에 “그렇지 않다”

박대표는 정치권 내에서도 ‘사람 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호남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내 호남 출신의 한 당직자는 “다양한 직위에서 국정 경험을 하면서 공적·사적 네트워크를 축적했는데, 지금까지도 모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여러 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벌 기업의 한 인사는 “김대중 정권 당시 한 사석에서 박대표가 구여권(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과 상당히 밀착되어 있던 한 재계 인사와 호형호제하는 것을 보고 그의 폭넓은 인맥을 실감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 내부 인사까지도 박대표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고위 간부를 지낸 여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 호남 라인이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박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기관 모르게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28쪽 인터뷰 기사 참조).

박대표의 지인들은 그가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기 때문에 뛰어난 정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대표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김명진 비서실장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실시간으로 기사를 보고받고 SNS를 통한 정보 공유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야생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야 등산 도중에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다.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희귀한 야생화가 널려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보 제공자를 많이 두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가공하는 기획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를 종합하고 이를 부각시키는 능력이야말로 ‘박지원의 힘’이라는 것이다.

박대표의 ‘검증’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정보를 활용하는 데 몸을 사리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대표는 야당의 최고 지도부에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대여 공세에서 ‘악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한 측근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전진할 수 있도록 자신은 지뢰를 제거하는 위험한 일을 맡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대표가 자신의 정보력을 동원해 수집한 이른바 ‘박지원 X파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주목된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박대표는 X파일의 실체에 대해 “나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방어에 나선 여권은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일 뿐이다”라고 평가 절하하면서도 박대표가 또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칫 가랑비에 옷 젖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박근혜 검증’을 본격화하면서 대여 전선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 컨설턴트는 “총선 패배 이후 당의 구심력이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대표가 전 방위에 걸쳐 싸움을 주도했지만, 언제까지 그의 개인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조직적인 공세에 나서기 위해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이에 따라 박대표가 직접 ‘저격수’로 나서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정보력에 따라 공세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하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을 계속해야 한다는 박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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