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디지털위원 공모·인터넷 TV ‘소셜 토크’ 등으로 젊은 층 공략 박차…대권 주자들 손길도 바빠져
2011.11.24 16:47:47(월) 안성모 기자 | asm@sisapress.com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치권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통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은 앞다투어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들도 ‘SNS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SNS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선거전에서 트위터 대 트위터로 맞불 작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성과는 기대 밖이었다. 선거 직후 SNS 분야의 역량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SNS 관련 명망가 영입, SNS 어플리케이션 개발, SNS를 통한 국민과의 소통 강화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톡 활용한 직접 소통도 모색 중
하지만 당내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SNS에 대한 당 지도부와 핵심 의원들의 이해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SNS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대책만 내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SNS는 설득의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공간이다”라고 지적했다. 명망가 영입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NS 정신은 개방과 참여 그리고 공유에 있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근본적인 이유는 SNS를 활용하지 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SNS 주 이용층인 20~4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한다. 그런 만큼 당 차원에서 아무리 열심히 매달린다 하더라도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SNS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비판 여론을 감안해 SNS 활용도가 높은 대학생 등 젊은 유권자들을 대거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으로 뽑을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인위적으로 몇몇 유력 인사를 영입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를 할 것이다. 특별한 자격 조건도 두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실시간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당 지도부가 카카오톡을 이용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다. 주요 정책과 당론을 결정할 때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로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홍준표 카카오데이’를 계획하고 있다. 홍대표가 한 시간가량 유권자들과 채팅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5만여 명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제기된 국민의 의견을 한데 모아서 각 의원들에게도 전달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한나라당보다 한 발짝 앞서 있지만 젊은 층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야권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라 SNS에서도 맏형다운 영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2012 총선 승리 SNS 완전정복 가이드북>을 발간한 후 현역 의원 및 지역위원장을 상대로 교육을 갖는 등 준비를 해왔다.
민주당은 최근 재·보궐 선거로 잠시 중단된 SNS 활용 대책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우선 11월 중에 ‘통합 SNS 플랫폼 구축 시범 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통합 SNS 플랫폼은 페이스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현역 의원 및 지역위원장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능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위터, 블로그, 뉴스 레터, 지인 찾기 등 네 가지 기능을 추가하면 각각의 미디어 채널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운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페이스북에 당내 정치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당 그룹’도 개설해 기술 지원은 물론 시의적절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정치인들이 SNS를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젊은 층을 겨냥해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인터넷 TV ‘소셜 토크’가 대표적이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인터넷 방송으로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이미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조국 서울대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이 참가한 방송의 경우 30만명이 넘게 시청할 정도로 성황을 거두었다고 한다.
기존의 인터넷 방송과 다른 점은 SNS를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다.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아 방송에서 곧바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TV인 셈이다. 민주당은 선거뿐 아니라 이슈가 있을 때마다 ‘소셜 토크’를 진행해 유권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은 “SNS 내에서 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네티즌들과의 소통도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SNS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도 촉각 곤두
민주당은 한편으로 SNS에 대한 정부 규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NS를 둘러싼 선거운동과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전담 심의팀을 신설해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은 그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오는 11월9일에는 ‘누구를 위한 SNS 통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력 대권 주자들의 SNS 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트위터에 입문한 지는 대부분 오래되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009년 6월에 첫 스타트를 끊은 이후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같은 해에 경쟁적으로 트위터를 개설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듬해에 입문했다.
하지만 SNS 활용도가 입문 기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비교적 늦게 시작한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입 인사를 한 이후 팔로워 수가 급격히 늘어나 현재 12만9천여 명에 이른다. SNS 전담팀이 가동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경우 예전부터 인터넷 쪽이 강했다. 팬클럽도 일정 부분 역할을 맡아왔다. SNS 활용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준비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가장 일찍 발을 디딘 정동영 최고위원이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팔로워 수는 6만3천여 명이지만 직접적인 영향력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최고위원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현장 상황을 많이 전달하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 농성장을 찾아가는가 하면, 국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한·미 FTA에 관한 사항도 가장 열심히 챙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권 주자들의 트위터 소통 유형에도 차이가 있다. 한 논문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등은 트위터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과 유시민 대표 등은 팔로워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SNS를 통한 영향력에서 박근혜 전 대표보다 앞선다는 조사 결과이다. 안원장은 현재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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