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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치

“알 품은 어미 닭을 보고 많은 것 느껴”

by 아나코스 2015. 3. 31.

춘천 농가에서 만난 손학규 전 대표 
 
[1040호] 2009.09.22  18:12:04(월)  안성모 기자 

 

▲ 춘천 농가에서 닭에게 모이를 주고있는 손학규 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생활하는 농가는 춘천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대문도 돌담도 따로 없는 조립식 단층 건물을 지나 널따란 마당에 들어서자 수염이 까칠한 손 전 대표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간이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그는 기자의 방문에 의자를 내주면서 “인터뷰는 다음에 하자”라고 했다. ‘언제쯤 서울에 올라갈 계획이냐’라고 묻자 “아직 예정에 없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손 전 대표는 마당 끝에 지어진 닭장으로 향했다. 밀짚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영락없는 농부였다.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섰던 당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시골 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을 들려주었다. 최근에는 산 비탈길에서 알을 품은 어미 닭을 보고는 감명받았다고 했다. 스무날 이상을 품어야 하는데 비가 아무리 와도 꿈쩍도 않더라는 것이다. 대단한 모성애인 셈이다.

온몸의 털이 여기저기 뽑혀나갔는데도 알을 감싸 안은 부위만은 털이 깨끗하더라고 했다. 알이 물에 닿으면 제대로 부화할 수가 없다. 비가 쏟아지고 흙탕물도 흘러내리는데 어떻게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문득 정치 지도자라면 알을 품은 어미 닭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미 닭에 대해 언급하는 손 전 대표의 말의 행간에서 현재 표류하는 민주당의 위기를 안타까워하는 듯한 전직 대표로서의 모성애가 느껴지기도 했다.

닭장을 둘러보는 사이 부인 이윤영 여사가 차와 과일을 내놓았다. 의자에 다시 앉아 담소를 이어갔다. 손 전 대표는 중간 중간 “전화가 왔다”라는 이여사의 말에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몇 통화는 10월 재·보선 출마를 요청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전화가 아닐까 싶었다. 비록 몸은 춘천에 머물러 있지만, 고뇌의 한 자락은 서울로 향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예의 신중함이 느껴졌다. 농가를 나서며 ‘다시 뵙겠다’라는 인사에 미소로 답했다. 마을 어귀를 돌아설 때까지 손 전 대표 부부가 먼발치에서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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