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녹색 성장’ 거론하며 저울질 정치권 밖에서도 지지 세력 결집 나서
[984호] 2008년 08월 27일 (수) 안성모 asm@sisapress.com
▲ 이재오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07년 2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 쟁점 대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대운하의 물꼬가 다시 트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특별담화를 통해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들불처럼 활활 타오른 ‘촛불민심’ 앞에서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던 이재오 전 의원마저 총선에서 낙마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촛불’의 위력이 약해져서일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대운하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새 국정 비전으로 ‘녹색 성장’을 거론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운하 사업과 연관 지은 해석이 나왔다. 녹색 성장과 한반도 대운하가 상반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녹색 성장산업에 대운하 사업도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었다.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향후 접점을 마련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이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녹색 성장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미래 전략이다”라고 언급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도 친환경 사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대통령의 중단 선언이 있기 전 정부가 이미 대운하 사업을 친환경사업으로 탈바꿈하려고 시도했다는 점 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당시 정부는 물류에서 관광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는 한편, ‘운하 건설’이 아닌 ‘물길 열기’로 표현을 달리했다. 역시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조성될 수 있다’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재오 전 의원이 태평양 건너편에서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광복절아침, 이 전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글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에 물길을 살리고 하천·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대판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름이 운하든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하며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고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물길 열기’로 이름 바꾸며 ‘친환경 생태 하천’ 강조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재오 전 의원이 사실상 폐기 상태인 대운하문제를 다시 들먹이고 있다. 어리석은 미련을 버려야 한다”라고 비난했지만, 정부·여당 내에는 대운하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다. ‘대운하’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언제든 첫 삽을 들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이 전 의원이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게 대운하 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김태호 경남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동강 운하 추진’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김지사는 “정부가 여론에 밀려 대운하를 포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직무유기다”라며 대운하 재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밖에서도 대운하 지지 세력의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설립된 한반도대운하재단은 인터넷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대운하 홍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전국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는 재단은 한반도대운하 실천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다. 대운하 지지 인사들의 합류도 가파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단은 창구를 단일화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성 재단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한반도대운하특별위회 서울본부장을 맡았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과도 인연이 있다고 한다. 김처장은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함께 이대통령의 외곽 지지 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결성한 주역이다. 김이사장 이외에도 정인태 전략기획실장, 공석영 학술위원장 등 재단 핵심 인사들이 민주 평통 자문위원 출신이다.
이들은 재단 자체가 정치권과 연계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정인태실장은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지만재단은 비영리 시민단체로 대운하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총력을 다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영준·추부길 전 비서관 등 청와대측 인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뒤에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는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라고 밝힌 후 “대운하 사업을 전개하다 보면 다 함께할수 있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정실장은 “일단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 대운하 지지 단체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면 그 힘이 막강해질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운하 사업이 추진된다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책연구원의 수장 자리에 한반도 대운하 찬반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있는 점도 주목된다. 운하정책환경자문교수단에서 경부운하 낙동강 분과를 맡았던 박태주 부산대 교수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후보에,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 참여했던 황기연 홍익대 교수가 한국교통연구원장 후보에 각각 올랐다.
“대운하 재추진은 이재오 복귀 포석”
ⓒ시사저널 황문성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검찰이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한반도 대운하를 재추진하고 여권의 컨트롤 타워인 이재오 전 의원을 정계에 복귀시키기 위한 포석이다”라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문대표는 지난 8월21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체포영장 청구 소식에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건설 기업들의 주식이 폭등한것은 이같은 현실을 잘 말해주고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오전 대운하주로 분류되는 일부 건설업체의 주식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자 검찰 수사의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잘못이 없으면 당당하게 조사를 받으면 되지 왜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까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 아니냐”라고 맞받았다.
진의원은 “이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한 것도 아닌데 복귀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한 후, 이 전 의원의 귀국 시기와 관련해 “(미국 대학에서) 이번 학기 강의를 맡았으니 올해 말까지는 못 올 것이고, 다음 학기 강의를 맡을지 여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한반도 대운하 찬반을 놓고 문대표와 맞붙었던 이 전 의원은 낙선 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워싱턴에서 생활하고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 국제관계대학원 객원교수 자격으로 체류 중인 그는 9월부터 한 학기 동안 한국학 강의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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